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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주유배시기 추사 김정희의 ‘치유적 글쓰기’와 기독교 세계관에 기반한 치유 스토리텔링 콘텐츠
영문 제목
저자 임춘택
다운로드 pdf [문화] 임춘택 (논문) 제주유배시 추사 김정희.pdf (317 KB)
논문 구분 일반논문 | 인문과학
발행 기관 기독학문학회
발행 정보 (통권 32호)
발행 년월 2015년 11월
국문 초록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인간은 말, 글, 몸짓 등을 통해 타인을 비롯한 모든 만물과 소통한다.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도 하고 남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문자 기호 체계로 이루어지는 글쓰기 소통 방법은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특권적으로 누릴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 매개체에 해당한다. 인간은 글쓰기를 통해 그 전달자인 자신과 타인을 위한 문자 텍스트를 능숙하게 다루고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문명화된 사회에서 특정인에게 글쓰기를 제약한다면 당사자에게 이는 삶에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것이고 결국 그의 존재 의미까지도 상실하는 결말을 낳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선시대는 정계와 학계 인사들에게 유배로 점철된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형(流刑)이 많았다. 유배형은 유배인에게 평소 행하던 소통 환경을 차단하는 형벌 요소를 포함한다. 정계의 고위 관료나 명망 높은 학자들이 갑작스레 닥쳐서 치러야 하는 유배는 소통의 단절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이들에게 커다란 고난임에 분명하다. 정계와 학계에서 활동하면서 능숙하고 깊이 있으며 전략적 언어구사에 탁월했을 이들이 고립된 유배지에서 마주한 답답함과 막막함이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처절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유배인은 급작스럽게 대면하는 유배지에서 말을 통한 속 시원한 소통이 불가능하므로 자연스레 글쓰기를 통한 소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으로 오히려 유배는 이들에게 유배 이전보다 더 글과 가까워지는 특수한 상황에 이르게 하였다.
추사체(秋史體)와 세한도(歲寒圖)로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정치권력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추사는 그의 증조부 김한신(金漢藎)이 영조의 사위였고 조선 후기 북학파 박제가(朴齊家)로부터 교육을 받았으며 병조참판과 형조참판까지 지낸 고위 관료이자 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헌종(憲宗) 6년 윤상도(尹尙度) 옥사(獄事)에 연루되어 1840년 9월 4일 한양을 떠나 제주에 유배되었다가 이로부터 8년 3개월이 지난 1848년 12월 6일에 해배된다. 추사에게 대정현(大靜縣)에서의 위리안치(圍籬安置)는 표면적으로는 절망적인 형벌이었으나 공교롭게도 결과적으로 그에게 시(詩), 서(書), 화(畵)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학문 · 예술 경지를 완성할 수 있고 인격적으로도 겸손하고 성숙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유배 최고형인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의 위리안치라도 유배인에게 글 읽기와 쓰기를 금하지 않았던 것은 추사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아꼈던 당시 사람들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불행 중 다행한 일임에 분명하다. 만약 학문과 식견이 높았던 추사에게 유형이 독서와 집필까지도 금지하는 벌이었다면 혹독한 고문과 곤장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지냈을 제주 유배는 그에게 시간이 갈수록 극복하기 힘든 형벌이 되어 생을 달리 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유배에서 문학, 편지, 서예, 그림과 같은 표현 행위를 통한 심정 표출과 소통은 추사와 같은 당대 최고의 석학에게는 절망적이고 고단했을 삶을 지탱하고 심신을 유지, 회복하는 필수 요소가 되었음이 자명하고 나아가 유배 이전보다 새롭게 발전한 사고 지평을 경험하고 학문적 완성을 이루는 과정이 되었다.
추사의 제주 유배와 관련한 선행 연구는 크게, 문헌고찰을 통한 학문중심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응용, 실제중심연구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전자에는 추사가 제주 유배지에서 남긴 시, 서, 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그 의미 분석과 유배(지)와의 관련성 그리고 추사가 제주 교육에 끼친 영향 등이 있다. 후자는 최근 들어 나타나는 연구 경향들로, 스토리텔링, 관광, 디자인, 차치유 등 다양한 영역과 주제에서 추사의 제주 유배를 실용적 적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김진철, 양진건의 「유배문화 스토리텔링 연구 –제주유배문화 스토리텔링 사례를 중심으로」 (2015) 논문은 다크투어리즘, 유배문화, 치유를 중심으로 그 실천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서 본 연구에서 비판적 검토와 수용이 가능한 선행연구에 해당한다. 이 연구에서는 유배문화를 ‘다크투어리즘 dark tourism’ 관점을 적용하여 유배인의 자기 극복 스토리를 통한 그 긍정적 가치 도출을 비롯하여 삶의 회복을 위한 치유 과정으로써의 유배 가치를 인식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본 연구는 기존의 추사 관련 선행 연구에서 부분적이고 부수적으로 언급하는 정도에 머물렀을 뿐 유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글쓰기가 추사에게 주요한 치유 과정이었음을 치유 관점에서 주제로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본 연구자는 추사 및 치유 관련 선행 연구들을 참고하거나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다음과 같은 관점과 내용으로 연구를 구성한다.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루어진다. 첫째, Ⅱ장에서 본 연구자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유배시기에 썼던 다수의 한시와 서한문 가운데에서 몇 편을 선별하여 이를 ‘치유적 글쓰기 therapeutic writing’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둘째로, Ⅲ장에서는 Ⅱ장에서 이루어진 연구(1. 심적 괴로움의 발산, 2.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관점 변화, 3. 타인과의 지속적인 소통)를 기반으로 Ⅱ장의 각 절에 상응하는 치유 스토리텔링 콘텐츠(1.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 2. 내적 심상을 다루는 은유적 글쓰기, 3.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구상하여 현재 조성되어 운영 중인 제주유배길 프로그램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개괄적으로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와 미래 제주에서의 치유 여행 방안도 제주유배문화 차원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기반으로 전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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