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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사들의 여행」에 나타난 역설적 신앙
영문 제목
저자 김경철
다운로드 pdf [문화] 김경철 (논문) 박사들의 여행에 나타난 역설적 신앙.pdf (89.1 KB)
논문 구분 일반논문 | 인문과학
발행 기관 기독학문학회
발행 정보 (통권 32호)
발행 년월 2015년 11월
국문 초록 엘리엇이 생각하는 시간 개념은 구속적 시간 개념으로서 구속이란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이 십자가 위에서 죽어 흘리신 피값으로 죄인들을 구원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에어리얼 시편들』가운데 「시므온을 위한 노래」와 「박사들의 여행」 두 편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창작을 하였으나 시인은 성경의 내용과는 다르게 시를 창작함으로써 자신의 역설적 기교를 십분발휘하였다. 이 두편의 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에어리얼 시편들』의 첫 두 부분을 출판하고 난 다음 1928년에 이 시 「시므온을 위한 노래」가 출판된다. 에어리얼(Ariel)은 셰익스피어 작품 『폭풍우』(The Tempest)에 등장하는 변덕스러운 요정을 지칭한다.
『에어리얼 시편들』에 속하는 4편의 시는 여러 각도에서 시간과 육체 그리고 이 일상적인 세계로부터 “자유롭게 되고자 하는 영혼의 갈망”을 그리면서(Murphy 51), 시간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이 시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들의 보편적 속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시 역시 역사를 구속적 역사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시는 어린 예수를 보고 기도의 응답이라고 기뻐하며 그 어린 예수를 안고 찬양하는 “시므온의 노래”이고, 신학적으로는 “nunc dimittis(시므온의 찬송의 노래)”라고 불린다. 성경에 기록된 이 사건은 시므온의 노래라고 불러야 마땅하지만, 엘리엇은 이를 「시므온을 위한 노래」로 변형시키고 있다. 존 티머먼(John H. Timmerman)은 이 시가 자체의 시적 구조를 통하여 또 다른 종류의 “영적 순열(spiritual permutation)을 추적”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처럼(117), 시에 묘사된 시므온의 인생 여정은 영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시인 엘리엇의 인생 여정과 중첩된다고 볼 수 있다. 전종봉(248-50)은 「번트 노턴」의 과거 ・ 현재 ・ 미래가 혼합된 시간관 역시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의 시적 형상화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고찰했듯이 베르그송의 철학은 신비주의와 접목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생명 약동 개념을 신과 관련시키고자 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엘리엇의 시간관은 본 논문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구속적 시간관으로 보아야 한다.
엘리엇의 역사 개념이 영적이고 구속사적 개념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시는 「박사들의 여행」이다. 이 시 역시 「시므온을 위한 노래」의 경우처럼 역사를 구속적 역사로 파악하는 엘리엇의 역사관이 반영된 시이다.
이 시는 성경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서 새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찾아 동쪽에서 머나먼 길을 거쳐 베들레헴으로 찾아온 신앙인들의 이야기이다. 굳건한 신앙이 없었다면 이런 여정은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동방박사들이 매우 경건한 신앙인들이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시에 묘사된 박사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기대와 충돌한다.
「박사들의 여행」에는 환멸의 철학 사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환멸의 철학이란 “삶이 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죽음에 기대는 것”(Gish 58)을 말하는데, 이 철학은 엘리엇이 개종을 선언하던 해에 발표한 「박사들의 여행」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개종은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부정하고 돌아서는 일로서 어쩌면 죽음과도 같은 사건이었을 것이다. 개종의 어려움은 별을 따라 머나먼 길을 떠나는 여행의 혹독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시는 1622년 앤드루즈(Andrews) 주교가 그리스도 탄생 기념 설교 시 사용했던 말을 거의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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