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난 일 년 우리 (사)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40여 년 전 소수의 학생들이 모여 연구모임을 시작한 1970년대 후반 이래 아마도 가장 안타까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 우리 공동체의 기관지였던 <월드뷰>를 독립시키면서 새로운 기관지이자 소식지인 <신앙과 삶>을 내며 많은 소회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신앙과 삶>은 동역회의 핵심 기구인 기독교학문학회의 등재학술지 <신앙과 학문>과 짝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채택된 이름입니다. 학술지가 신앙과 통합 연구의 열매를 나누는 장이라면 이 소식지는 그것을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의 모습을 담아내기 원합니다. 여기엔 학문을 넘어 모든 삶의 현장에서 기독교 진리를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려고 애쓴 경험이 나누어지는 기쁨이 가득하기 소망합니다.
일단 <신앙과 삶>은 자원과 수고 절약의 차원에서 격월간으로 출발합니다. 웹진 형태로도 발간할 것입니다. 이 두 채널 모두 저희 8천명 회원이 소통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이 소식지는 동역회의 모든 활동을 공유하여 회원들이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을 돕는” 도구가 되도록 만들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애초에 우리 공동체가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눈을 뜬 것은 거기에서 성경적인 삶의 길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멤버들이 주목한 개혁주의 신앙의 폭넓은 관점에는 복음적 교회가 취약했던 삶과 세계에 대한 실제적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픈 정치 현실과 씨름하는 가운데 신앙이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들은 기독교 복음이 교회생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는 물론 학문과 예술 등 문화 전반에 대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신앙과 삶의 통합이라는 길을 보는 눈도 열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경적 진리가 유물론이나 자연주의, 인본주의, 마르크시즘, 무신론보다 설득력 있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공부했고 토론했고 가르쳤습니다. 삶과 학문의 장에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다양한 실천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전진했습니다. 책을 번역하고 쓰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운동권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한 현실참여였습니다.
이 공동체는 지금까지 그 길을 치우침 없는 발걸음으로 왔습니다. 동역회가 어려움을 겪은 지난 일 년간 모든 공동체의 회원들이 참고 기다려 주신 것은 성숙한 인내의 모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사회와 총회의 결정으로 <월드뷰>의 분리를 인준하게 되었으나 그 아픈 절차를 사랑으로 처리하게 된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부디 <월드뷰> 역시 그것이 본래 창간된 목적대로 하나님 나라 확장에 귀한 도구로 발전하길 기도합니다.
이제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신앙과 삶>은 최초의 소식지며 기관지이던 <온전한 지성>과 그간 회원들의 사랑을 받아온 <월드뷰>를 이어 새로운 기관지로 그 첫 꼭지를 엽니다. 새로운 기관지의 발간에 즈음하여 이 일을 맡아 섬기게 될 편집위원들은 “다시 동역회의 신앙적 정체성과 사명을 확고히” 기억하며 치우침 없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합니다.
저희 편집위원 모두는 이미 <입장문>에서 밝힌 것처럼 동역회 회원 전체가 함께 고백하는 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유일성과 성경의 무오성, 성령의 역사를 통한 모든 인간의 거듭남의 필요성을 굳건히 믿는 신앙의 기초를 공유”함을 말씀드립니다. 그와 함께 그 “동일한 신앙적 기초가 획일화된 신앙이나, 정치적 입장의 편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잊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도 강한 주장들의 첨예한 갈등 속에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사회는 어디서나 객관주의냐 상대주의냐의 극단적 선택만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옛날 엘리야 선지자처럼 폭풍과 지진 속에서 들리지 않던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고자 노력하는 자세는 참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역회는 하나의 진리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누구도 마지막 날 하나님 나라에 서기까지 절대임을 주장할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모임을 지향해왔습니다. 그 공동체의 기관지인 <신앙과 삶>도 한 분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삶의 자리가 다양함을 인정하고 모든 회원이 그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풍성하게 나누는 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간 <신앙과 삶>의 태동을 위해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어준 편집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포항과 전주, 대구에서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여해주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 시대의 가장 고통받는 젊은 세대를 대표한 편집위원의 열정적 참여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이 이루어질 소망을 품게 됩니다. 이제 <신앙과 삶>을 동역회 회원 여러분들과 나누면서 기도의 성원과 함께 투고와 기탄없는 질책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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