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독교세계관 운동이 모임의 형식으로 국내에서 시작한 시기를 ‘기독교학문연구회’(기학연)와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기대설)가 시작된 1980년대 초로 잡는 데는 아마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저는 1978년 유학을 떠나 1985년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물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국내에 없었습니다. 1986년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간 이후, ‘기대설’과 ‘기학연’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 운동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렇지만 1985년 암스테르담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교사수련회나 대학생 수련회에서 이미 세계관 강의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경우, '기독교세계관'이란 이름으로 다룬 내용을 처음 접한 시기는 이보다 훨씬 이 전, 1960년대 고신 교단 소속 교회를 다니면서 ‘학생신앙운동’(SFC)에 참여할 때부터였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이란 구호를 배운 때가 이때였고, 우리를 일깨워 준 분이 당시 고신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였던 이근삼 박사였습니다. 이 박사님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1962년 바빙크(J.H.Vavinck) 교수의 지도로 선교학 분야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여 그리스도인은 삶의 모든 분야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1970년초 대학에 들어가서 읽기 시작한 책이 아브라함 카이퍼의 프린스턴 강의를 담고 있는 <칼빈주의 강의>, 박윤선 목사님이 번역한 헨리 미터의 <칼빈주의> 그리고 이근삼 박사님이 1972년 번역을 해낸 헨리 밴틸(Henry Van Til)의 <칼빈주의 문화관>이었습니다. 역시 고신 교회에서 자라고 네덜란드에서 공부하신 손봉호 선생님을 만나면서 좀 더 분명하게 기독교 세계관이 담고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었고 이 관심은 유학 중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저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용어는 칸트 이후로 19세기와 20세기 초반 독일 철학계에서 사용한 용어이고 기독교도 여느 세계관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세계관으로 한정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그 배경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하는 수 없이 쓰기는 하지만, 저는 세계관이 단지 지성이나 이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삶과 세계에 대한 관점과 태도, 삶의 방식, 삶의 지향과 추구를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 이해하고자 애쓰고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애썼습니다.
저는 ‘기독교세계관’ 운동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하는 활동이 그리스도인으로의 삶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비록 죄가 하나님의 창조를 훼손시키고 일그러지게 했지만,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은 우리의 영혼 구원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세계 전체를 회복하는 일이고, 우리를 그리스도인으로 부르신 것은 이 일에 동참하게 하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되돌아보면,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공통은혜’(일반은혜, 일반은총, common grace)를 저는 강조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통은혜’는 신자와 불신자가 삶의 자리에서 함께 살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공동의 자리, 곧 ‘공통의 근거’(common grace)를 마련해 주지만, 정치나 학문이나 예술이나 교육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이 보냄 받은 삶을 살아야 할 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저는 그리스도의 ‘주 되심’, ‘왕 되심’이 학자로 부름받은 저의 삶의 근거라고 믿습니다. 이것을 카이퍼(Abraham Kuyper)는 ‘왕을 위하여’(Pro Rege)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살든지 죽든지 주를 위해 살고 주를 위해 죽는 사람들입니다. 학자는 학문을 통해, 정치가는 정치를 통해, 예술가는 예술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납니다.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우리의 구속자가 되시고 주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모범을 보이신 것처럼, 한 알의 밀이 되어 죽어 각자 처한 삶의 영역을 살려내시는 삼위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일이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영광된 과제라 저는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 없이, 성령님의 도움 없이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합니다. 이 짐을 삼위 하나님의 도움으로 다 함께 기쁨으로 짊어지고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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