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난 2019년 6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변호사로, 기독학술동역회의 실행위원으로 섬기고 있는 김대인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어: 윤헌준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실행위원)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관 504호
윤헌준 : 안녕하세요. 교수님.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대인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김대인 교수입니다.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변호사 활동을 잠깐 하였고, 한동대학교 법학부를 거쳐 2007년부터 이화여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자탕교회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서울광염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영어예배부 부장집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윤헌준 : 변호사이기도 하신데요. 학자로 남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대인 : 그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독교세계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나오는데요. 대학교 1학년 때 ‘학생신앙운동’(SFC)에 들어갔는데, 그 때 지도교수님이 손봉호 교수님이셨습니다. 그곳에서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법학 분야에서 학자가 되어서, 기독교세계관과 접목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좋은 학자가 되려면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변호사를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부터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을 찾아서 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헌준 : 그리스도인 법률가에게 일차적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인 : 변호사 시절 그리스도인 변호사들이 많이 있는 로펌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 로펌에 계시던 변호사님들이 주축이 되어 ‘기독법률가회’(CLF)가 만들어졌습니다. 기독법률가회에 계시는 분들과 교류하면서 그리스도인 법률가의 사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저는 성경에서 얘기하는 율법의 2가지 핵심 가르침, 즉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잘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 법률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상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법률가로서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다는 것은 권력이나 돈을 우상으로 섬기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법률가의 이웃, 예를 들어 변호사라면 의뢰인을. 판사라면 재판을 받는 당사자를 존중하면서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윤헌준 : 교수님은 일상 속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이신가요?
김대인 : 우선 삶의 현장에서 좋은 관계를 경험할 때입니다. 열심히 가르친 것에 대해서 학생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반응이 올 때 많은 보람을 경험합니다. 얼마 전에 예전에 근무했던 한동대학교로부터 법학부 설립 20주년이 되었다고 초청을 받아서 갔는데, 신앙 안에서 옛 동료교수님 및 제자들과 따뜻한 나눔을 가질 수 있어서 굉장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이화여대에서도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훌륭한 교수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또 저는 특별히 논문 쓰는 작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요. 현장에서 일하시는 공무원이나 학자들이 제 논문을 읽고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를 해줄 때에도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윤헌준 : 그렇다면 그리스도인 법률가로서 ‘세상’에서 언제 가장 어려움을 느끼시는지요?
김대인 : 이 부분은 제가 현재 실무에서 떠나있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대목입니다. 변호사 시절을 기억해보면 의뢰인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뢰인을 이웃으로 생각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그러한 원리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자로서 살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어려운 점도 역시 ‘인간관계’의 문제입니다. 학회활동 등을 하다보면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비그리스도인도 함께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리스도인에게 실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물론 반대로 오히려 제가 그런 관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있진 않은지 반성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 학자라고 할 때 일단은 어느 공동체에 속해 있든지 타인과 인격적인 관계를 갖느냐의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헌준 : 그러한 어려움에 대하여 어떻게 개인적으로 대처하시는지요?
김대인 : 쉽지 않은 부분인데요. 관계가 쉽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경우에 솔직하게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여 설득해보려고 노력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싶으면 조금 거리를 두기도 하고, 두 가지 전략을 다 활용한다고 얘기를 해야 할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윤헌준 : 기독교세계관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 삶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대인 :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다 믿으시고 할아버지가 목사님이셔서 쭉 기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대학교 들어가서는 성경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학과 선배가 ‘학생신앙운동’(SFC)을 추천해서 가입했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동아리에서 기독교세계관을 접한 게 인생에서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선배들, 동기들과 함께 좋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존 스토트, 아브라함 카이퍼, 프란시스 쉐퍼, 자크 엘륄, 리차드 미들톤 같은 분들의 책이었죠. 이 분들의 글이 다 좋았지만, 그 중 제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분은 존 스토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분의 균형 있는 사고방식을 좋아해서 지금도 신앙의 멘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헌준 : 오늘날 한국 교회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세계관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대인 :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됩니다만, 우리나라 기독교 인구는 절대 숫자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정말 신뢰받는 그러한 그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비판만하고 끝날 것은 아니고요. 실제로 정말 좋은 그리스도인들의 모델을 많이 세상에 보여주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그 좋은 그리스도인 모델이라고 했을 때 ‘균형’이라는 가치를 꼭 강조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적인 이슈들을 볼 때도 그렇고, 지성과 영성의 균형, 성경 말씀에 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균형이 잘 잡힌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독교세계관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의 가치는 한마디로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나와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헌준 : 교수님은 또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실행위원 중 한 분으로서, 우리 동역회 회원들은 앞으로 무엇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김대인 : 제가 동역회 활동에 지금까지 참여가 부족했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운데요. 결국 각자 영역에서 구체적인 모델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독교세계관 관련해서 좋은 책도 많이 있고 총론 차원에서 공부는 많이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총론에만 머물면 안 되잖아요. 결국 각론을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교육분야, 법률분야, 의료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독교세계관을 구체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 현장에서 실무로 뛰는 분들과 각 전공 학자들이 끊임없이 교류를 해야 제대로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보면 ‘기독법률가회’(CLF) 모임에 참여하고 계시는 실무가들과 교류할 때 많은 영감을 얻게 되거든요. 그러한 것이 ‘신앙과 삶’인 것 같아요. 삶과 유리되지 않은 그런 학문을 교수님들은 해야 할 것 같고, 그 다음에 현장에 계시는 분들도 학문의 세계는 나랑 무관하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학문적 논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와 실무계가 서로 간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동역회가 이러한 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합니다.
윤헌준 : 기독교세계관 운동에 몸담은 법률가로서 장차 어떤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김대인 : 저는 학자로서 좋은 연구를 많이 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독교적 시각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그 세계관이 배경으로 깔려있는, 그러면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논문을 많이 쓰는 것, 그것이 저의 비전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교육자로서도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연구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일차적인 소명 또는 달란트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연구할 때가 제일 고통스러우면서도 제일 기쁨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기독법사상 강독모임’이라고 그리스도인 교수님들, 대학원생들이 함께하는 공부모임에 10년 가까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도 계속 좋은 책들을 많이 읽어나가면서 기독교적인 영감을 많이 제공받습니다. 여기에서 받은 영감들을 토대삼아 연구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윤헌준 :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지성인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이 기독교세계관운동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인 : 당연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거기에서 자신의 각 분야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도 많이 얻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학문과 실무활동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 그리스도인 지성인들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저는 중요한 것이 각자 자기 삶의 현장에서 그러한 기독교세계관에 따라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너무 거창한 것 보다는 일단 자기 말에 책임 있게 행동한다든지,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에 대해서 갑질을 하지 않는다든지 등과 같이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서 정말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헌준 : 마지막으로 기성세대로서 이 땅의 젊은 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대인 : 존 스토트가 한 말 중에 ‘이중적 귀 기울임’이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음성’과 ‘세상의 음성’에 모두 잘 귀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성경을 읽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음성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세상의 음성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세상에 어떤 아픔과 어떤 요청이 있는지 잘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대해서 반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과 세상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절대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보거든요. 이 땅의 젊은 후배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말씀에 열심히 귀 기울이지만, 세상에 어떤 아픔들이 있고 요청이 있는지를 균형 있게 함께 늘 관심을 가지고 보는 힘을 길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열심히 신문 등 언론을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본인의 전공 학문분야를 겸손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속학문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하여 세속학문을 비판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다보니 제가 오늘 말하는 것과 얼마나 부합되게 살고 있나 이런 반성의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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