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반도에서 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국권 피탈, 한국전쟁, 냉전과 군부 독재 등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아픔과 고뇌의 역사 그리고 승리와 희망의 미래의 경계선에 서서, 이 나라와 이 민족을 향하신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갈망하며 고난과 핍박을 견뎌내었다. 복음을 사적인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나그네, 고아, 과부를 압제하지 않는 정의와 공의의 공동체를 꿈꿨던 공적 신앙은 기독 청년들이 1919년 3·1 운동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1938- )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골자로 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초(超)연결·초(超)지능·초(超)실감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고도화된 미래사회로의 격변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우리는 빠른 속도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인간 소외를 경험하며 가치 부재 및 혼돈을 겪고 있다. 게다가 계층, 지역, 세대, 이념 간의 갈등이 날로 깊어지며 반목이 표출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내면의 죄성으로 사랑의 나눔과 섬김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십자가를 걸머지는 신앙이란 무엇이며, 이 시대를 사는 기독 청년들에게는 어떤 사명이 있을까?
첫째, 참된 진리를 망각한 채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는 세속화의 거센 물결에 대해 선지자적 반(反)시대성으로 저항할 사명이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 )는 그의 저서인 <호모 데우스>(Homo Deus)에서 인류가 기근, 역병, 전쟁 등을 극복해오면서 불멸, 행복, 신성(神性)을 지향하는 인간을 꿈꾸게 됐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철저한 무신론적 미래 담론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셔서, 참 신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육신하여 역사 속에서 참 인간이 되셨다.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하지 않으시고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으로 낮아지신 예수님의 사랑과 신이 되려는 인간의 욕망 사이에 너무나 큰 역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유대인은 표적을, 헬라인은 지혜를 구했으나, 우리는 오직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능력을 전파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다스리고 지키라는 명령에 순종할 청지기적 사명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동안 이원론의 영향으로 신앙과 지성을 분리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일반 계시’(General Revelation)는 자연(하나님의 질서), 인간(하나님의 형상), 역사(하나님의 섭리) 등을 통하여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하나님의 존재와 본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의 학문 탐구가 단순히 지적 만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주님의 제자가 되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흔적과 성품, 뜻과 생각이 드러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진리의 기둥과 터로서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 다시금 십자가의 도를 깨달아 잘못된 구조와 제도에 대해 회개하고 돌이킬 것을 촉구함으로써, 죄로 인해 왜곡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셋째, 세대 간의 단절을 봉합하고 믿음의 유산을 이어나갈 사명이 있다. 느헤미야와 함께 성벽을 재건하고 언약을 갱신하였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독립선언서를 공표하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선조들의 결단은 우리 민족의 새 역사를 일구는 분기점이었다. 우리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믿음의 여정을 끝까지 완주하여, 다음 세대들이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축복의 통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은 산 자의 하나님이시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하나님이시기도 하다.
넷째, 분단의 비극과 이념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하나님의 샬롬(שָׁלוֹם)을 선포하고 새로운 통일 시대를 준비할 사명이 있다. 전쟁과 폭력의 한복판에서 평화를 외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자 본질이지만, 우리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망각한 채 남북 화해는 여전히 언급하기 불편한 주제로 남겨두고 있다. 이 땅을 화평케 하실 하나님의 빛 가운데 살며, 칼을 쳐서 쟁기를 만들고 창을 쳐서 괭이를 만드는, 다시는 전쟁 연습이 필요 없는 나라를 이루어, 우리 후손들이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평안히 앉는 그 날을 맞이해야 한다.
공간을 초월한 하늘을 누리는 삶, 시간을 초월한 종말론적 신앙으로 사는 삶을 통하여, 기독 청년들이 세속화된 이 시대의 가치를 십자가에 못 박고, 역사 속에서 고통과 절망으로 신음하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영성의 삶에 도전하는 복의 근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기독 청년들이 작은 겨자씨로 이 땅에 빚어낸 사랑의 혁명을 통하여, 한반도는 슬픔과 고통이 사라지고 의와 평강과 희락으로 충만한 새로운 예루살렘의 전조를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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