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David Naugle / 박세혁 역 / CUP / 2018
교사의 관점에서 이 책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교육적 입장, 즉 우리는 왜 알고자 하는가? 지식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는가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그러면서도 ‘기독교’가 분리된 ‘세계관’이라는 용어는 어떤 의미로 사용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칸트에 의해 처음 사용된 세계관(Weltanschauung)이라는 개념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갈망을 예리하게 표현하면서 인간의 핵심적인 관심사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이러한 사상을 이어받은 헤겔은 이성이 변증법적 운동을 통해서 객관적 총체와 주관적 총체를 결합해 무한한 세계관을 형성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세계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관점을 주장하면서 사람은 나름의 종교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특유의 방식을 지닌다고 보았다. 헤겔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계관은 특정한 시대, 특정한 국가에서 한 사람이 다른 이들과 함께 습득하는 공유된 관점이다. 19세기에 이르러 세계관 개념은 근대화의 바람에 힘입어 철학, 신학, 문학, 예술계로 급속히 전개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성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는 데카르트의 사상과 근대 과학의 협력 속에서 인간을 우주의 중심이자 인식의 주체로 보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되어 세계를 해석하고 학문적으로 조작하기를 갈망하는 것은 객관주의를 탄생시켰으며, 세계관은 이를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주의는 교육에도 영향을 주어 학교와 교과의 지식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학교는 가치 지향적이며 정치적인 선택이 요구되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특정 시대를 지배하던 세력은 교육을 통하여 그 시대에 맞는 인간상을 배출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신본주의 관점에서 유지되어왔던 지식에 대한 도덕적 입장은 근대 이후로 과학적 기술로 무장한 지성의 힘에 의해서 철저하게 실용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커 팔머는 우리 모두가 지식의 오만에 압도당했으며, 그 오만이 공동의 삶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보았다. 그가 주장하는 오늘날 지식의 행태는 호기심과 지배욕이다. 전자는 지식 자체가 목적인 지식이며, 후자는 응용과학 같은 실용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지식을 뜻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식에 대한 나의 입장은 상당 기간 전자에 해당되었다. 지식을 지배하고 이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채우고 지적 만족을 누리는 것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유익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예술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근본적 실재와 예술의 연관성이나 세계를 이루는 서사 기호 체계에 대한 수업 연구보다는 예술적 표현이나 미학적 만족에 관심이 편중되어 있었다. 사실상 이러한 불균형은 세계관의 결여에서 기인하였다. 기독교사에게 제일 중요한건 교과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했고,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선 이론적으로 대강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시작하셨던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먼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의 이숙경 교수님은 기독교교육이 공교육과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는 어떤 문제라도 결국 해답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 해답은 하나님이 계시하시는 모든 영역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서 찾을 수 있으며 지혜와 계시의 영인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셨다. 박영주 교수님은 다양한 철학의 논점들을 비교 연구하면서 자연주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세속 철학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도록 도움을 주셨고, 이를 통해 기독교사로서 인식론과 가치관의 근원이 되는 철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성균관대의 유재봉 교수님은 교육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 교육 상황의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실제적인 대안을 논리적으로 제시할 것을 가르쳐 주셨다. 현은자교수님은 기독교 세계관과 학문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과 비판적 연구를 실천하기 위해서 겸손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이 책은 위와 같이 ‘기독교 세계관으로 가르치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만났다.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1세대처럼 뜻을 같이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연구 모임을 만들어서 세계관에 대한 풍성한 교제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연결시켰다. 우리는 공립학교와 대안학교,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라는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서로 격려하고 공감대를 나누었다. 특히 외롭게 근무하는 공립학교의 기독교사에게는 세계관의 투쟁이 더욱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서울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함께 참여하여 신국원 교수님과 최태연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세계관의 주요 흐름과 세계관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에 대해 배웠다. 이와 함께 세계관 운동의 시대적 변화를 실감하였다. 이 변화는 세계관 운동의 차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암묵적인 흐름이었다. 이제 우리는 복음주의적 세계관에 기여한 연구 문헌들과 세계관의 개념을 정리한 이 책을 손에 들고 위대한 선배들의 뒤를 따르면서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성실하게 가르칠 것이다. 이로 인해 믿음의 계주도 계속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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