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본 연구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신앙의 교제를 함께 나눈 세 명의 기혼여성들과의 대화 체험을 질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교육의 관점으로 고찰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삶 속에서 이뤄진 세 여성들과의 대화를 연구의 맥락에서 다시 성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면의 치유와 대화,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의미 연관을 탐구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연구 문제를 중심으로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첫째,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는 어떠한 성격과 의미를 갖는가? 둘째,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는 어떠한 교육학적 함의를 갖는가?
연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참여자들과의 대화 체험을 2년 후에 연구화하게 된 본 연구의 특성상, 나는 과거의 대화 체험을 세 참여자들과 함께 복원하면서 위의 연구 문제를 풀어갔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맥락에서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 체험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대화의 본질적인 의미와 성격이 무엇인지를 교육과의 관련 속에서 숙고하였다. 무엇보다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는 상처의 근원을 발견하며 이해해가는 내면적인 대화 체험을 특징으로 하였다. 나는 이러한 대화 체험을 질적으로 기술하고 그 과정과 성격에 대한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내면의 치유를 가져오는 대화의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대화의 과정이 교육적 만남의 존재론적 토대를 고찰하는 데 어떠한 함의를 줄 수 있는지 고찰하였다.
구체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연구의 방법과 과정을 수행하였다. 2013년부터 신앙의 교제 안에서 나눈 세 여성들과의 대화를 2015년 이후부터 연구화하면서, 나는 먼저 그들과 나눈 과거의 대화 체험을 복원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참여자들과 과거에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대화를 중심으로 연구자의 회상일지를 작성하면서, 대화 체험을 일차적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의 내러티브가 살아있는 구술 중심의 면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 체험을 그들의 고유한 생애의 맥락 안에서 질적으로 기술할 수 있었다. 세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 체험에 대한 질적인 기술을 토대로, 나는 현상학의 개념을 활용하여 대화 체험의 성격과 의미를 분석하였다.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과 성격을 갖고 전개되었다.
치유적 대화의 과정은 타인을 향한 관심과 돌봄이라는 인격적 관계 맺음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타인을 향한 관심은 타인의 정서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내면의 상처에 대한 관심과 자각으로 이어졌다. 기다림과 머뭇거림의 시간을 존중하며, 깊은 대화를 통해 타인은 자신의 상처 입은 존재를 열어 보일 수 있었다. 이때 듣는 이는 상처를 고백하는 이를 향해 존재를 기울여 응답함으로써, 상처 입은 타인을 향한 응답의 책임을 지고자 하였다. 상처의 고백에 대한 응답은 사랑에 의존한 공감적 경청으로 표현되었는데, 이와 같은 고백과 응답의 대화를 통해 타인은 자신의 깨어진 내면을 표현하고 수용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처를 고백하는 이는 상처 입은 존재와 삶에 대한 고백적 구술을 통해, 존재 깊숙이 자리한 상처와 고난의 의미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적 힘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깨어지고 상실된 실존 범주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채워감으로써, 치유적 대화는 내면의 치유와 회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신의 상처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삶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의 힘을 기르고 주체와 타자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재정립하는 과정은, 교육에서도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화 체험이었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치유적 대화의 속성은 위와 같이 참여자들과 나눈 생활세계의 구체적인 현실태를 기반으로 도출되었다. 내면성, 심층성, 내러티브성, 공감성, 윤리성이라는 다섯 가지 속성은 상호 연관 속에서 치유적 대화의 본질을 구현하고 있었다. 나는 치유적 대화의 각 속성을 교육의 관점으로 다시 성찰하고 해석하면서, 치유적 대화와 교육의 존재론적 연관에 대해 탐구하였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내적인 변화와 성장을 추구한다. 이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인간 형성의 한 과정으로 의미를 가진다. 내적인 변화는 존재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이러한 심층성은 자신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형성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확보된다. 존재의 발생적 연원을 찾아가는 대화의 과정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이루고 있는 과거의 체험을 조명하며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대화는 언어적 차원을 넘어, 감성적 공감과 정서적 돌봄 그리고 윤리적 관계 맺음을 통해, 타인의 존재와 함께 교감하는 깊은 대화의 차원을 형성한다. 이러한 대화는 주체와 타자의 인격적 관계라는 존재론적 토대 위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대화는 타인의 존재에 닿는 보다 질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인격적 만남의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본 연구를 통해, 주체와 타자 사이의 인격적 관계의 깊이를 체험함으로써 부분적인 변화가 아닌 전인격적인 변화와 성숙을 향해 가는 대화의 한 측면을 발견하였다. 이는 깊은 차원의 관계 맺음과 긴 호흡의 시간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내적인 변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대화를 통해 주체와 타자는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진정성 있게 서로의 존재를 열어 보인다. 그리고 주체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깨어진 실존 범주를 발견하며, 자신과 타자의 존재와 삶에 대한 고유한 이해로 나아가게 된다. 인격적 관계에 기초한 대화를 기반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재정립하며 타인을 향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은 교육에서 지향하는 인간 형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나는 치유적 대화 체험을 교육의 관심으로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형성되는 ‘주체-타자’의 의미를 교육적 인간 형성의 지향 속에서 성찰하였다. 교육은 두 인격 사이에서 서로의 존재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화의 본질을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주체가 자신의 고유한 인격을 실현함과 동시에 타인의 인격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서로의 존재에 깊이 참여하는 대화는, 사랑의 가치를 토대로 ‘인격적 주체-타자’를 형성하고자 하는 교육의 존재론적 지향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 본 논문은 지난 5월11일(토), 한남대학교에서 있었던, 2019년 기독교학문연구회 춘계학술대회 대학원생부 발표 논문 9개 중, 새로남 청년학술논문상을 수상하였다. 이 학술상은 년 2회(춘계, 추계) 새로남교회 후원으로 수상자에게 50만원 장학금이 상패와 함께 시상되고 있다. 논문의 전체본문은 (사)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홈페이지(www.worldview.or.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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