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국 현대 기독교 미술은 특정한 종교미술의 한계를 넘어서 한국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미술로서 감당해야할 역할과 책무, 그 실천적 영향력에 대해서 도전하고 변화를 일으킬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하여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의식과 실천적 조형의 사례 연구를 통해서 기독교 미술의 확장된 지평을 확인하고, 실천과 참여의 조형예술로서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문화변혁적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 현대 기독교미술에서 현실의식을 체현한 실천적 작품 사례들을 찾아서 연구함으로써 기독교 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외연을 확장시키고자 연구를 진행한다.
한국 현대 기독교미술의 역사와 현재적 상황을 살펴보면 현실의식을 보여주는 실천적 작품 사례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것을 발견한다. 그 이유를 한국기독교의 신학적 성향, 한국 현대 기독교미술론의 성격, 기독교 작가들의 신앙의식과 세계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발간된 문화신학 이론서와 국내의 기독미술저서와 작가론, 비평들을 수집하고 연구의 자료로 살펴보면 한국 현대기독교미술을 형성하고 활동하는 작가들의 신학적 입장이 대부분 보수적인 신학과 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복음주의의 영향 속에서 부흥을 경험한 세대들로서 사회의 변혁보다는 영혼 구원을 위한 전도와 선교에 대한 관심이 크고 따라서 작업의 주된 경향이 말씀의 시각적 증언과 선포, 경건과 영성적 삶의 추구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표명 등은 기독교미술의 주된 범주 밖으로 밀려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기독교 미술은 일상과 현실, 역사와 환경, 정치와 국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 변혁적 노력을 보여주는 경향의 작품들을 기독교 미술의 영역 밖의 미술로 보는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실에 대한 인식과 체현을 다룬 작품들이 기독교미술의 범주 안으로 편입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 작가로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할 영역은 매우 넓고 다양하다. 존 스토트는 그의 명저 ‘현대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에서 전쟁과 평화, 환경, 인권, 실업, 빈곤, 경제적 불균형, 인종과 다문화사회, 낙태와 안락사, 생명공학, 페미니즘, 동성애 등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범위를 좁혀서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해답을 제시한 차정식 교수는 ‘예수, 한국 사회에 답하다’에서 정치, 세대갈등, 양극화, 연고주의, 가정의 해체, 자살, 생태, 다문화 사회 등 구체적인 문제로 23가지의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 현대 기독교미술의 현실 인식과 조형적 실천의 주제로 통일과 평화, 환경과 생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다문화가정과 이주여성, 노인문제, 위안부, 동물실험과 세월호 등 다양한 한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은 차기의 연구과제로 살펴보고자 한다.
통일과 분단 상황의 극복에 대한 설치작품과 퍼포먼스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작가로 허진권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았고, 통일 캠프에 꾸준히 참여해온 심정아의 작품, 그리고 최근 ‘부드러운 장벽’을 주제로 전시회를 가진 조각가 이웅배의 설치작품에 연구자의 철조망 작업을 포함하여 다루었다. 환경과 생태의 회복에 관심하는 작가로 김용림의 1990년대 초기 환경 관련 작품과 박훈 작가의 생태 환경 프로젝트와 현대 기술문명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신영성의 작품세계를 조명해 보았다.
[그림: 평화와 통일의 프롤레고메나 - 네 신을 벗으라]
[그림: 어린양, 대구경북성시화전, 2017]
[그림: W-Story 작은 모뉴먼트, 2017]
본 연구에서 발견하는 사실 중 하나는 연구자의 작품세계를 비롯하여 한 작가의 작품세계가 오직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경향보다도 현실의 여러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실의 인식과 조형적 체현의 작업은 특정한 주제에 대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서서 현실에 대해 반응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하나의 책임의식이며 소명으로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진보적 신학의 입장에서는 환경신학, 생태신학, 통일신학, 여성신학 등을 통해서 이미 실천과 참여적 논의가 상당히 이루어져 있으나 이와 같은 신학적 함의가 현대 기독교미술의 양식 속에 체현되어 나타나는 것과는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기독교 미술을 종교적 주제와 교회 안의 미술로 한정하고 제한해 버림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현실의식을 반영하고 드러내는 작품을 기독교미술의 범주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 인식과 실천에 궤적을 같이하면서도 조형 작품의 특성상 그 증언적 기록의 의미를 갖는다. 비록 소수의 작가들이지만 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들에 대한 조형 예술가들의 현실 의식과 조형작업을 통한 반응을 작품 분석과 해석을 통해 다루고 정리함으로서 한국 현대 기독교 미술이 오늘의 한국 사회 안에서 미술로서 가지는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양시킬 수 있고. 그 지평을 확장하며 미래의 방향성을 찾고 미술계를 향하여 문화변혁적 소명을 일깨우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 현대 기독교미술에 체현된 현실의식 연구가 오늘의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기독교미술은 무엇이 되어야 하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행동하는 예술’로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본 논문은 2019년 기독교학문연구회 춘계학술대회 <세계관 A> 분과(좌장: 신국원 교수)에서 발표되었으며, 논문의 전체본문은 (사)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홈페이지(www.worldview.or.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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