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4차 산업혁명은 미래에 이루어질 변화에 부쳐진 이름이기에 그 전개 양상을 모두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기에, 주님이 기뻐하실 변혁을 꿈꾸어야 할 기독인들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어떤 변화에 관심을 두어야 할지를 물어야 한다.
버클리대의 체스브로(Henry W. Chesbrough)와 MIT대의 하이펠(Eric von Hippel) 교수는 개별 기업의 내적 역량만이 기술 혁신을 주도해 왔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기업의 경계를 넘어 협력 업체, 제품의 소비자, 경쟁 업체의 혁신 역량까지 폭넓게 시너지를 이룰 때 기술 혁신은 더욱 효율적으로 일어났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런 현상을 ‘기술 민주화’라 부른다.
라이너스 토발즈(Linus Torvalds)에 의해 시작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해커 공동체를 통해 경이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었고 그 공동체들을 통해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의 등장도 오픈소스 중심의 기술자 공동체가 있어 가능하였으며, 이런 공동체의 출현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수많은 일반 대중의 참여, 곧 기술 민주화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오픈소스 운동은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쓰려는 메이커 운동을 중심으로 오픈소스 하드웨어라는 매우 흥미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이다프룻>(Adafruit) 같은 기업들은 약간의 기술 지식을 가진 모든 개인이 첨단 전자 기구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열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제공하는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일반 대중은 이제 인류의 역사 속 어느 시대의 인간들보다 월등하게 강화된 역량을 갖추게 되는 기술 민주화를 이룩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술 민주화를 통해 강화되는 개인의 과학기술 역량이 갖는 성경적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의 자주와 자결 가치의 근거를 ‘스스로 말미암으시는’ 하나님의 신성에서 찾는 것은 결코 지나친 일은 아니다. 물론,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을 떠난 자주와 자결은 교만과 방종의 뿌리가 되어 자멸을 재촉한다. 하지만, 주님의 법도에 대한 순종도 우리 안의 자원하는 마음, 즉 ‘스스로 말미암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야 함은 역설적이지만 진리이다.
만물에 이름을 주어 다스리고, 같은 이름들을 공유함으로 이루어낸 언어 공동체로 연결되어 문화와 지식을 구축했던 인간의 역사는 ‘스스로 말미암는’ 하나님 형상의 발현을 통해 자족의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성경에서 배우는 바, 이 모든 과정이 세상을 멸망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술 민주화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 말미암는’ 역량을 더욱더 확고하게 갖게 된다는 현실을 우리는 기뻐해야 하는지 아니면 멸망의 징조로 걱정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창세기 5장 29절은 노아를 ‘여호와께서 땅을 저주하시므로 수고롭게 일하는’ 우리를 ‘안위할 자’라 소개하고 있다. 이 말씀대로 하나님께서 경작의 수고를 안위하시기 원하셨다면, 수고롭게 일해야만 하는 우리의 처지는 하나님이 내리신 형벌의 결과이지만, 또한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다시 읽는 창세기 3장 17절,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는 “먹는 것은 모두 스스로 경작하여 얻도록 하라”라고 읽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시를 둘러 싼 성벽을 경계로 유산 계급과 무산 계급으로 나뉘어 경작 않는 지배 계층이 생겨나고, 경작할 땅도 없는 ‘도시인’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창세기 3장 17절의 조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창세기 3장 17절의 조치를 통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것은 타락한 우리 모두가 자신이 수고한 결과물을 먹는 자족의 생활을 하는 것을 바라신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경작의 고단함을 안위하기 위해 인류 최초의 엔지니어 노아를 보내셨다는 생각에 이르면, 우리는 과학기술의 성경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찾게 된다.
MIT대의 갈렙 하퍼(Caleb Harper)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설비를 만들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그는 “이 기술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게 하는 이 기계로 농업을 하게 될 다음 세대들이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게 되리라 소망합니다.”라고 말한다.
산업화는 자신이 먹는 것을 위해 땀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 사회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회에 닥치는 청년실업과 고령화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오픈소스 기술로 한층 강화된 역량을 활용하여 보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 파머가 되어 가능한 한 많은 필요를 스스로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그 사회는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 상상해 본다.
초연결성이 제공하는 오픈소스 기술이 만들어 내는 기술 민주화를 통해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채우는 개인들의 공동체 그리고 이에 기반한 사회와 국가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이상 사회일 수 있다. 물론, 우리의 타락으로 인해 주님 오시기 전까지는 이런 이상의 실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하나님께서 의도하셨던 에덴동산의 모습이고 주께서 예비하신 천국 모습의 한 자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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