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미래기술과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술과 기술 문명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를 겪었는지 기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시, 수필 쓰기에 소질이 있었고 10반 중의 3반이 문과였던 고등학교에서도 문과였으며 법대를 가겠다고 생각했다. 법대 진학 동기를 두고 아버지와 다툰 후 이공계열로 진학을 하여,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고,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나는 먹고 사는 것의 일환으로서 이 전공을 좋아하거나 즐기지 못했으며, 이 전공에 인간적인 또는 문화적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교수가 되어 이 전공을 가르치고 실천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를 즐기고 좋아하게 되었으며, 이 전공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 인공지능 혁명 등 우리의 삶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IT 기술의 등장은 IT 기술을 전공한 나에게도 놀라움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전공한 기술이 이러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기술의 인문학적 의미와 잠재력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일이 많아 졌다.
공학자로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데, 그것은 내가 기술 문명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생각의 전환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종말론’ (eschatology)에 대한 나의 생각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최종적인 것에 대해서 말하는 종말론이 기술을 포함하여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생애 처음으로 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이 교회 리더들은 설교와 성경공부 과정에서 이 땅에서 문화와 문명을 이루고 사는 것이 궁극적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유추하게 만드는 많은 전제들을 가르쳤다. 창조된 세계는 잠정적인 것이며 멸망되어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 땅이 결국 버리고 떠날 곳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성공회 대천덕 신부님이 운영하는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으로 수양회를 간 적이 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내가 질문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질문을 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분이 “나는 천국에서도 시냇물이 흐르고 새가 지저귈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씀을 한 기억이 있다. 나는 “그럼 천국에서의 삶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말인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내가 듣고,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충돌들이 매우 불편했다. 그리고 이 충돌들의 근저에 신구약 성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놓여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성경의 원어인 희랍어와 히브리어를 인용하면서 하는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런 입장들 중에서 선택을 하거나 나 스스로의 입장을 정립하는데 필요한 내공을 기르기 위해 신학 공부, 특히 희랍어와 히브리어 공부를 강도 있게 했다. 신약성경에 많이 인용되는 구약성경의 예언서, 특히 이사야서를 본격적으로 공부 했다. 그래서 신구약 성경은 이 하늘과 땅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하늘과 땅으로 변화,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요한계시록 21장 2-3절에서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내려와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말씀도 “우리가 가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에게 오는 나라”를 말한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인간이 기술 문명을 이룬 것은 창세기 1장 28절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축복 명령을 성취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기술 문명은 인류가 스스로를 개발하며 살아왔던 방식이며, 그 방식이 변화, 회복된 형태로 새 하늘과 새 땅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연세대 연합신학원에서 신약학으로 석사학위 논문1)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을 했다. 나의 종말론 신학을 지지하는 책들2)이 적지 않게 출판된 것도 큰 위로가 된다.
생각이 자유롭게 되고 과학기술을 향유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 나는 태양 빛을 이용하는 무지개도 만들어 전시하고, 물로 3차원 조각을 만들어 전시를 한 바 있다. 물론 과학기술은 인간이 잘못 사용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는 길은 과학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제대로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인문학의 기본소양으로 보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기술 문명을 건강하게 유지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본다.
1) Moon-Ryul Jung, “The restoration of Israel and the mission to the nations in Luke-Acts”, MA thesis, 연세대학교, 2008.
2) (1) A.M. Wolters, “Creation Regained: Biblical Basics for a Reformational Worldview,” 1985; (2) N.T. Wright, “The Resurrection of the Son of God,” 2003; (3) N.T. Wright, “Surprised by Hope: Rethinking Heaven, the Resurrection, and the Mission of the Church,” 2008; (4) J.R. Middleton, “A New Heaven and a New Earth: Reclaiming Biblical Eschatology,” 2014; (5) G.K.Beale and M. Kim,“God Dwells Among Us: Expanding Eden to the Ends of the Earth,” 2014; (6) H, Synder, “Salvation Means Creation Healed,” 2011; (7) A.J. McNicol, “The Conversion of the Nations in Revelati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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