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은 주인공이 속한 팀이 거대한 기업의 후계자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하여 회사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바꾸려 하는 여정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공상과학(Science Fiction, SF) 소설의 대표 작가 로버트 소여(Robert J. Sawyer)는 이 장르를 “현재에는 없을지라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을 다루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미래에는 정말로 거짓 기억을 뇌에 심을 수 있게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지금의 뇌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미래에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메사추세츠대(MIT)의 스스무 토네가와(Susumu Tonegawa) 교수는 쥐의 해마(hippocampus)에서 이러한 거짓 기억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연구자들은 빛을 쪼여 신경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게 하는 광유전학을 이용하였다. 이 기술을 통해 특정 장소를 표상하는 해마의 신경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원래는 공포 기억이 없어야 할 장소에서 공포반응을 나타내게 했다. 실제로 전기 충격을 받은 장소와는 전혀 다른 곳인데도 광유전학적으로 자극 받은 신경세포들이 표상하는 장소에 대한 거짓 공포 기억을 형성시킨 것이다.
이후에 다른 여러 연구 그룹들에서는 기억을 지우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앞서 말한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형성된 공포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약화하는 패턴의 빛 자극을 주었더니 공포 기억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기억을 저장하는 특정 신경세포들을 찾아서 제거하거나 비활성화 시키면 그 신경세포가 담당하던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도 보고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저명한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 등에 게재되었다.
또 다른 그룹에서는 기억을 넘어 감정을 조작하는 흥미로운 연구도 발표하였다. 이 역시도 광유전학을 이용하였는데,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 영역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표상하는 신경세포와 부정적인 감정을 표상하는 신경세포를 각각 표지하였다. 그 후 쥐를 자유롭게 탐색시키면서 한쪽 장소에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다른 장소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상하는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켰다. 반복적인 노출 후 쥐의 장소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쥐가 긍정적인 감정과 연합된 장소는 선호한 반면 부정적인 감정과 연합된 장소는 회피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쥐의 행동을 통해 각 장소에서 느끼는 쥐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쥐의 뇌와 인간의 뇌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의 구조부터 시작해서 각 영역의 위치와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는 위와 같은 기억과 감정을 조작하는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와 뇌에 약간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술적 한계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인간은 정서적으로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트라우마를 형성시킨 기억을 표상하는 신경세포를 찾아 비활성화 시키거나, 긍정적인 거짓 기억으로 덧씌우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서 조절 장애 환자들이 우울한 감정의 조절이 어려울 때 간단한 스위치를 누르면 긍정적인 기분이 들게 하여 환자들의 정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러하듯, 뇌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밝은 면만 있지는 않다. 서두에서 언급한 영화 <인셉션>의 경우와 같이 기억과 감정을 조작하는 기술이 범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기술을 남용하면 사람들은 거짓 감정과 거짓 기억에 둘러싸여 거짓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미한 상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뇌 과학 기술의 미래상을 다룬 <마음의 미래>에서 거짓 기억에는 그것이 거짓임을 구별할 수 있는 어떤 표시를 고안하여 넣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광유전학을 이용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는 그 기전(mechanism)이 마약의 작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의존성과 중독 같은 사회적 문제 역시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금도 충분히 거짓이 넘쳐나고 미혹의 영이 우리를 혼란하게 하는 세대인데, 우리의 뇌에 거짓 감정과 기억을 심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사탄이 교묘하게 이 기술을 이용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만 앞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배척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기술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에서 충분히 생각해볼 기회를 잃을 것이다. 우리가 배척한다고 해서 기술의 발전이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유익한 부분은 일반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와, 우려되는 부분은 지혜롭게 대처할 준비가 요구된다. 또, 어떤 것이든 하나님보다 더 의존하는 것이 우상숭배임을 기억하여 기술이 가져다주는 유익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진리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붙잡고 진리의 영에 속할 때 미혹케 하는 것들을 분별하고, 올바르게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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