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최종원 / 홍성사 / 2018

이제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부인하는 그리스도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세의 감소로 인한 위기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배타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편견,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의식 등 한국교회의 내면적 가치와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 불러일으키는 위기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 눈앞의 현상만 보면 없던 위기가 갑자기 발생한 듯하지만 사실 한국교회는 위기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교회 밖의, 국가나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외적인 위기를 넘어서면 교회 안의 세계관이나 신앙의 세속화로 인한 내적인 위기가 늘 있지 않았는가? 다만 그 위기를 위기로 볼 수 있는 예리한 안목이 없었을 뿐이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외침은 위기를 체감한 한국교회가 내놓은 가장 흔한 처방 중의 하나이다. 성경적으로 들리면서 동시에 복고적 감성도 만족시킬 수 있는 이 처방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한국교회의 위기를 넘어서게 해줄 해결책의 원형쯤으로 다가갔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처방은 변화를 위한 구호로서는 나름의 역할을 감당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에 대해서 아는 것이 평면적이기 때문이다.

최종원 교수의 <초대 교회사 다시 읽기>는 초대교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단편적인 이해를 넘어서도록 돕는 안내서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제까지 양적성장이나 교리형성이라는 신학적 편광렌즈만으로 초대교회를 이해해 온 독자들이 역사적 접근을 통해서 초대교회가 마주한 사회적/역사적 컨텍스트와 이에 대해 초대교회가 보여주었던 다양한 반응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끈다. 흔히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생각하듯 초대교회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초대교회의 형성을 위한 문화적, 지리적, 사상적 배경이 이미 무르익고 있었다는 사실, 초대교회가 유대지역을 넘어 로마제국 전 지역으로 확장되어 가면서 보여주었던 타종교와의 차별성, 대중적인 종교로 자리 잡으며 겪게 되는 박해와 고난, 동서교회로 나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이유들, 기독교 공인 이후 제국의 종교로 확장되어 가면서 피할 수 없었던 세속화, 그에 반발하여 일어난 수도원운동의 명암, 제국의 멸망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된 초대교회의 역사 등을 흥미진진하게 엮어 내려가는 것은 이 책의 강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초대교회에 대한 독자들의 단편적 인식의 범위를 넓히는 선에서 글을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위기 앞에서 한국교회가 주장하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초대교회의 역사적 상황과 반응에 공명하며 이 시대 한국교회의 위기를 넘어서는 통찰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초대교회사를 배우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반복되는 역사 앞에서 오늘날 무엇을 고민하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찾기 위함”(p.313)이라는 저자의 의도는 책을 구성하는 12개의 각 장 마지막 부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곳에서 한국교회에 가해지는 다양한 비판과 그에 대한 기독교의 관점 전환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역사 속의 초대교회에서 찾으려 하는 저자의 고민이 성실하게 드러난다. 초대교회의 형성과 확장 그리고 분열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을 보는 듯 기시감이 든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와 종교의 충돌, 세속권력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갈등, 빈부격차와 사회적 구조로 야기되는 문제들, 다름을 틀림으로 몰아가 겪게 되는 분열과 대립 등이 어찌 이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과 비슷할까. 저자는 초대교회가 이 상황들 가운데서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과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살아냄으로 지역적/문화적 불리함을 넘어서 로마제국 전역으로 확장되어 갈 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확장을 가능케 했던 세계관과 가치관이 보편성을 상실하고 제한적 집단 안에서만 공유되는 관점과 가치관으로 변질되었을 때 초대교회는 분열로 나아가고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전락했음도 보여준다.

결국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위한 다양한 대안과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이 이 세상을 향한 대안적 세계관과 보편적 가치관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면, 또 그 세계관과 가치를 따라 삶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없다면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기는 요원하리라는 저자의 염려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인 저자가 쓰고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나간 초대교회사이기에 읽기 쉽고 재미있지만 이 책이 얹어주는 고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초대교회의 상황과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의 문제를 곧바로 연결하여 답을 주려는 저자의 친절함(?)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인식하고 답을 찾아가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으리라. 초대교회를 새롭게 이해하기에 충실한 입문서로서 초대교회 역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상황을 고민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좋은 관점을 보여주는 길잡이가 될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