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만약 인류의 종말이 온다면 그것은 생태환경 오염 때문일 것이다.” 네덜란드 철학자 반 퍼슨(C. A. van Peursen) 교수가 20세기 중반에 한 예측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계속되면 그 예측은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이 바꿔질 것 같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인류의 종말은 예수님의 재림이 아니라 인류의 생물학적 존속이 끝남을 뜻한다.
인류 생존의 종말에는 세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다. 대형 유성의 충돌, 핵폭탄 폭발, 그리고 생태환경 오염이다. 그런데 대형 유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은 높지 않고 피할 가능성도 있다 한다. 핵폭탄도 지구를 잿더미로 만들만큼 쌓여 있지만 대량살상은 몰라도 인류 전체를 사멸시킬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생태환경 오염은 시작되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태풍, 폭설, 혹한, 가뭄, 홍수, 화재 등은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고 있으며, 암과 같은 질병도 오염된 공기, 물, 음식 때문에 더 많이 발생한다. 이산화탄소가 1700년대의 산업혁명 때부터 30년 전까지 보다 지난 30년 동안에 더 많이 배출되었고 그것이 지구의 온도를 계속 올리고 있어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범 정부 위원회'등 국제기구가 온도 상승을 섭씨 2도로 묶어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계속 오르기만 하고 그 독기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은 오염 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대국들은 경제가 빨리 성장하고 있어 미국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인류의 허파라는 아마존이 불타고 있고 태평양에는 한국국토 7배 넓이의 쓰레기 섬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소수 전문가들 외 대부분은 그 위험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우선 그 악화 속도가 매우 느려서 마치 서서히 더워지는 물에 있는 개구리가 서서히 삶겨 죽는다는 속설처럼 그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너무 큰 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들은 책임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우선은 세계 인구는 아직도 늘어나고 현대 과학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와 풍요가 너무 좋은데다 자기들 생시에는 종말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한다. 당장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면서도 거기에 따를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리는 일부 한국인들의 무책임과 비슷하다.
그리고 비록 심각성을 인식할 만큼의 지적 능력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전기 차, 수소차가 보급되면 배기가스가 줄어질 것이고, 이산화탄소 채집과 재활용 기술이 개발될 것이므로 문제없다는 태도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것에 목숨을 거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다. 임계점을 넘기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언젠가는 핵폐기물 처리 기술이 개발될 것이므로 원자력발전을 계속하는 것과 비슷한 무책임이다. 후손들이 쓸 자원은 고갈시키고 후손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은 유산으로 남기는 못난 조상들이다.
생태환경이 오염되면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나라가 먼저 희생된다. 부자는 깨끗한 지역에 가서 깨끗한 음식과 옷을 즐기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오염산업은 약소국가로 몰려서 가난한 근로자들을 병들게 한다. 일본의 공해산업이었던 원진레이온을 가난한 한국이 가져와서 1990년대에 근 300명을 병들게 하고 수십 명의 목숨을 앗은 후 그 때 가난했던 중국으로 팔려갔다가 지금은 북한에 있다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약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정의에도 어긋난다.
기독교 세계관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면 생태계 오염에도 기독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오염을 막거나 줄이는 기술 개발은 물론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에는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자동차 크기와 사용빈도를 줄이고, 전기와 물을 아끼며, 물자를 절약하되 특히 오염 유발 제품을 사용하지 말고, 좀 더 춥게, 좀 더 덥게 생활해야 할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에 철저하며 재생지와 이면지를 사용해야 한다. 절제하고 절약하면 인류종말은 그만큼 늦어지고 약자들의 고통도 그만큼 줄어든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생태환경 보존운동은 기독교 세계관운동보다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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