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창세기에는 인류의 ‘전적 타락’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문화가 지속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무지개 언약’으로 홍수 후에도 창조의 ‘구조’가 유지되고(창1:1-17),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며 그것을 다스리라”는 ‘문화명령’(창1:28, 9:1)도 계속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류가 여전히 선악과 범죄의 오만을 못 버리고 지금도 바벨탑을 쌓는 행보를 멈추지 않는데 있습니다. 생태환경의 파괴와 위기는 그 결과이지요. 이번 호는 바로 이 이슈를 다룹니다.
벌써 50년 전 린 화이트(Lynn White)가 <사이언스>(Science)지에 “땅을 정복하라”는 문화명령과 거기서 파생된 세계관이 <생태환경 위기의 역사적 뿌리>(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 Crisis)라고 비판한 이래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독교학문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조 발표자인 프레데릭 로뇽(Frédéric Rognon) 교수님은 그 비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대학의 철학 교수이자 개신교 연합교회 목사로 신학과 사회윤리가 전공인 분입니다. 기술 문명에 대한 탁월한 비판가인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해설자로 돈, 권력, 기술, 정치의 우상을 버리고 ‘비무력’(non-power 非武力)과 자유의 윤리를 따라 살자는 ‘녹색 라벨’ 운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엘륄은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 성장”은 불가능한 신화임을 주장했다지요. 기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해법과 원인을 혼동해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는 것을 경고했다고 합니다.
생태환경 보존 운동은 세계관 운동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손봉호 이사장님 말씀은 역설적으로 들립니다. 더 오죽하면 우리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하겠습니까? 생태환경 오염이 유성 충돌과 핵의 위험보다 훨씬 현실화되어 있음에 대한 불감증과 무책임함을 질타한 것입니다. 특히 환경운동의 가치를 취약 그룹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라고 강조한 것은, 근검절약과 소형차 타기 같은 자발적 불편 운동을 앞장서 실천하는 삶을 아는 독자들에겐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입니다.
본호의 특집 필진에 환경학자뿐 아니라 문학자, 철학자, 교육가, 조경학자, 신학자가 망라된 것은 이 위기의 대처함에 다각적인 전문 지식과 함께 바른 세계관의 정립이 요청됨을 잘 보여줍니다. 환경운동의 뛰어난 전문가이자 활동가이며 저희들의 오랜 멘토인 김정욱 교수님의 글은 특집을 빛나게 합니다. 미세먼지는 에너지 사용량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과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짓는 우리와 달리, 온실가스 가장 줄인 나라들의 발전상을 대조한 후, 신명기 말씀을 들어 약자를 희생시키며 값싼 전기를 누리는 현실이 왜 성경적이지 아닌지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생태 문학을 연구하는 영문학자인 김원중 교수님은 <푸드 에콜로지>를 통해 환경보호엔 식생활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책임을 요구됨을 깨우쳐 줍니다. 노상우 교수님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과 상생을 위한 세계관에 입각한 교육으로 환경 문맹 상태를 깨쳐 눈을 열어주는 교육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십니다. 동역회의 30년 지기인 조경학자 김농오 교수님은 친환경디자인과 식수사업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산천에 주신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금번 학회에서 발표된 세 편의 논문도 환경과 생태에 관한 글로 세계관적 사역의 역량을 잘 보여줍니다. 정일 교수님의 생물 다양성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진화론적 생태교육을 기독교적으로 비판한 유승민 형제의 논문도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오의석 교수님은 미국 칼빈대학교에서 기독교적 예술을 위해 연구를 했습니다. 근래에는 자연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육화시키는 ‘로고시즘 예술’을 시도하며 환경친화적 작품 활동과 기독교 예술가들의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다룬 작가들을 조명한 귀한 연구를 통해 이론 정립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 보기>에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다룬 추태화 교수님의 영화 리뷰와 서성록 교수님의 미술과 환경에 대한 글도 특집과 맥을 같이합니다. 이춘성 형제의 유미호의 신간 <생명을 살리는 교회 환경 교육> 소개와 서천에서 ‘아리랜드 농장’에서 농촌 운동을 하는 부모님의 삶을 본받아 이제는 연구자로 서가는 정성지 자매의 시론도 그렇습니다.
<섬김이>에 소개된 조성표 교수님은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의 초기 멤버로 저희 단체에 연구소장이며 이사입니다. 오랫동안 학회장을 비롯하여 본인의 전공과 은사를 따라 공동체 전반의 운영과 방향을 제시해 왔으며 ‘기학연’과 ‘기대설’ 통합의 주역입니다. 학생 시절부터 이 운동을 해온 이야기를 쓰자면 책 한 권 분량이 될 것입니다. 또 다른 기회를 기대합니다.
금번부터 우리 모두의 오랜 멘토인 웨슬리 선생님의 ‘본업’인 책 소개가 황영철 목사님의 번역으로 실립니다. 두 분이 ‘기학연’ 초창기 스터디 모임에서 하던 책 읽고 소개하는 활동을 재연하는 것입니다. 이 꼭지에선 번역되지 않은 근작들이 소개될 것입니다. 금 번에는 기독교철학자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의 대학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정동섭 교수님의 <성경의 눈으로 본 결혼과 가정> 서평과, 추석 명절을 편히 보내지 못한 최성환 형제는 우리의 삶이 과연 건강한지 묻고 있네요.
<교회로>에 소개된 수영로 교회의 세계관 학교는 유래가 매우 깁니다.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이신 최점일 장로님이 20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운영해온 프로그램입니다. 오래전 이규현 담임목사님이 부교역자 시절 기독교 세계관을 소개해주셨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식지도 별도로 발간하며 이어온 사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소식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아마추어’라고 겸손해 하십니다. 양육 받은 청년이 세계관으로 현실을 넘어서는 소감 글도 보내주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창간된 <신앙과 삶>이지만 이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편집위원과 사무실 간사님들의 수고와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덕택입니다. 아울러 지난호 소개동영상을 제작해준 총신대 재학 중인 김유일 형제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이번 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건실한 내용으로 채워져 한 꼭지도 빠짐없이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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