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우리가 사는 시대의 부정적 양상이 매우 다양하고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자연과 인간의 불안한 공존 현상이다. 생명체가 살고 있는 유일한 우주인 지구는 각종의 환경오염과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균형을 잃게 되면 자연도 인간도 모두 위험해진다. 자연이 파괴되면 그 안에서 생존하고 있는 사람도 존재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전지구적으로 일어난 것일까?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과학이 져야 할 것 같다. 많은 과학 예찬론자들은 과학이 인간을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해방하고,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었으며,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과거 보다는 훨씬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는데 기여하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태론자들은 과학기술이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하였으며, 급기야는 인간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말았다는 과학비판적 인식을 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삶의 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보고 겪으면서 이에 대한 처방은 무엇일까? 다행히 새로운 세대를 교육하는 학교에서는 자연환경을 위한 생태적 인식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생태교육의 필요를 절감하기 시작하였다. 생태교육을 통해 자연이 인간처럼 생명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고, 인간과 자연간의 교감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학생들로 하여금 환경문제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다. 이는 사실 지식중심 수월성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특히 과학지상주의에 따른 맹목적인 과학 추종으로부터 파생된 환경문맹상태, 즉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무지를 깨우치고, 친환경적 인식과 실천의지를 길러주는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생태교육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사례를 통한 실존적 문제 자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실존적 삶에 직결되어 있는 사례가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오염된 물과 공기와 숲이다. 인간 몸의 70%는 물이고,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90%가 물이다. 물은 체액 및 혈액 속에 들어가 한 여름의 뜨거운 햇볕에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추운 겨울의 한파에도 몸이 얼지 않고 버티어 낼 수 있도록 한다. 강과 바다와 하천이 오염되어 물이 생명력을 상실하면 그 물로 채워진 몸은 결국 병들어간다. 오염된 물은 인간과 자연의 불안한 공존의 대표적 사례이다..이 불편한 사례들은 매우 중요한 생태교육의 주제이다. 단지 물과 공기와 숲과 같은 자연현상을 과학적 지식획득의 대상으로만 다룬다면 그것은 지식중심의 수월성교육일 뿐이다. 만일 학교가 과학을 통한 경제적 가치 증대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지금-여기서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자연과의 공존과 상생은 불가능하게 된다.
나무와 숲을 도구화 하는 능력이 아닌 숲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태적 이성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생태론자인 머레이 북친(M. Bookchin)은 생태위기 극복의 마지막 희망은 생태적 이성을 지닌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생태계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의 분출 때문이지만, 생태위기를 성찰하고 치유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도 인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태적 이성능력을 기르는 교육과제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는 체험교육도 중요하다.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연 생태계 안에서 동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그들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경험이 그들에게 자연의 생동하는 세계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한다. 요즘 생태교육의 붐을 타고 숲교육이 유행이다. 숲이라는 자연은 인간, 특히 아동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의 교육적 가치는 매우 심대하다. 숲은 그 자체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 흔히 숲치유와 같이 숲에서 생성된 피톤치드를 통해 심신의 치유를 체험한 일, 숲을 거닐며 나무를 품고 상호 감응되는 생명의 일체감 등은 자연의 내재적 가치를 인간이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공유의 힘’이 바로 숲이라는 생태교육을 통해 생성할 수 있는 소중한 교육의 힘인 것이다.
우리시대에는 교육의 양적 차원보다는 질적 차원, 외형적인 차원보다는 내면적 차원이 더 중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환경위기의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고 필요로 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적자생존적 교육관이 낳은 경쟁적인 인간의 생각과 감정, 가치와 태도를 문제 삼고,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전일적이고 생태적인 연관 속에 각자 건강한 가치를 창출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참된 진보는 정신적 여유, 혹은 영성의 풍요로움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진보의 원동력은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무분별한 소유를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뛰는 인재가 아니다. 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자신이 배운 과학적 지식을 생태적 진보에 적용할 수 있는 자이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생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영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자이다. 우리시대는 이런 인재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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