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하나님이 우리에게 삶의 거처로 주신 지구는 인간의 오용과 남용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병들어 여기저기 부인할 수 없는 쇠망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대미문의 가뭄과 홍수, 태풍은 말할 것도 없고 구제역,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은 심각하게 이 땅에 사는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 무차별한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온난화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인류가 여태 겪어보지 못한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가져왔고 이제 그 심각성은 ‘기후위기’(climate crisis)의 단계를 넘어 다른 생명체의 무수한 멸종뿐만 아니라 인류 자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기후재앙’(climate catastrophe)의 단계로 치닫고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러 변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농업과 음식의 문제이다. 현재 대부분의 땅은 산업농으로 인해 원래의 비옥함을 상실해버렸기에 식량생산은 엄청난 양의 비료와 살충제, 제초제의 살포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살포된 살충제와 제초제의 5%만 식물에게로 가고 95%는 땅과 하천을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심각하게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다의 오염이 지속되면 2050년에 이르면 바다는 아무런 생명체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로 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질소비료에서 나오는 질소와 산소가 결합하여 생성되는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300배 더 강력하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류의 지나친 육류섭취이다. 지금 전 세계에는 현재 인구인 75억 명의 5배를 넘는 약 4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세계에는 모든 인류가 먹고도 남을 정도의 식량이 생산되지만 세계인구의 1/7인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에서는 곡물의 70%가 이런 가축을 사육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렇게 많은 소들이 방귀와 트림을 하면 내뿜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들이 내뿜는 모든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기여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고, 전기차와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경유차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육류소비에 관해서는 어떠한 규제도 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주류와 담배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공공장소에서 흡연과 음주를 금하는 것처럼 조만간 육류의 소비를 금하고 육류소비세를 부과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런던 대학의 총장이 기후변화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캠퍼스에서 모든 소고기의 판매를 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이다”(A man is what he eats) 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먹는 것과 우리 자신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 모든 생명의 모판인 땅과 지구 생태계의 건강과 우리 몸의 건강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사용될 지를 결정한다.
미국의 저명한 생태시인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는 섭생이 진정한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감사함으로 그리고 책임감 있게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책임은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이러한 음식을 제공하는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우리가 먹기로 결정한 것이고 이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만든 창조세계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창조세계가 인간이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여호와의 것이요 세계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도 다 여호와의 것이다”(시 24:1)라는 말씀에서 보듯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깨닫고 이 모든 생명체들과의 조화로운 공생을 도모하는 선한 청지기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기후변화 시대에 기독교인의 책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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