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난 10월 26일(토) 성균관대에서 개최된 제36회 기독교학문학회(2019 추계학술대회) 기조 강연자로 초청된 프레데릭 로뇽(1961~ ) 교수를 만났다. 그는 프랑스 출신 세계적 개신교 사상가 자크 엘륄(1912~1994)의 최고 전문가이자 생태환경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 온 학자이다. 동시에 한국 자크 엘륄 협회와 ‘대장간’ 출판사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자크 엘륄 전집 번역(약 50권) 사업에도 지속적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일시와 장소 : 2019년 10월 28일 오후 6시,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인터뷰어 : 이상민 (서울국제고 교사, 실행위원)
사진 촬영 : 석종준 (사무국장)
이상민 : 로뇽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로뇽 : 안녕하세요, 프레데릭 로뇽입니다. 프랑스 개신교 연합교회 목사이면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대학교 개신교 철학 대학 교수이기도 하고요. 이 대학은 국립으로서 교수와 연구원 21명을 비롯하여 6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지요. 저의 주된 연구 분야는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사상,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의 철학, 본회퍼(Bonhoeffer)의 저작, 철학과 신학의 관계, 갈등 관리와 중재, 사회성 철학, 사회정치적 윤리 등입니다. 저는 프랑스 개신교 연합회의 ‘교도소 정의 사목’ 위원회 위원장과 개신교 잡지 <신앙과 삶>(Foi & Vie)의 편집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이상민 : 한국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것인지요? 평소 교수님의 마음속에서 한국과 한국 교회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요?
로뇽 : 제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한국 교회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조심스럽군요. 그럼에도 저는 한국 교회들의 규모와 역동성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지요. 프랑스 교회와의 차이점은 교회 체계의 차이인데, 이를 통해 공동체적 삶의 유형과 목회자라는 직업의 유형이 분명히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상민 : 프랑스에서 자크 엘륄에 대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고, 또한 ‘환경보호’ 문제에도 관심을 보여 오셨는데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로뇽 : 저는 환경문제의 긴급함에 대해 점차 자각함으로써 청년 시절부터 환경보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나락에 떨어질 일보 직전에 있습니다. 저로서는 환경보호 문제와 관련하여 제게 맞는 참여 방식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즉, 편파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고, 단지 선거만을 통해서보다는 식품, 교통, 에너지, 여가 등과 같은 일상에서의 변화를 통해 그리고 비폭력을 통해 참여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런 참여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 한국에서 자크 엘륄의 사상은 프랑스에서만큼 그 가치가 존중받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자크 엘륄의 사상이 갖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그 사상이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던지는 도전의 중요성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로뇽 : 자크 엘륄은 너무 일찍 올바른 판단을 한 인물입니다. 즉, 그가 예견한 대부분의 것은 곧이어 실제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기술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그러합니다. 프랑스에서 그는 살아생전에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요. 하지만 1994년 사망하고 나서 10년 이후에야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었어야 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사상은 프랑스에서 아주 강력히 퍼져나가고 있지요. 그의 신학은 현실 세계를 초월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의 신학은 오늘날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변동된 현실을 중시하고 있으며, 우리 현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일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엘륄의 사상이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던지는 도전입니다. 그는 돈, 권력, 기술, 정치 같은 모든 우상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에게 경고합니다. 또한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가진 힘과 능력을 쓰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는 ‘비무력’(非武力)과 자유의 윤리를 그리스도인들에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 교수님의 일상 속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때는 언제인지요?
로뇽 : 제가 가장 보람과 만족을 느끼는 것은 저의 가족 생활과 관련되고요. 직업적인 면에서는 학생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볼 때입니다.
이상민 : 그리스도인 학자로서 ‘세상’에서 언제 가장 어려움을 느끼시고,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로뇽 : 그리스도인으로서 저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의해, 그리고 그 윤곽이 드러나는 암울한 미래에 의해 쉽게 낙담합니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 나라와 멀리 동떨어져 있어요. 하지만 제가 그리스도인이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결코 소망을 잃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홀로 버려져 있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의 약속들을 통해 그 어려움들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이상민 : 이번에 성균관대학교에서 개최된 기독교학문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환경 위기의 근원과 도전’(The Roots and Challenges of the Ecological Crisis)이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표를 하셨는데요. 이 시대 ‘환경보호’ 문제와 관련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바람직한 문제의식과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로뇽 : 한국에서든 프랑스에서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각은 기술적 진보를 통해 환경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환상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우리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우리가 집착하는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크 엘륄이 보여주었듯이 기술에는 언제나 양면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은 행복을 가져오는 동시에 문제들을 일으킵니다. 기술을 통해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위기를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상민 : 오늘날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환경보호 문제를 어떻게 공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프랑스 혹은 유럽의 사례를 들어 말씀 부탁드립니다.
로뇽 : 특히 개신교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말씀하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원하신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참조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지구를 돌보라고 권유하며, 예수 그리스도에게 충실하기 위해 ‘비무력’의 길을 택하도록 권유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는 다른 사람들과 피조물에 대한 권력 의지와 지배 의지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오늘날 유럽에서는 교회들이 ‘녹색 라벨’ 운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동하며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자연환경에 대한 자신들의 흔적을 제한하는 것을 책임지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인과 교회들은 ‘윤리적인’ 은행에 자신들의 돈을 예치하도록 권유를 받습니다. 그런 은행들은 환경보호 프로젝트와 사회연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기업들을 지원하지 않지요.
이상민 : 오늘날 유럽 사회는 ‘기독교’의 자리가 점점 더 ‘게토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이러한 상황을 야기했다고 보시는지요. 또한 이로부터 한국 교회가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요?
로뇽 : 세속화는 사회와 기술의 진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기술을 새로운 ‘신성한 것’으로 삼기 위해 기독교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지요. 거기서 끌어낼 수 있는 교훈은 바로 교회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담론을 통해 그런 변화에 대처할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자크 엘륄이 <뒤틀려진 기독교>(Subversion du christianisme)에서 지적했듯이, 많은 점에서 교회들은 자신들의 주(主)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충실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취해야 할 가장 좋은 해결책은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에게 의미와 소망을 줍니다.
이상민 : 한국의 (사)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는 기독교세계관의 기초 위에서 삶과 신앙의 이원론 극복이라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고, 특별히 다수의 그리스도인 교수, 학자, 대학원생들이 멤버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시대적 사명 같은 것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내용과 의미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로뇽 : 저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에 대해 아직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제시해야 하는 가장 좋은 증언은 신앙과 삶 사이의 긴밀한 연결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자크 엘륄이 이끌었던 잡지 <신앙과 삶>의 편집장입니다. 우리는 그 잡지의 글들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 세상과 우리의 신앙을 연결시키려고 언제나 애씁니다. 이는 위안을 늘 주지는 않는 현실주의를 거쳐가지만, 그 현실주의는 현실 세계를 초월한 신앙을 회피합니다.
이상민 : 그리스도인 오피니언 리더들 또는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일차적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로뇽 : 아마도 깜짝 놀라운 것일 수도 있지만, 자크 엘륄처럼 대답해 보겠습니다. 즉, 교회는 사회가 기대하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기대하지 않는 곳에 있지요. 제 생각으로는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은 사회의 온갖 방향을 지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와 반대로, 모든 순응 행위를 없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를 향한 견해를 제시하기 위해 비판적 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이상민 : 마지막으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해주시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로뇽 : 저는 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왜냐하면 저는 우리를 지구 양쪽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와 자매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서로 알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