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미국의 사학자인 린 화이트(Lynn White)는 생태의 위기가 서구를 지배 해 온 기독교 신앙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를 3가지로 요약하였다. 첫째, 기독교의 초월적 신관이다. 동양이나 고대의 다른 신관은 자연 안에 신이 존재하는 범신론이거나 이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독교의 하나님은 자연과 분리된 초월적인 신이기 때문에 자연을 대상화할 수 있었고, 자연을 손상시켜도 죄 의식을 가지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 또한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여, 신, 인간, 자연이라는 위계질서를 만들고, 인간이 자연을 사용하고 지배하는 것을 용인 했다. 셋째, 인간 중심적인 창조론이 문제이다. 자연은 인간을 섬기고 인간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도구적인 존재로 강등 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로 기독교는 근대인들이 자연을 훼손하는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 린 화이트의 비판이었다. 이후에 그의 논리는 환경론자들이 기독교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비판하는 주된 논리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
위의 비판은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은 자연을 보존하기 보다는 무작정 소비하고 이용함으로 오늘날의 생태의 위기, 환경 문제를 야기 시킨 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독교의 신앙과 성경의 원리가 잘못이기 보다는 기독교란 이름을 가진 자들의 비기독교적인 사고방식과 생활 때문이었다.
린 화이트가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성경의 창세기 1장 26-28절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잘못 이해되어 온 측면이 많다. 여기에 나오는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은 히브리어로 ‘카바쉬’와 ‘라다’이다. 특히 정복하다는 말은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에 사용된다. 그러므로 강압적이며 공격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이는 앞에 나오는 구절과 문맥에 따라 읽고 해석해야 정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다루시며,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성경의 전체의 맥락을 통해 이해 할 때, 비로소 정복과 다스림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자연을 지으시고 보기 좋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간과 자연을 사랑의 관계로 여기시며, 돌보시고 가꾸신다. 정의와 사랑으로 다스리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서 정의 사랑, 온유, 섬김, 인내, 겸손 등의 덕들을 닮은 윤리적인 존재로서 자연을 통치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의 청지기, 혹은 정원사, 농부로서 이 세상을 가꾸고 돌보는 근본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성경에서 라다(통치)라는 말은 임금의 통치를 의미하면서 정의와 사랑과 공의로 다스림을 의미하고 있으며, 창세기 2장에 나오는 경작은 다스림, 섬김, 예배의 의미로 예배하듯 땅을 돌보는 청지기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볼 때, 성경은 자연을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를 위해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타락과 그로 인한 죄성은 이러한 창조의 원리를 무시하고 자연을 무자비하게 정복하고 남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게 한다. 그것은 현대에 와서 더 가속되고 있으며, 과학과 경제, 편리와 풍요라는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교회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창조자의 자녀를 자처하는 기독교인들이 창조자의 정신에 거슬려 살아가는 것만큼 불신앙적 삶이 어디 있을까? 그런 이유로 기독교인의 삶은 가장 자연 친화적인 삶이 되어야 한다. 자연 친화적이란 의미가 현대의 환경론자들의 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닐지라도 성경적인 자연 친화와 환경론을 찾고 이를 배워가는 것은 이 땅의 모든 창조자의 아들과 딸들의 책무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청지지적 소명을 감당하기 위한 효과적인 가이드가 될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오랜 시간 환경 운동에 몸담으면서 실천해온 실천가이자 이론가인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센터장의 책인 『생명을 살리는 교회 환경 교육』이다. 그는 그의 책을 통해 기독교인의 환경교육을 “한마디로 인간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깨달음과 나눔”이라고 정의한다. 창조와 타락, 구속, 회복이라는 성경이 담고 있는 위대한 구원의 스토리 속에서 환경교육은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간의 소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위한 매우 구체적인 실천들과 교육 내용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자칫 추상적인 교육에 그칠 수 있는 환경 교육을 우리 주변에 있는 물, 흙, 공기, 재활용 쓰레기 등의 흔한 재료들을 통해 산이나 바다에 가지 않아도 교회 안에서 쉽게 실천 할 수 있는 교육 자료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창조자의 정신을 닮은 창조자의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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