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네 다리는 초콜릿 다리야!” 1학년 친구끼리 놀다가 힘으로 이길 수 없자 토고 출신 위스덤에게 다리 색을 놀리면서 한국 친구가 한 말이다. 1학년 아이들의 교실도 사회의 축소판이다.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다문화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다문화 학생들은 다문화 특별학급에서 한글 교육을 따로 받고, 다양한 문화체험학습에 참여했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갈등은 한글이 아닌 한국인 아이들이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해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18년 교육부의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유·초·중·고등학생이 2010년에 비해 151만 명이 줄어든 631만 명이라고 한다. 그 중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수는 12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의 국적은 나이지리아, 토고, 라이베리아,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17개 출신국이었다. 다문화 배경도 다르다. 난민 신분으로 입국한 부모가 한국에서 낳아 기른 친구들,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혼인을 통해 출생하여 한국에서 자란 친구들, 외국인 노동자로 들어와 한국에서 정착한 부모를 따라 중도 입국한 친구들 등 다양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한글교육과 한국문화 체험 이외에 더 특별한 다문화교육이 필요하다.
나는 예수전도단(YWAM)출신으로 선교사인 친구와 선배들이 많다. 선교적 마인드로 열방을 바라보며 영혼을 섬기는 것을 열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교실에 세계의 아이들이 앉아있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바라보며 가르칠수록 신이 났다. 이 아이들이 이 땅에서 자라 건강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혹시 돌아가더라도 한국의 민간외교관이 될 이들로 여겨 한국을 자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 함께 지내다 보니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나고 자란지 오래되어 한국말을 잘하고, 학습능력과 개별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비교적 많았다. 부모님도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도 많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 학위를 위해 입국한 유학생, 무역업을 하는 사장 등 다양했다. 자세히 바라보면 다문화 가정인가 아닌가에 따라 아이들이 좌우되기보다는, 가정에서 부모의 관계와 역할에 따라 아이들이 좌우되었다. 실제로 위스덤을 괴롭힌 아이들도 가정폭력에 시달린 한국인 아이였다. 그래서 다문화의 시각보다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서로 이해하며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다문화 학생을 맞이하는 다문화 사회의 학교는 다문화 교육을 이렇게 진행하길 제안한다.
첫째.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인으로서, 또 다른 부모의 나라에 대해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든지, 단지 한국에서 자랐든지,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자랐든지 이런 모든 것이 한국인이라는 증명인 것을 일반 학생들과 함께 확신할 필요가 있다. 한국 문화와 또 다른 부모 나라의 문화를 체험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다문화 학생뿐 아니라, 한국 학생들과 함께 평화롭게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비폭력 대화와 공감 서클 등 평화와 인성교육에 힘써야 한다. 편견 없이 바라보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더라도 풀 수 있는 대화의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다문화 특수학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교 교육과정을 다문화 이해교육으로 구성 운영하고, 학급 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 교육을 반영하여 꾸준히 다문화를 상호 이해할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한다. 몇 시간 동안의 반짝 교육으로 생색은 낼 수 있지만, 태도와 습관 형성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학교 안에 다문화 특수학급, 일반 특수학급, 보건실, 복지 상담실 등이 학급의 다문화 가정 아이를 유기적·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그 아이가 건강하게 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한부모 가정의 자녀나, 중도 입국 학생의 경우 부모의 부재로 인한 공백을 다각적인 면에서 돌봐야 한다. 한 아이를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되, 학교구성원들의 통합적 관리는 담임교사만의 한계를 뛰어넘어 아이를 안전한 사회로 진출시키기 위한 큰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다섯째, 학교 밖 다문화 가정지원센터와 드림스타트, 각종 지원단체와 손잡고 함께 아이 뿐 아니라 아이의 가정을 돌봐줄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복지 시스템으로 아이뿐 아니라 다문화 가족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 줄 수도 있다. 또한 난민 신분의 경우에는 아파도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참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에 따라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유스투게더’(Youth Together)의 긴급 지원비나 지역의 깨어있는 복지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친구들은 동정을 베풀 도움의 대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관심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그들의 부모의 피땀으로 월급 받는 교사이기 때문에, 열방에서 왔든, 이 땅에서 자랐든 내게 보내주신 교실의 아이들을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다. 현장에서 다문화 교육은 특정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든 학생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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