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19년 11월 30일(토) 오후 3시,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지난 20여 년 이상 우리나라 다문화사회 문제를 앞장서서 고민하고 직접 섬겨 온 고신대 이병수 교수를 만났다. 이병수 교수는 고신대 신학과와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리폼드 신학대학원(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조직신학 석사(Th.M), 선교학 박사(Ph.D)학위를 받았다. 현재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를 주로 돕는 ‘국제다문화사회연구소’ 소장(2015~ ), 난민들을 주로 돕는 ‘선한사마리아인 구호연대’ 대표(2017~ )를 맡고 있다.
인터뷰어 : 박동열 교수 (서울대 사범대 부학장, 동역회 실행위원장)
저는 1997년부터 고신대학교 글로벌 교육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과목은 ‘조직신학’, ‘선교학’, ‘문화인류학 및 세계화’, ‘다문화 이해 및 다문화 사회’ 등입니다. 1989년 목사 안수를 받았고, 현재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를 주로 돕는 ‘국제다문화사회연구소’ 소장(2015~ ), 난민들을 돕는 ‘선한사마리아인 구호연대’ 대표(2017~ ), 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김해 지역의 김해중앙교회에서 주로 외국인들을 돕는 협동목사로서도 2010년부터 섬기고 있습니다.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제 자신이 국제결혼을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1982년 대만 국적의 중국인 화교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중국 산동 출신의 비단장사 아버지와 전북 출신 한국 여성 어머니의 결혼을 통해 출생한 혼혈 여성입니다. 뜻도 모른 채 주변 친구들에게 ‘되놈’(중국인을 비하하는 말) 소리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지냈다고 합니다.
둘째는 미국 유학생활(1988-1996)동안 받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한국에서 선교사역을 하셨던 은퇴 선교사님을 찾아내어 돕게 하신 것입니다. 도움은 영어만 아니라 문화생활, 특히 주일예배를 섬기는 것과 옷차림, 명절 때는 맛있는 과자와 선물로 따뜻하게 섬겨주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 교회로부터 받은 사랑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다닌 미시시피주 리폼드 신학대학원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유학생 자녀들에게 선물 신청서를 받았습니다(1인당 15달러 이하). 우리 장남은 야구 방망이, 둘째는, 야구 글러브, 그런데 막내는 “아버지 다른 가정에는 거의 자전거가 있는데 우리 집에는 없어요. 지원서에 적어주세요”라며 15달러가 훨씬 넘는 것을 신청하도록 하였습니다. 아이 요청대로 별 기대 없이 신청을 하였습니다. 얼마 후 연락이 와서 선물을 준비한 잭슨 제일장로교회를 온 가족이 방문했습니다. 예상대로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행사를 진행하는 연세든 인자한 여성 한분이 우리 첫째 아들 이름 폴(Paul)을 불렀고, 홀 문이 열리면서 학생들이 자전거를 몰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한 대가 아니라 다섯 대를 몰고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사회를 본 여성분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 가족은 한 대를 원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다섯 대를 준비하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넘치는 선물과 사랑을 타국에서 받으며 하나님께 질문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이 엄청난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 하나님께서 저에게 이런 감동을 주었습니다. “네가 받은 그 사랑을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서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들에게 전하라.”
2019년 8월 말 통계에 따르면, 국내의 국제이주자 240만 명, 미등록 체류자(불법체류자) 약 40만 명, 한국국적을 취득한 국제결혼을 한자 22만 명, 다문화 가정 초중고 학생이 약 17~20만 명, 도합 320만 명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6%에 해당합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넘게 저출산 극복을 위해 투자한 재정만 약 130조에 이릅니다. 그러나 처절한 실패였습니다. 대안은 이민과 관련한 위험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느냐와 함께 이민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현재 재한 외국인 유학생도 급증한 상태입니다. 지난 8월말로 약 200개 국가, 19만 명에 이릅니다. 고려대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이 약 5~6천명에 이릅니다. 그 때문에 각 대학의 그리스도인 교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한국에서 복음을 듣도록 보내주신 놀라운 선교의 기회입니다.
따라서 이미 다문화 사회 문제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를 제안하자면, 첫째, 다문화 사회를 공존과 조화의 사회로 만들어야 하고. 둘째, 차이와 다름을 존중하는 가운데 다양성의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셋째, 나그네를 사랑하고 섬기는 환대의 정신을 펼쳐야 하고, 넷째,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기초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의 실천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선교적 관점에서 선교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 출석하는 한 중국인 젊은이가 일하는 도중 오른 손가락 5개가 완전 절단되어 낙심과 실망에 젖어 병원에서 눈물의 나날을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서 위로하면서 어떻게 이 젊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우선 아내가 그가 일한 고용노동청에 갔습니다. 아내는 그 젊은이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면서 담당직원에게 산재보상금을 좀 더 많이 받도록 부탁했으나, 담당직원이 싸늘하게 반응해서 낙심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은 제가 다음날 아내와 함께 직접 그곳에 가서 제 교수 신분을 이야기하고 그 중국 젊은이가 지금 당하고 있는 어려움과 중국에 돌아가서 당할 어려움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더니, 담당자가 마음의 문을 열고 저의 말을 신뢰하여 그 중국인에게 산재 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 산재 연금이 그 젊은이에게 지급되고 있는데, 그 연금을 제 아내가 관리하여 일 년에 한 번씩 중국으로 송금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을 섬긴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저희들을 신뢰하고 있고, 주님께서 이런 일을 맡긴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또 무엇보다도 그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쌓여가는 신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믿게 되는 것이 가장 기쁘고 좋았습니다.
섬기는 부산의 김해중앙교회에는 한 때 인근에 있는 ‘송월타월’에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출석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했습니다. 특별히 아내는 설날과 추석 때에 그들을 데리고 명절 휴가 기간 동안 섬기기 위해서 전국을 함께 다니는 사역을 하였는데, 정작 저와 세 아들들은 집에서 명절 때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라면을 끓여먹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다문화 사역을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것을 잘 감당하고 넘치는 위로와 축복도 많이 받았지만, 세 아들들에게 소홀히 했던 것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과거 학생으로 공부했고, 현재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고신대학교가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학교입니다. 따라서 첫째, 학교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칼뱅주의 및 개혁주의 신학을 배웠습니다. 둘째, 미국 유학생활에서도 기독교 세계관의 기초가 되는 개혁신학을 배우는 과정에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이 가장 성경적이고 실천적이고 사회변화에 적극적인 이유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봉호 교수님과 기독교 윤리실천운동에 함께 참여하고 실천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이 세계관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세계관을 통해서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삶의 전 영역에 구현하는 점에서 그 운동이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원론의 신앙이 아니라 신앙과 삶이, 지식과 실천이 하나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종교개혁이 대학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주체들인 루터와 칼뱅의 학문적 준비와 경건과 영성을 통해서 종교개혁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종교개혁의 전통에 따라 이론과 영성과 경건이 겸비된 사람들이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신학은 칼뱅 신학, 개혁주의 신학입니다. 칼뱅신학의 핵심은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이 삶의 전 영역에 구현되어야 합니다. 칼뱅은 우리의 삶의 현장과 세계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극장으로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의 전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 전 영역에 나타나도록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세상을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능력으로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런 성경적 개혁주의 신학에 기초한 기독교 세계관은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의 소외된 자, 낮은 자와 고통당하는 자와 함께 하는 것은 신학의 기본적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학은 방법론에 있어서는 이론적이지만 목적은 철저히 실천적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을 특별히 다문화주의와 기독론적 선교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교학자 존 맥케이(Johm Mackay)는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 방식에 따른 선교’(mission in Jesus Christ)를 수행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선교는 기독론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그 분의 십자가의 사랑과 희생과 죽음의 신학에 기초한 신학과 교회와 선교가 되어야 합니다. 다니엘 밀레오리(Daniel L. Migleore)는 “만약 교회의 선교가 그리스도 중심적이라면 그 활동은 십자가의 길을 따를 것이며, 그럼으로써 주변화된 자들과 낯선 자들, 소외되고 무가치하고 우리를 동요시킬 정도로 이질적이라고 간주되는 모든 자들에게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주변화 된 자들과 낯선 자들’ 및 ‘소외되고 무가치한 자들’이 신명기 신학에서 강조하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이고, 누가복음이 강조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입니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다문화 사회에서의 이주민과 난민들입니다. 때문에 한국 교회는 다문화 사회에서 십자가를 따르는 기독론적 선교의 역할과 그와 관련된 여러 난제들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곳에 하나님의 희망이 역사합니다.
첫째, 신명기에서 강조하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사랑하라는 그 말씀에 관심을 가지고 순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신14:28-29). 둘째, 아브라함과 야곱과 요셉의 족장들 모세 그리고 예수님도 이집트로 도피한 이주민이었습니다. 우리도 나그네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셋째, 예수님의 종말의 심판 때 나그네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마 25:38). 마지막으로 다문화 사회가 놀라운 선교의 기회입니다. 중국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 3,500명 중 3,000명이 추방되었습니다. 인도와 많은 지역에서 한국인 선교사들이 추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외국인이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선교의 기회입니다.
“나그네를 사랑하라”(신10:19)는 성경말씀에 기초한 ‘이주민에 대한 환대’와 ‘인간존중’에 대해 부탁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환대의 관점에서 소개해드립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님으로만 아니라 삶속에서 만나는 우리의 이웃, 이주민 및 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환대’해야 할지를 가르쳐 줍니다. 둘째는 ‘인간존중’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은데요. 이와 관련해서 특별히 우리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스위스 작가, 막스 프리슈(Max Rudolf Frisch)의 한 마디 말도 함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노동력을 불렀다. 그런데 사람들이 왔다!”
또한 이런 자세와 태도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성경구절도 있지요. “거류민이 너희의 땅에 거류하여 함께 있거든 너희는 그를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거류민이 되었었느니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19: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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