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외국인들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꾸준히 찾아온 이래 다문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7년, 법무부는 2030년 경에 인구 500만 명의 다문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각각 전망하였다. 그들은 그동안 타국에서 고충과 역경을 이겨내고 어엿이 우리나라 국민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미술인들의 반응도 더디지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한 예로 완주군 고산면에 버려진 폐교가 다문화가정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예를 들 수 있다. 강정진, 심재천, 진창윤,이기홍 등 지역작가들은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시효를 다한 학교를 다문화카페, 미술체험장, 다목적 전시실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주여성을 위한 ‘다문화카페’는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캐릭터를 활용해 간단한 차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휴식과 담소를 나눌 수 있게 한 문화 사랑방으로 조성됐다. 작가들은 탁자에서부터 전등갓, 벽장식, 바닥의 매트까지 그들의 문화적 전통을 고려하여 제작하였다.(그림1) 다문화카페 옆에는 지역예술가와 소통할 수 있는 ‘창의미술 놀이터’를 만들어 이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였다.
그림 1) 폐교를 이용하여 다문화 카페를 만든 완주 지역문화자산연구회팀의 공공미술작품
한편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안산의 원곡본동에는 다문화 구성원들을 위해 조각 및 설치작품을 제작하였다. ‘프로젝트 무브먼트’ 소속 작가들은 이 지역 주민의 70%가 외국인이며 20여 개국 출신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광장 중앙에 다문화를 상징하는 지구본과 지도를 표기하는가 하면 계단에 각 나라의 언어로 국가 명을 새겼고 또한 아트벤치를 제작, 설치하였는데 광장의 특성에 걸맞게 ‘We are the One’이란 글자로 된 돌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들은 또한 공원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초상화를 그려 설치하였다.
다문화 사회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접근한 모범적인 사례를 소개하면,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개최된 ‘쉘터 포 소울’(Shelter for Soul)전을 들 수 있다. 국제전문인 도시건축봉사단(BAMI)이 중심이 되어 주최한 이 행사에는 59개국에서 5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방글라데시의 샤민 이란핫산의 작품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방을 갖지 못한 방글라데시 빈민촌의 한 소녀를 위해 단출하지만 쓸모 있는 공간을 구상하였다. 설치 공간은 간단한 놀이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고 독서와 그림을 그리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까지 배려하였다.(그림 2)
그림 2) '쉘터 포 소울'에 출품한 방글라데쉬의 샤민 이란핫산의 설계도
이외에도 시각장애인, 지적 장애인,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등을 위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이 전시는 예술가가 다문화 사회의 현실에 접근할 때 어떤 입장과 관점에 서야하는지 뚜렷이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한 영혼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피부색과 국경을 초월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계기가 된 셈이다.
다문화 시대에 직면한 그리스도인은 아브라함이 부지중에 나그네들을 환대했던 것처럼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겨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렘브란트(Rembrandt)는 일찍이 <나그네를 대접하는 아브라함>(Abraham Serving the Three Angels,1646)(그림 3)을 제작했는데 손님들을 높은 자리에 앉히고 아브라함은 무릎을 꿇고 손님들을 대접하는 기쁨을 묘사하였다.
그림 3) Rembrndt, 나그네를 대접하는 아브라함, 유화, 1646
아브라함은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나그네를 섬기는 모습이 하인처럼 겸손하기만 하다. 죠수아 W. 지프(J. W. Jipp)의 말처럼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환대는 우리가 서로를 환대하는 것의 토대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를 찾아온 한 영혼 한 영혼을 훈훈함과 겸손함으로 대접하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인의 필수 덕목이라고 믿는다.
한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의 대부분이 이슬람권, 힌두권, 불교권 국가 등 복음을 접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리들로서는 그들에게 전혀 들어보지 못한 복음의 진리를 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레슬리 뉴비긴의 말처럼, 복음 전파가 사람의 마음과 생각과 양심에 호소해서 반응을 촉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의 훌륭한 모델을 아브라함의 환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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