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성서와 다문화! 오랜 역사를 가진 ‘성서’와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단어, ‘다문화’가 분명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삶의 기준이자 윤리적인 기초가 되어온 성서는 다양화, 다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역시 최근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이주의 문제, 즉 한국의 다문화·다인종·다종교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과의 소통, 평화로운 공존을 고민하며 이 책의 저자로 함께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캐나다와 한국이라는 두 삶의 자리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가르치고 있는 여성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다. 각자 다른 이주의 경험을 성서의 읽기를 통해 찾아내고 다음 세대와 함께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기대하는 목적으로 쓴 책이다.
성서에는 성 차별, 계급 차별, 인종(국가) 차별, 종교 차별 등의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모두에게 어떤 조건도 없이 주신 하나님의 ‘환대와 사랑’이 아닌, 차별과 배타적 성서해석으로 이해해 온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차별의 상황에 놓여있는 다문화의 현실 속에서 오늘날의 인권이나 정의, 평화와 연결해 하나님나라를 바라보게 한다. 부제로 정한 ‘다름으로 일구는 하나님나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 7명과 신약 5명 등 성서 전체에서 선정한 인물들(하갈, 다말, 십보라와 아들, 라합, 룻과 나오미, 나아만의 여종, 요나를 지켜본 니느웨성의 여성, 아기 예수와 부모, 가나안여성, 사마리아여성, 루디아, 브리스길라)의 공통점은 경계를 넘어 이주의 상황을 경험했고, 당시 주목받지 못한 비주류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그들을 단순히 약자, 수혜자의 위치만이 아닌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각 장은 총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첫 부분은 주인공이 나오는 성서 본문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가장 중심이 되는 둘째 부분에는 성서의 인물을 주로 1인칭 관점인 ‘독백’이나 대화체를 통해 각각 이주의 경험 속에서 만난 하나님을 보여주고 새로운 소망을 드러낸다. 셋째 부분은 이주 ‘사례’를 신문기사에서 찾아 그 내용을 소개하며 이해를 돕는다(책은 2013년 발행되었기에 다소 시대감이 떨어질 수 있으나, 대부분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마지막인 넷째 부분은 독자들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신앙인의 실천을 ‘질문’을 통해 독려하고 있다.
성서의 사람들 역시 이주를 경험했고 다문화 사회를 살았다는 것은 신선한 성서 읽기라고 본다. 이들이 가졌던 상황이 그리 순탄하거나 안전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그 안에 있었던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했고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공동체를 살리고 안정시켰다. 하나의 예로, 하갈(창세기 16, 21장)이 비록 사라의 여종으로 아브라함과의 관계에서 아들 이스마엘을 낳았지만, 이집트 여성노예라는 ‘성, 계급, 인종의 삼중차별’(Phyllis Trible)을 넘어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하나님의 약속과 새 민족을 허락받은 이주여성이 되었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정적이거나 배타적인 이중적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주의 문제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주민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시민으로, 신앙인으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고 사회적 거리감을 좁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이 책을 읽고, 속한 공동체에서 같이 나누는 실천이 곳곳에서 일어나면 좋겠다. 영문번역판인 <The Encounters-Retelling the Bible from Migration and Intercultural Perspectives>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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