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 자신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고 알아차린다. 한편으로는 몸이 약해지는 쪽으로의 변화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의 지평이 계속하여 펼쳐지는 것 같은 변화이다. 오십대 이후에 나에게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신체적 이상증상이 왔었는데 어깨와 치주와 방광, 그리고 대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단기간 내에 다시 불편함이 없어져서 건강하게 지낸다. 특히, 내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겪었던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그리고 혈압이나 당뇨가 없으니 아직 생명신호에는 별 이상이 없어 감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나이는 시간에 따라 들어가고 있다.
내 마음은 어떠한가? 지난여름에 우연히 어느 유명 회사의 검사기계로 나의 우뇌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다는 진단결과를 듣게 되었다. 순간 조금 의아했다. 나는 과학과 공학을 주로 하는 사람인데 우뇌가 활성화 되어 있다면 뭔가 조금 이상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전에 또 다른 결과를 받아 보게 되었는데, 흔히 많이 해보는 성격유형 심리검사에서 과거에 내가 알던 성격이 아닌 다른 성격이 나에게서 나온 것이다. 내가 왜 이러는 것일까? 그 이후 줄곧 나는 나에 대한 검사결과를 곱씹어 보면서 ‘나의 나 된 것’에 대해 계속하여 해석해 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나의 생활은 안정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작으나마- 역동의 연속인 듯하다.
가정에서는 자녀와 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며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교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에서는 여전히 섬김이 발생하고 기도가 필요하며 은퇴 후의 인생을 위한 모험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지역의 대학교수선교회를 맡았으며 교수 선교사로 임명받고 한국학생들과 유학생들을 말씀으로 양육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로 인하여 나의 처신들은 많아졌으나 그 본질은 하나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비로소 기도의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주님의 뜻을 묻고 들으며 주님과 동행하려는 마음이다.
내가 기독교세계관을 처음 접한 것은 삼십여년 전, 홍릉의 과학원에 입학하면서 부터이다. 교회중심의 예배와 신앙생활이 아닌 기독교 서적을 읽고 공부하는 독특한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 접속이 되었다. 솔직히 나는 처음 그 모임의 선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고 단지 지식인답게 보이는 무언가를 하는 고상한 모임 정도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박사과정과 결혼과 가정 그리고 잘 풀리지 않는 학위논문과정 등이 얽히면서 동시에 조직신학과 교회사 공부를 통해 신학과 기독교 학문세계에 점점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과 대학에서의 교수생활로 이어진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항상 그 옆에 기독교세계관이라는 동무가 같이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동료들이 있었으며 나도 동무로서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는 꿈이 펼쳐져 있다.
나는 기계공학으로 학위를 마치고 대기업에서 항공기 설계 및 개발 분야로 직업을 갖게 되었다.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도 기계공학에서 기독교세계관을 일구어 가는 것은 바람 불지 않은 범선의 항해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신앙과 독서를 이어가는 기독교세계관 동역회 소모임은 이어져 갔다. 학교에서 직장으로 터전이 바뀌어 나가던 우리들은 곧 직장이라는 곳이 각종 고민과 어려움들이 계속하여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이스트의 쪽문을 나가면 대덕한빛교회가 있는데 우리는 그 교회의 카페에서 –별도 건물- 만나곤 하였다. 기계연구원의 이근호 박사, 항공우주연구원의 김승호 박사, 특허청의 김병남 박사, 핵연료의 전종국 형제 등등이 주로 함께하였다. 각자의 직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은 고스란히 우리의 토론거리가 되고 기도제목이 되었다. 그렇게 하여 기독교세계관을 공부하고 적용해 보려는 마음들이 생기게 되었고 문제와 모순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곧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야만 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남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교육이라고 하는 필드에서 더 많은 기독교 세계관의 주제들을 발견하고 경험하고 작은 실천을 해 나가게 되었다.
기독교세계관을 통해 학문과 신앙의 통합을 이루어 가리라는 꿈은 기독교세계관 친구들과 같이 해 온 삼십년 동안 변함이 없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것은 현실이 되지는 못하였다. 어쩌면 그 꿈은 과거라면 가능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갈수록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나를 포함하여 과거에 그런 생각을 갖는 친구들이 너무 순진하였거나 무모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온전한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유일한 소망은 그 분 뿐이실 것이다.
나는 공학자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예수의 부름을 받아 나선 사명자로서 가정과 교회와 학교와 사회 공동체의 현장에서 살고 있다. 처신은 많으나 본질은 하나이다. 본질은 주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사랑으로 주님께 묻고 듣는 기도로 삶의 현장에 나아가는 그것이다. 세상은 창조에 대한 모순과 불순종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 영적인 탄식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다 이루실 육과 영의 통합 그리고 학문과 신앙의 통합을 위하여 보내어진 사명자들 일 것이다. 은퇴를 비롯한 그 무엇도 우리를 향한 그리스도의 그 사랑에서 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몸의 쇠퇴를 느끼지만 마음은 늘 새로운 곳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발견이고 감동이고 도전이고 모험이다. 하나님이 바람을 일으키시면 나는 기독교세계관이라는 돛을 펼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고전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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