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교육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대학교 2학년 때 만들었던 사명 선언문이다. 한국의 공교육 제도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자라났으나, 평균 이상으로 한국 교육의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며 교육을 바꿔내고 싶은 열정이 참 앞선 학생이었다. 그 와중에 내 인생에 문을 두드려준 하나님은 그 공의로운 열정보다는 박상희라는 나에게 무한한 관심을 쏟으셨다. ‘나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존귀하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주셨다. 그 후에야 조금씩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너져가는 세대 속에 어떠한 그리스도인 청년이 되어야하는지 훈련시켜주시고 계신다.
나는 하나님께서 ‘교육’이라는 영역에 그 나라를 세워가는 축복의 통로로 부르셨다고 믿는다. 교육영역에서 가장 생생한 현장은 학교이지만, 그 학교와 학교의 구성원들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보다 필요에 맞게 지원해주고 촉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 교육 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곳을 사역지로 허락하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직장 내 리더십의 부재와 불의한 업무 지시, 조직의 갑작스런 해체 등은 부르심에 부응하는 삶은커녕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 있지 않을까 ‘동요’의 마음으로 가득 차 버렸다. 융통성이라는 명목으로 시시때때로 지시받는 불의한 업무들과 국가 예산을 해당 목적에 맞게 쓰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 뿐 만 아니라 그것을 내 손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주께 하듯’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려한 것 뿐 인데 그 성실은 결국 불의한 일을 돕는 결과가 되어버리니 그리스도인으로서 괴로웠고, 분노의 감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기도를 해도 내가 원하는 말씀을 주시기보다는, ‘인내’하고, ‘충성’을 다하라는 마음을 주시는 것은 너무 원론적이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지금 있는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상황은 나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 대안은 오직 하나,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직에 눈을 돌려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창6:5-6)”
그러나 일차적으로 주일 말씀과 공동체 교제 등을 통해 깨닫게 해주신 것은 세상은 원래 이렇다는 것이고, 그것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이었다. 물론 하나님이 지으신 본래의 세상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죄로 인해 악해진 세상이 된 것을 성경의 맥락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오늘은 살아가는 우리의 시공간도 동일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 살고 있을지라도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하나님 나라의 왕 같은 자녀로 오늘을 살아내는 것, 그것은 하나님이 부르신 부르심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창1:27). 이 말씀은 창조의 삶을 반영해 내는 오늘을 살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창조물 중 오직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존재는 사람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 청년으로서 직장 내 상황과 감정에 함몰되지 않는 것이다. 작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니 그 회오리 속에 들어가니 하나님의 음성도, 나의 원초적 부르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그것은 상황에 그저 타협하거나 순응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한 상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한편으론 그 상황을 묵과하거나 회피하는 것 같아서 더 감정적이 되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 창조의 삶을 살아내지 못하게 하는 불의한 영역이 있다면 지혜롭게 바꿔낼 수 있는 용기와 노력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이야기는 ‘창조’로 시작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세상 속에 살되 타협하지 않는 삶, 세상에 오염되지 않고, 빛 가운데 행하는 삶을 살아내는 2020년이 되길 소망한다. 결코 직장이 안정감을 주는 곳은 아니다. 직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만이 진정한 내 삶의 안정감이시며, 영원한 삶을 소망하며 오늘을 살아내는 주님의 자녀가 되고 싶다. 부르심에 충성되는 것, 성실을 다하는 것, 이기려하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 때때로 불의한 일이 있을 때 기꺼이 아니라고 지혜롭게 말하고, 행하는 것, 이것이 창조의 삶을 사는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삶의 방향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칭찬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