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성경을 읽어라!”다. 그리고 이 문장은 동시에 내가 만난 김기현 목사님의 생애도 요약한다. 이진경의 책 <삶을 위한 철학 수업>(문학동네, 2013) 130쪽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건축가가 바우하우스의 총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를 사사했다. 나중에 그가 건축가로 활약하며 회상하기를, 미스는 그를 기억하지도 못했지만, 그는 미스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하며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 공부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김기현 목사님은 미스 반 데어 로에 같은 분이다.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같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때, 목사님의 페이스북 글을 읽거나 카톡을 할 때면 “성경을 읽어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성경을 읽지 않은 사실이 생각나 부끄러움에 괜히 성경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을 소위 말하는 김기현 목사님의 인생작이라고 표현한다면 그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나 공자의 <논어>와 같은 희대의 역작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목사님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김기현 목사님이 얼마나 성경을 사랑하는지 증언하는 책이자 그 사랑을 참지 못해 터져 나오는 고백록처럼 읽었다. 다른 사람들도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쓴 책. '성경을 읽어라'는 호소문을 300여 쪽에 걸쳐서 풀어놓은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을 고백하고 있을까? 먼저 성경을 왜 묵상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하고(1부 묵상의 기초) 어떻게 묵상하는지 난이도(초, 중급자)별로 상황(목회자, 직장인)별로 구체적으로 알려준다(2부 묵상의 방법). 이에 그치지 않고 묵상을 적용, 기도, 나눔, 예배로 확장하고 지속하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며,(3부 묵상의 실천) 마지막으로 끝까지 우직하게 묵상을 놓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와 응원의 말을 남긴다.(4부 묵상의 문제) 완독을 추천하지만 필요에 따라 자신이 묵상을 왜 해야겠는지 모르겠다면 1부를, 묵상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면 2부를, 묵상하지만 실천이 어렵다면 3부를, 4부는 묵상을 하다가 지친 상황에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묵상의 이유를 찾을 1부가 필요했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바빠서 읽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또 부모님에게 권하고 싶어 2부의 ‘직장인을 위한 한 줄 묵상’을 읽어봤다. 그리고 교회에서라도 묵상 나눔을 잘해보려고 3부의 나눔을 집중해서 봤다. 4부는 묵상이 힘들어질 때 다시 읽으려고 개략적으로 읽으며 나중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문장만 따로 밑줄 표시해놓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1부에 등장하는 "신앙의 선배들은 성경을 줄줄 외웠습니다"(21쪽)라는 구절이다. 그 이유는 최근에 읽은 한 책 때문이다.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 강의>(안티쿠스, 2008)에서 이마미치는 신곡을 읽기 전에 먼저 서양문화의 원류로서 호메로스를 짚고 넘어간다. 그러면서 그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각각 1만 5,693행, 1만 2,110행이나 되는데 문자로 기록되기 전에는 분명히 음유시인이 다 외워서 읊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게 도대체 가능한가 싶은데 다음 장에 그는 키릴 열도 인근에 거주하는 아이누 민족의 서사시 유카라를 기록한 긴다이치 교스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긴다이치는 녹음기 없이 낭송자의 말을 필사한다. 그렇게 한 명에게서 받아 적고 다른 부락으로 가서 또 다른 낭송자의 말도 받아 적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필사본을 비교해 보니 거의 차이가 없었다. 긴다이치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성경을 통째로 외운 것은 물론이고 그 성경 말씀에 따라 노예를 해방하고 빚 문서를 불태우는 실천까지 했으니 한국 교회 초기는 이런 기적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때가 아니었을까?
김기현 목사님이 소개하듯이 한국 초기 교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는 성경을 줄줄 외던 것에서 시작한다. 성경을 번역해 자녀에게 가르쳤다는 이유로 화형을 당했던 시기에 루터는 번역본 성경을 내놓는다. 루터 또한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 읽었"고 "도저히 성경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루터는 성경에 쓰인 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19쪽). 도대체 성경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목숨 걸고 외우고 읽었을까.
이 답이 궁금하다면 직접 경험해 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빛 문서를 태우는 책, 노예 문서를 태우는 책, 내가 불타 죽어도 읽고 번역해야만 했던 책. 이 책, 성경은 위험하다. 성경은 묵상하는 자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경을 읽으면 내가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바뀌면 내가 보는 세상도 달라진다. 소설가 김연수가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스무 살>(문학동네, 2015), 9쪽)고 썼던가. 그러면 성경을 읽은 나는 이렇게 외친다. “묵상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묵상 이후가 온다.” '일상'에서 '묵상 이후'로 넘어가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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