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유엔 조사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 도시는 외적인 화려함만큼이나 짙은 어둠의 그림자가 그 내면에 드리워져 있다. 물질을 향한 사람의 탐욕과 각종 범죄, 끔찍한 사건, 사고들, 음주와 도박, 매춘 등 악한 문화가 창궐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지극히 외롭고 불안하며 두려운 일상을 살아간다. 아름다움과 화려함 이면에 허무와 절망이 있으며, 향락과 쾌락 뒤에 숨겨진 불안과 초조가 있다. 거대한 부와 성공, 성장의 신화 아래 감추어진 가난과 불평등, 빈부의 격차 등으로 인한 존재의 깊은 좌절이 있다. 도시는 무명성과 이동성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촉진시키는 반면, 개인은 자신의 연약함을 인하여 고독함과 채워지지 않는 내적 갈망으로 고통하고 있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도피성을 찾아 헤매고 있으므로, 상처 받고 깨어진 사람들의 참된 안식과 구원을 위해 교회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할 것이다.
도시화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각종 관계의 붕괴에서 오는 아픔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고도의 산업사회로 줄달음질치면서 무한 경쟁이 당연시 되고 급격한 개인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가정은 하숙집처럼 변해가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거나 교제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며, 이혼은 급격히 증가하고, 세대 간의 단절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를 배우고 문제를 다루어내는 지혜의 보고인 가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와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할 길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큰 가정’이라 할 수 있는 교회는 복음과 진리의 말씀으로 성도들의 작은 가정들을 바르게 세움으로 시대의 필요를 공급하고, 영혼들의 아픔을 감당해 내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계층, 그리고 각기 다른 세대들이 모여 그 모든 사람들이 교회를 자기 집처럼, 성도 서로를 자기 가족과 피붙이처럼 여기며 서로 책임 있게 사랑하기를 배우고 익히는 곳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는 과거를 현재 우리의 기준으로 재단하면서 쉽게 비판하고 꼬리를 잘라 냄으로 관계를 단절하는 모습을 어디서나 보게 된다. 과거가 없이 오늘이 없고, 오늘이 없이 내일도 없는 것인데, 너무 현재만 기준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교회의 관심이 과거에 붙들려 있지 않고 미래 지향적이 되어야 하며, 지금과 현재에만 머물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함께 품는 포용성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과거의 허물의 일부를 우리의 책임으로 받아 함께 뉘우치고 감당해 낼 때에야 비로소 바른 미래에 대한 준비도 가능할 것이며, 다음 세대를 존중하고 희생과 사랑으로 양육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주일에 젊은 세대들이 부모 세대들과 함께 예배할 수 있게 하여 예배를 통한 세대 간의 교제와 사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청년과 대학생들이 부모 세대와는 다른 예배 시간에 자신들만의 예배를 드리고, 성경 공부를 하고 헤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청년과 대학생들은 예배드리는 시간부터 부모 세대와 분리되어 있어서 세대 간의 사귐과 만남 자체가 원천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실정이다. 부모 세대와 함께 예배하고 같은 진리의 말씀을 듣지 못함으로 교회가 마땅히 공유하며 계승해야 하는 핵심 가치와 정신을 나누지 못하게 되고 세대 간의 간극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서울교회에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당시 5부로 드리고 있던 주일 대예배를 4부로 바꾼 일이었다. 주일 오후에 드리고 있던 5부 예배는 청년과 대학생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었는데, 비록 세대가 다르고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며 사물에 대한 가치와 판단도 많이 다르지만, 한 성령 안에서 한 몸으로 더불어 자라고 함께 자라야 세대 계승과 성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청년 세대들로 하여금 4부까지의 각 예배로 흩어져 장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게 했다. “과연 청년들이 부모 세대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를 좋아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약간의 부담과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의 몸으로 모든 지체와 세대들을 아우르는 한 공동체로 부르셨음을 믿고, 더불어 자라고 하나 되게 하심을 힘써 지켜내며 서로 책임 있게 사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런 모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감히 시도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청년들이 더 많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우리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이 분명해졌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남자나 여자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차별이 없이 모두 하나인 것처럼 자녀와 부모의 세대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요즘 세대들이 전통과 제도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자기중심적인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신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영적인 것들에 마음이 많이 열려 있을 뿐 아니라, 영적인 것들을 간절히 사모하기도 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이미 풍족한 시대를 경험하며 자란 우리 자녀 세대들은 더 이상 사회적인 성공이나 화려한 성취가 있는 삶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 관계, 사랑, 타인을 돕는 삶 등에 더 큰 우선순위를 두고, 그런 삶을 향해 깊은 목마름을 가지고 그리워하며 산다. 놀랍게도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목말라하는 것은 사랑에 기초한 깊고 친밀한 관계이며, 서로 사랑하고 소속되어 희생하고 섬기는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교회야말로 바로 그런 일을 감당하도록 세상에 두신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요 도구가 아닌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는 고귀한 희생과 헌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돌보는 섬김, 피붙이들보다 더 소중한 만남과 교제 등이 교회 안에 여전히 살아 역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친밀한 가족 공동체적인 특성을 회복하고, 세상을 향하여 희생과 헌신의 자리로 나아갈 때, 세대와 세대가 연결되고, 시대의 필요와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귀한 역사가 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께서 이런 일을 속히 이루어 주시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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