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돌이켜보니 나도 모르게 기독교 세계관과 만난 것은 1978년쯤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사범대 교육학과 학생으로 서양철학을 부전공했던 나는 선교단체에서 성경공부를 통해 다시 뜨거워진 신앙과 철학을 ‘통합’하고 싶었다. 그 무렵 손봉호 교수님이 총신대에서 기독교철학을 강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손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싶어 몇 번 청강을 했다. 그 해 출판된 <현대정신과 기독교적 지성>이라는 책도 탐독했다.
그 시절은 유신독재의 막바지였다. 세상은 불안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때 내가 발견한 해결책은 ‘기독교철학’이었다. 대학원에서 아예 서양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숭실대 김영한 교수님의 지도 아래 스위스 신학자 에밀 브루너(Emil Brunner, 1889-1966)의 기독교철학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다. 무척 길었던 독일에서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6년에 귀국해서 다시 손봉호 교수님을 만났다. 그분은 철학교수만이 아니라 시민운동가가 되어 있었다. 이미 유럽에서 알았던 강영안 교수와 총신대의 신국원 교수님과도 교제하면서 기독교학문연구회(기학연)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 참여했다. 그 때부터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책을 읽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기독교 세계관을 흡수했다. 알버트 월터스(Albert Wolters), 제임스 사이어(James Sire), 브라이언 월쉬(Brian Walsh)와 리처드 미들톤(Richard Middleton), 폴 마샬(Paul Marshall), 아더 홈즈(Arthur Holmes), 프랜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 등의 책을 읽었다. 그들 배후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라는 커다란 샘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카이퍼를 탐구하게 되었다.
기독교 세계관 공부는 나의 철학 연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박사학위를 했던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해석학을 나의 철학의 모델로 삼기 보다는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신학에 기초한 문화철학, 과학철학, 예술철학을 세우고 싶었다. 이런 마음으로 2000년부터 백석대에서 기독교철학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또 하나의 도전은 기독교대학에 대한 연구였다. 웨슬리 웬트워스(Wesley Wentworth) 선교사님이 소개해 준 조지 마스덴(George Marsden)의 <미국 대학의 영혼>을 통해 기독교대학이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어떻게 설립되었고 변화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백석대에서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보직을 맡으면서 북미의 기독교대학을 방문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럽대륙의 대학들은 역사가 훨씬 길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이 되어 기독교적 성격을 잃은 반면에, 북미는 사립대학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교회와 긴밀하게 연결된 기독교대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베일러 대학(Baylor University), 페퍼다인 대학(Pepperdine University), 칼빈 대학(Calvin college), 위튼 대학(Wheaton College), 도르트 대학(Dordt College), 댈러스 침례대학(Dallas Baptist University)을 방문하면서 기독교대학의 구체적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기독교대학은 기독교학문 연구와 교수 프로그램 없이는 그 정체성을 이어갈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대학 안에서는 기독교철학과 기독교 세계관을 강의하고 밖에서는 기독교학문연구회와 연구소, 기독학술교육동역회와 통합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실행위원으로 40대와 50대를 보냈다. 특히 중앙대의 김승욱 교수님과 오랫동안 같이 기학연과 동역회를 섬겼다. 이제 기독교 세계관과 만난 지 25년이 된다. 여전히 나는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학문, 기독교대학 운동이 우리 사회와 한국 교회에 필요하다고 굳게 믿는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이 운동을 북한에 가서 하고 싶다. 동시에 여전히 기독교 세계관을 실천하며 사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기독교 세계관을 이론적으로 제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가고 교회 공동체와 직업 공동체를 통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성적이고 실천적 측면이 강한 기독교 세계관을 내면적 경건의 영성과 연결해서 연구할 필요도 느낀다. 결국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세우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확신과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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