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중국의 호도협은 페루의 막추피추, 뉴질랜드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와 더불어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로 꼽힌다. 2015년 GMTT(Global Mission Team Training)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호도협 트래킹을 했다. 건강상 높은 고산 지대를 올라가는 게 걱정이었지만 심호흡을 하며 5시간 넘게 산을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화소 높은 카메라로도 담기지 않았다. 자연의 장엄함 앞에 서자, 지나온 시간이 영화처럼 흘러갔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굳은 결심의 결과였을까? 나는 그 해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GBS(Global Bridge Of Sharing) International’이라는 선교단체에서 행정 간사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촛불 정국으로 한국 사회는 새롭게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 교회는 도리어 후퇴하며 위기를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은 각기 다른데 천편일률적인 답을 제시하는 설교와 더불어 신앙과 삶을 분리시킴으로써 종교적 형식만 남은 한국 교회는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아모스 5장 24절)는 예언자적 외침을 잃은 지 오래 된 것이다. 이런 한국 교회의 불안한 상황에 직면하여 가장 먼저 이 단체가 한 일은 ‘신학’의 재정립이었다. 초기에는 ‘청년사역혁신포럼’이라는 형태로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선정하여 폭넓은 인문지식을 함양하면서 교회의 청년사역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포럼을 진행했다.
하지만 포럼은 단회적이며 일시적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그리고 밀도 있는 방식으로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모임인 ‘청년신학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청년신학아카데미’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형식을 지양한다. 1시간의 강의를 듣고서 소그룹으로 흩어져 1시간 정도 토론을 한 후, 다시 모여 소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가지고 강사에게 질문을 한다. 처음엔 토론 형식이 어색하여 참석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방식이 ‘청년신학아카데미’의 특징이 됨으로써, 서로 함께 배우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임이 되었다.
비록 이 선교단체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여기서 만들어진 콘텐츠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하고, 교회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청년신학아카데미’ 모임에 와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곤 한다. 이 모임을 통해 오늘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성경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
‘청년신학아카데미’의 기획위원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아쉽게도 기획위원 모두 남성이고 현재 신학생이거나 목회자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청년들은 어떤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접근하는 과정에서 성실하지 않아서 힘이 실리지 않는 것 같고, 시니어들은 오랜 시간 고민하며 쌓아온 내공은 있지만 여전히 문제에 대한 답을 알려주려고 애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려면 서로를 향한 포용의 각도를 넓혀야 한다. 그럴수록 더 깊어진 품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흐름에 함께 호흡을 맞춰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필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1인 출판사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천천히 꾸준하게 좋은 책을 펴내자’라는 의미를 담아 출판사의 이름을 ‘거북’을 연상시키는 ‘고북이’라고 지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내가 창업이라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와 창업 동기는 교회 공동체에서 비롯되었다. 필자가 출석하는 서향교회는 중심 사역 중 하나로서 ‘청년 창업’을 모색하고 지향하는 교회여서 교회 공동체가 창업의 계기와 매개가 되어준 것이다. 서향교회 안에 설립된 ‘고엘 뱅크’를 통해 출판에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었고, 출판에 필요한 정보 수집 및 출판할 책의 교정, 편집 디자인 작업에서 교회 공동체의 형제와 자매들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있어서 비록 1인 출판사이지만 큰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교회 공동체 내의 시니어가 출판사 창업 과정과 출판 작업에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 그 시니어는 이른바 ‘라떼’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끌어오거나 내세우지 않고 현재의 공동 작업에 필요한 이야기를 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이야기해주어서 서로 즐겁게 소통하며 출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판 작업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이 교회 공동체 내에서 비록 세대는 다르지만 여러 지체가 소통하며 작업을 도우고 있어, 힘을 내어 편집과 출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천천히 꾸준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현재 내가 맡은 일을 하는데 있어 긴 호흡을 하며 천천히 꾸준하게 걸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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