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Thinking through Creation - Genesis 1 and 2 as Tools of Cultural Critique> /
크리스토퍼 왓킨(Christopher Watkin) / P & R Publishing / 2017.
이 책은 총 170쪽이니 비교적 두껍지 않은 책이다. 그 중에서 책에 대한 찬사 4쪽, 내지, 목록, 용어설명, 참고도서, 성경 색인, 주제 색인 등을 빼면, 본문은 145쪽으로 줄어든다. 그러니 부담 없이 들고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난이도에 대해 말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대학생이 되어 이 책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책을 썼다고 했다 (137쪽). 그의 목표는 달성되었다. 다루는 주제의 무게에 비하면 매우 쉽게 읽힌다. 하지만 윌리암 에드가(Willima Edgar)의 표현처럼 이 평이함은 ‘속기 쉬운 단순함’(deceptive simplicity)이다. 왓킨은 이 단순함을 통하여 독자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때로 뒤통수를 치고 그 안에 감춰진 예리한 무기로 사정 없이 찌른다.
왓킨이 이 책에서 시도한 작업을 씨 에스 루이스(C. S. Lewis)의 말을 빌어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기독교를 믿는 것을 내가 태양이 떠있다는 것을 믿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내가 떠 있는 태양을 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태양을 통해서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11쪽). 왓킨은 성경이 진리임을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통해서 모든 것을 보고자 했고, 그 시도는 꽤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왓킨이 이 책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그가 인용한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의 말에서 잘 대변 되었다(138-139쪽). 그 내용들을 요약 정리하자면 대략 아래와 같다.
우리의 문화에게 성경을 설명해 주려면 결국 그 문화의 언어와 개념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문화에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 도리어 성경을 통해서 문화를 해석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문화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문화가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할 수 있다. 비로소 그 문화에 충격을 주고 변화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두 가지에 정통해야 한다. 곧 성경과 문화이다. 문맥으로부터 유리된 성경 구절을 이런 저런 문화적 현상에 적용하고자 해서야 아무런 힘이 없다. 먼저 성경을 전체 흐름을 따라서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문화에 대해서 깊이 이해해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가야 한다”는 격언처럼 그리스도인은 세속의 문화의 신을 신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139쪽). 세속 사람들의 고민과 연구의 치열함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무작정 그 문화를 비판해 가지고는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 이 일을 가장 훌륭하게 수행한 선생 중의 한 사람이 아우구스티누스였다. 왓킨은 자신이 서 있는 전통을 ‘아우구스티누스, 칼뱅, 반 틸, 밀뱅크, 뉴비긴, 스토트’라고 밝혔다(143쪽). 모두 성경과 문화의 문제에 정통한 인물들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 왓킨은 패턴을 만들어서 문화에 적용한다. 그리고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이것을 하나의 지침으로 삼아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원한다. 거기에 사용된 성경의 자료가, 삼위일체, 물리적 세상의 창조, 인간의 창조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창세기 1-2장까지 다루므로 거기서 이것을 뽑은 것이다. 그 내용을 먼저 설명하고, 다음으로는 그 성경의 이야기가 적용되는 문화적 문제를 설명한다. 그리고 성경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 문화적 문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그 문화의 약점을 해소해 주는지를 설명한다.
삼위일체를 예로 들면, 삼위일체는 신 존재의 문제이다. 이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존재의 문제는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스로 대변되는 존재의 단일성과 다자성의 이분법이다. 이 항구적인 철학적 난제는 영원한 이분법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삼위일체 하나님은 단일복수로 존재하므로 거기에는 단일과 다자의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하나님의 단일복수성은 단일성과 다자성의 대립을 해소한다. 이것을 왓킨은 대각화(diagonaliz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런 방식으로 왓킨은 문화 속에 존재하여 해결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이분법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일전(2019. 11+12월호)에 소개했던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의 <Religion in the University>가 대학에서 기독교적 이론의 가능성을 마련했다면, 왓킨은 그것의 실례를 제공했다. 알 월터스(Al Wolters)의 찬사로 리뷰를 마치기로 한다. “나는 이 책이 이 분야의 고전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 책 저자: 크리스토퍼 왓킨(Christopher Watkin)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모나쉬대학교(Monash University) 교수이다. 프랑스어와 문학 연구 및 종교 및 신학을 강의한다. 캠브리지대학교(Cambridge University)에서 공부했고(Ph.D), 현재 ‘새로운 물질주의’에 대한 인간의 모습을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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