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Trace, Test, Treat.’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여 밀접접촉자를 찾아 격리하는 동시에 검사를 하고 확진자는 치료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이 원칙을 처음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한국만큼 성공적으로 이것을 실행한 나라가 없다고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메르스를 겪으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인 방역 대응체계를 미리 갖추고 있었고, 진단시약 개발을 일찍부터 추진하여 대규모 검사를 가능하게 하였다.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한 확진자 동선 추적 서비스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술이 되었다.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공중보건 분야도 지금까지 서구의 선진국들을 벤치마킹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구의 선진국들이 한국의 ‘K-방역’을 벤치마킹 하고 있는 현실은 낯설지만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K-방역’이 있다고 해서 우리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효산건강환경재단이 5월 초에 전국의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는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요인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질 개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증가, 음주 감소, 청소년의 아침 결식 감소 등 ‘코로나-19’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부정적 영향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족 이외의 친구, 친척, 동료와의 만남과 연락이 감소되었고 외로움과 우울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성인과 청소년 모두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감소하였다. 또한 가사노동 분담의 변화는 거의 없는 가운데 일-가정 양립은 개선보다는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쪽이 더 많았다. 집안에서 신체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운동량은 줄고 비만은 증가하였다. 고용과 소득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였고 주관적으로 평가한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청소년에서 더욱 그러하였다.
‘코로나-19’는 이처럼 감염병 그 자체로서 뿐만이 아닌 수많은 숙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 숙제들은 개인들 서로서로의 물질적, 정신적, 육체적 필요를 채워주고 돌보는 것인데 국가 차원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의 돌봄 부담을 가족끼리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 청소년들의 여가시간을 인터넷 및 게임이 아닌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홀로 사시거나 요양시설에 계신 친지와 어떻게 연락을 자주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 등은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개선할 수 없고 가정, 즉 우리 각자가 노력해야 하는 일들이다.
한편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이 모든 책임을 안기에는 가족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족들을 이어주는 지역사회, 즉 도시 공동체의 연결망이 중요하다. 공동체 연결망은 우리가 정신적, 물질적, 정보적 도움이 필요할 때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오고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 연결망이 강할수록 그 지역사회 주민들은 건강하다. ‘코로나-19’ 및 제2, 제3의 팬데믹이 닥칠 때 돌봄의 공동체 연결망을 확충하는 숙제는 바로 도시 수준에서 이루어져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한 도시가 돌봄의 공동체를 확충하는데 있어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뿐더러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빌2:4)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뿐더러’를 실천하는 것으로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따름으로써 성도들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를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성도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는지” 안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 가정에서 정서적, 육체적, 물질적 돌봄 공동체가 이루어지도록 성도의 가정들의 형편을 돌아보는 것이고, 필요를 보았을 때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돌봄 공동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동체 연결망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구체적인 ‘돌봄’ 활동들과 이를 전달할 자원의 동원이 필요하다. 신종 감염병 시대에는 이러한 활동들의 상당 부분은 비대면적인 매체를 통해야 할 것이고 이 돌봄 활동들은 정부가 아닌 지역사회 주민들의 참여로 제공되어야 한다. 후자의 이유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는 말씀처럼 돌봄 활동의 참여를 통해 공동체 일원으로서 자신도 돌봄의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 활동들로는 청소년들이 전화 등을 통해 노인에게 안부를 전하는 활동, 노인은 청소년에게 지혜를 나누는 활동, 연령대별 실내 레크리에이션 및 여가활동 프로그램 보급, 집안이나 야외에서 함께 운동하는 동호회 모임을 운영하는 것,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경공부, 주일학교라는 전통적인 교회 서비스를 벗어나 지역사회의 돌봄 공동체 형성에 앞장서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교회가 건강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모델들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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