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 전염병에 대한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으로 분류했다.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은 이번 코로나 19 국면을 잘 극복한 상징적인 기관 중 하나였고, 그 과정에는 현장에서 헌신한 그리스도인 전문의료인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제 그 현장의 그리스도인 의료인의 소리를 잠시 나누려 한다.]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신앙과 삶>(2020. 7+8월호)
특집 주제 : “코로나 19 이후의 교회와 사회”
‘사람 사이’ 인터뷰 : “의료인과 기독교세계관”
인터뷰 대상 : 박경식, 황재석, 손대구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의사 & 의대 교수)
인터뷰어 : 조성표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이사)
정리 & 사진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조성표: 안녕하세요. 박사님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재석: 안녕하세요. 저는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재석 교수입니다. 신앙은 모태신앙이고, 의대 시절에는 ‘기독학생회’(CMF), 졸업 후에는 ‘누가회’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현재 ‘대구 기독의사회’ 회장, 대구 달성교회 장로로도 섬기고 있습니다.
박경식: 안녕하세요. 저는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박경식 교수입니다. 1998년 내과 전문의 취득후 3년간 군의관으로 근무하다가 2001년부터 동산병원 소화기내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대구 성지교회 장로로 섬기고 있습니다.
조성표: 박사님들은 모두 이번 ‘코로나 19’(COVID 19) 사태 기간 중, 관심이 뜨거웠던 대구의 전문의료인 섬기셨습니다. 각자 그 섬기신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황재석: 아시다시피, 지난 2월 17일 그 유명한 31번 확진자 이후, 대구 환자의 수는 급증했고 상황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는 근무지가 성서에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이었기 때문에, 병원 내 선별진료소에서 진료했고, 또 ‘대구 기독의사회’를 통하여, 당시 전국 각지의 의료인들과 수많은 선교단체에서 보내주신 성금과 의료장비를 대구 5개 거점병원에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였습니다.
박경식: 저는 사태 발생 전부터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에서 상근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요. 31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상황이 위급해진 후, 대구 동산병원이 코로나 감염환자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환자를 돌보기 위해 본원과 대구 동산병원의 현장 상근 근무를 병행하여오다가 현재는 다행히 사태가 진정되어 성서 동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성표: 그러셨군요.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각자 섬기시면서 전문의료인으로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신 때는 언제이셨습니까?
박경식: 31번 환자 이후 3월 10일 경 까지 대구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시기였습니다. 당시는 응급실로 온 환자가 확진되는 순간 병원 응급실을 2~3일간은 무조건 폐쇄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대부분 병원의 응급실이 한때 다 폐쇄되었고, 환자들은 갈 곳이 정말 없었으며, 가까운 친척조차 아프다고 연락이 와도 손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조성표: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끼셨던 때도 말씀해 주시지요.
황재석: 저는 역시 섬기는 ‘대구기독의사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 일인데요. 전국에서 정말 많은 개인과 기관이 참여해 주셨고, 그것으로 환자 진료에 꼭 필요하지만 부족했던 이‘포터블 음압기’(이동형장비) 등의 긴급의료장비들을 구입해서 공급해 줄 수 있었습니다. 또 선교단체, 의사, 간호사 등의 많은 자원봉사자 인력도 필요한 곳에 여러 번 연결해주었던 일, 그 중에서 특별히 전라도에서 오신 안과 의사 선생님이 기억납니다, 그분은 그리스도인이었고, 광주지역 의료인들의 성금을 모아 대구에 전달하러 오셨는데요. 직접 대구 현장의 심각성을 확인하시고는 돌아가지 않으시고, 한동안 대구에 거주하시면서 현장 의료 봉사를 하셨습니다. 큰 감동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또 함께 근무했던 소화기과의 한 동료 간호사는 인력이 절대 부족할 때, 자원하여 대구 동산병원 영안실에서 숙식을 하며 헌신하였는데 정말 감동적인 일이었습니다.
박경식: 저는 3월 초 있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대구 동산병원에 정말 많은 입원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 중 80대 아버님과 50대 따님이 동시에 입원된 가정에서, 아버님이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야 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대구지역 모든 병원이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다급히 연결된 전주의 전북대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습니다. 의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부분 너무 바쁘고, 지쳐있었고, 제가 자원해서 왕복 5시간 동안, 방호복 차림으로, 호흡곤란으로 몸부림치는 환자를 간호하며 다녀왔습니다. 수고는 있었지만 후에 잘 회복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조성표: 정말 귀한 일을 섬기셨네요. 제가 궁금한 것은 계명대 동산병원은 사립병원인데 어떻게 ‘코로나 19’ 국면에서 지역거점병원이 되었는지요?
손대구: 우선 우리 계명대 동산병원은 1899년 북장로회 선교사들에 의하여 세워진 병원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동산병원은 이러한 역사를 지켜가고자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요. 일제 강점기 때와 6.25 전쟁 때는 경찰병원으로 지정되어 공익에 헌신하기도 하였습니다. 2월 20일 대구시로부터 거점병원 역할을 요청받았을 때, 치열한 내부 구성원의 회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희생을 감수하며 모두 동의하게 된 이유도 이러한 신앙적 전통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거점병원이 된다는 것은 입원환자들을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병원이 코로나 19 확진 환자만을 위한 진료소로 전환한다는 의미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모든 직원들은 2월 21일 출근하자마자 즉시 모든 환자 분들을 설득해서 전원 이송했고, 오후부터 바로 코로나 환자들을 입원시켰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랑스럽고 멋지게 잘 감당했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모든 구성원들과 세상에 동산병원의 신앙적 정체성을 다시 한번 드러나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에 전율을 느낍니다.
황재석: 맞습니다. 우리 계명대 동산병원의 전신은 1899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세운 대구 제중원입니다. 서울의 제중원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되었고, 대구 제중원은 계명대 동산병원이 되었지요. 따라서 동산병원의 정체성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곳입니다. 실제 초기 역사를 보면, 1대 존슨(W. O. Johnson, 1899~1910) 원장님과 2대 플레처(A. G. Flecher, 1911~1941) 원장님 때는 한센씨병(나병) 진료소로 유명했고, 이 분들은 모두 의료선교사로서 환자를 직접 헌신적으로 돌보다, 발진 티푸스(존슨), 폐결핵(플레처)을 앓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 동산병원 의료진들이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모두 정말 최선을 다했고, 하나님께 온전히 쓰임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조성표: 박사님들은 모두 교회 장로님이기도 하십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지요?
황재석: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징계와 경고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삼 24장). 우리 인류가 모두 혹시 그동안 지나치게 교만한 측면은 없었는지, 또 개인적으로도 각자의 모습을 돌아보는 영적 점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2세기 로마에서 발생한 안토니우스 역병 때, 그리스도인들이 환자들을 돌보는 데 앞장섰다는 역사기록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무엇을 할 때인지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냥 불안해하지만 말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다지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시편 91편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여호와는 나의 피난처시라 하고 지존자를 너의 거처로 삼았으므로”(시 91:6, 9).
박경식: 저는 아직 관련 상황들이 계속 진행 중이고, 끝나지 않았기에 성급한 결론이나 의미를 말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인간이 여러 분야에서, 심지어는 일부 교회들조차도 교만한 마음으로 마치 바벨탑을 쌓듯 하나님의 권위와 섭리에 도전하는 경향들이 있어 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인간의 나약함을 처절하게 절감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성표: ‘코로나 19’ 국면에서 교회의 현장예배나 모임의 잠정 중지 등, 초유의 변화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교계 일부에서는 현장모임 금지 권고를 종교탄압의 의미로 해석하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관련해서 의료인이신 장로님들은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황재석: 저는 그리스도인들의 이번 전염병에 대처하는 기본자세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눅 10:27)는 말씀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6세기 독일에서 페스트가 발생했을 때,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한 편지에서 “죽음의 역병으로부터 피신해야 하는가?” 하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각자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를 소명의 자리로 삼아 한다는 의미였지요.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 19’ 국면에서 우리 각자가 현재 세움 받은 그 자리를 소명의 자리로 간주하는 의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장예배 통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판단은 여기에 근거를 두면 좋겠습니다. 핍박받은 초대교회는 탄압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모였지만, 세상에 피해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의 모임이 오히려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모임조차 절제하는 것이 기독교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경식: 현장예배를 통제하는 모습을 언론에 드러냄으로써 반기독교 정서를 자극하여 지지를 얻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태에 대해는 단연코 분노합니다. 다만 “반기독교 정서가 왜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까, 즉 왜 반기독교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다수이며 심지어는 기독교인들 가운데도 ‘교회’에는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까?”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 극복은 단기간 내에 해결이 어려울 듯하여, 기독교가 현장예배 중심의 활동으로 쉽게 복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모임 활성화 등 상응하는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온라인 모임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노인들이나 소외 계층들이 더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하는 실제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의학적으로 분명한 것은 전염병 해결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원칙이 ‘접촉금지’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당국의 현장예배나 모임 자제 권고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교회들이 정부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하나임을 섬기는 지혜로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조성표: 우리 사회가 코로나 판데믹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의료체계, 메르스 등 과거 학습효과, 성숙된 시민의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료인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방역 단계가 완화되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고하고 계신 현장의 의료인들, 특별히 그리스도인 의료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황재석: 어느 정도 안정은 되었지만 계속 확진자들이 발생되고 있기에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먼저 계속해서 현장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의료인들과 애쓰시는 공무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고통을 겪으신 모든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 의료인들은 진료 뿐아니라 이 때를 통하여 하나님이 전하시고자 하시는 메시지를 잘 읽고 해석해야 하기에 더 많은 수고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큰 수고만큼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시는 은혜와 위로 또한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경식: 잠잠하다가 다시 확진자들이 늘면서 마치 밟고 있던 얼음이 깨지는 듯한 느낌이라는 어느 선배 의사의 말이 실감 납니다.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의료 환경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너무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어려움을 극복한 후의 보람은 마치 등산 후 산 정상에 선 것처럼 값지게 다가오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선 건강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섬기고 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건강 잘 지키시고, 우리 섬김과 노력을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할 수 있으나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칭찬하시리라 믿습니다.
조성표: 마지막으로 기성세대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재난의 때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 사회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경식: 취업난,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 이번 ‘코로나 19’ 사태는 설상가상의 재난일 것입니다. 솔직히 어떻게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어야 할지 난감하고 선배 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러한 상황에도 우리 모두를 향하신 하나님의 숨겨진 뜻과 선물이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힘내시고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달라질 점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깨어 기도하면서, 오히려 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재석: 전염병은 역사적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번 ‘코로나 19’는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감염되는, 이른바 인수공동 감염 바이러스이면서 변이를 유발하여 높은 전염력과 기저 질환이 있는 특정 연령층에 대한 높은 치사율을 보입니다. 또 앞으로 이러한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반복해서 생길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랑하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많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편 기자의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로다”(시 91:3) 하시는 말씀을 함께 의지하고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더 의지하시고, 더 굳건히 믿게 되시는 믿음의 청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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