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하나님, 당신께 나는 누구입니까?”
21세기가 시작되던 해. 나는 의과대학의 교수였으며,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었으며, 연로하신 부모님의 아들이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을 나이도 아니었고 내가 꼭 누구여야 하는지를 알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모태 신앙을 가진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을 향한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 주었다.
의과대학의 교수직을 시작하고 약 일 년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생각 없는 모태 신앙인이 이미 시작한 예배시간에 느지막히 들어서고 있었다. “또 그 찬송가군...” 이라고 느끼던 순간, 나는 무엇인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예배당은 상당히 견고하여 무너질 수가 없었다. 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나를 찾아 오셨다. 내가 무엇이길래 주님을 찾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 주님은 그렇게 오셨다.
주님이 오시고 주님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님이 말기 간암 진단을 받으셨다. 이제서야 그렇게도 기도하시던 것처럼 참 그리스도인의 삶을 시작하려는 시기에 너무나도 가슴 찢어지는 시간이었다. 변화되는 내 삶을 보여드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날마다 간절히 기도하시던 그 삶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기도의 응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어머님은 진단 두 달 만에 본향으로 돌아가셨다. 그 두 달간, 나는 어머님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매일 병상 옆에서 시편을 읽어 드렸다. 그런데 위로하려고 읽었던 그 말씀은 오히려 나를 완전히 변화시켰으며 나는 새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속에는 그 질문이 다시 솟구쳐 올랐다. “하나님 당신께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내가 누군지 확인해야 했으며, 그런 내가 하고 있는 수술과 진료와 학문은 무엇인지 알아야 했으며,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지 보고 싶었으며, 어머님이 보여주신 영원한 삶이 무엇인지 깨달아야만 했다.
의대 교수직을 사직하기로 마음먹고 그런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줄 대상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우연인지(...필연이겠지) 서점에서 정근모 박사님의 <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이고 싶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 맨 뒷면에 밴쿠버기독교세계관 대학원의 소개가 있었다. 그런데 거기 적혀있는 내용이 내가 찾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의 방향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가기로 했다. 나는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생각을 거두고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해 나는 전력하기로 작정하였다. 사직을 하고 짐을 꾸려 태평앙을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밴쿠버에 도착했고, 무의식의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깨어나듯이 나의 잠자고 있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였다.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강력한 치료제는 나의 사고와 삶의 태도를 완전히 송두리째 뒤집어엎었고, 기독교 세계관이 주는 사고체계와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경험하면서 나는 이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세포가 되어 있다.
내가 기대어 숨 쉬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은 살아 있다. 책 속에 숨어있지 않고, 사고 속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힘이 되어 주고 문제 해결의 빛이 되어 준다. 그런 감격을 안고 다시 한국으로 오면서 나의 세계관은 완전히 거듭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알아 왔던 모든 지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가 하고 있는 학문과 진료에 대한 완전히 다른 해석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런 눈으로 세상과 삶과 학문을 바라보니,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이해를 갖게 되었다.
진료하고 있는 병원에서 기독교 세계관적 의료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의 생각을 엿보는 설레임’으로 의학을 공부하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고, 성육신으로 입증된 우리 몸과 마음의 창조적 회복을 위해,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서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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