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대전의 한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실험할 때 흰색의 얇은 덴탈 마스크를 쓰던 버릇이 있어서인지 약국에서 소아과 가루약을 조제할 때면 그 마스크를 찾게 된다. 요즘은 색깔도 다양해져서 파란색도 그리고 검정색도 나오니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대학원 시절 실험을 할 때면 분리・정제를 위해 ‘실리카겔’(silica gel)을 사용하는데 미세한 가루가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자주 사용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스크를 교체하곤 했다. 그리고 소아과 알약은 분쇄하는 과정에서 가루가 날리기 때문에 바쁠 때는 그 가루가 떠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하루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목이 아프기에 마스크를 애용한다.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시작한 후 한차례 잠잠한 시기가 도래하여 마스크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가족들이 쓸 정도만 구해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탁할 것이 있다며, 친척 형과 친구들이 “마스크 좀 구할 수 있을까?” 하며 연락해 왔다. 그러고 보니 다시 코로나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당장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만큼만 구해서 전달하였다. 처음에는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마스크가 부족하진 않겠지 그리고 부족하면 바로 바로 구매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고, 곧 잠잠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약국에 있던 마스크는 하나둘씩 품절이 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금씩 들여오는 것은 바로 구매해가고 가격도 점차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스크를 부탁하는 사람들도 늘어갔지만 나 자신이 약국에서 쓸 마스크조차도 구매하기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약국에 들러서 마스크에 대한 문의를 하고 전화로 남은 것이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한때는 “마스크 없습니다.”라는 말만 하루에 수백 번을 하게 되니 녹음기를 틀어놓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시간을 거쳐 정부에서는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길게 줄을 지어 기다리는 분들도 많았는데, 점차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상시 판매할 수 있게 된 후로는 점차 줄이 짧아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특히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었다는 점, 그리고 KF80, KF94로 구분되는 황사 마스크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즐겁지만, 그 안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겨가기도 한다는 것을 잊고 지냈던 적이 많았음을 알았다. 공간이라고 하는 곳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쳐야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하면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케이티 데이비스(Katie Davie Majors)가 지은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Kisses from Katie, 두란노, 2012)에는 “하나님의 약속을 더없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보려면 어둠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고 오히려 어두움을 직시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현실에서의 어려움과 고난을 보고 이러한 일들 속에서 주님께서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나타내시는지 보아야 할 것이며, 자기 자신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주님을 나타낼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친척 형이 다른 동료들 것과 함께 마스크를 부탁했을 때, 그리고 업체들을 많이 다녀야 하는 친구에게 마스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 또 구해주면서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님이 주신 선한 능력을 발휘하여보시길 바란다.
이제 이러한 시간들은 어느덧 지나갔고, 약국에서 공적마스크 판매조차 종료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최근 다시 늘어가는 상황이라 여전히 걱정되는데, 왜 그런지 세상을 보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한국 증시도 치솟고 있는 등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질병에 대한 무서움보다 돈에 대한 탐욕이 압도하는 것 같은 이 국면이 우려스러워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욕심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봐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마스크를 부탁한 것처럼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을 향해 다음 세대를 우선 배려하는 삶을 함께 살자는 부탁의 외침을 전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그리고 즐겁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의 세상적인 욕심이 미래 세대의 짐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잘 생각하고 기도하며, 채워가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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