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재난 가운데 계신 하나님
신국원 (총신대 명예교수)
<코로나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 / 존 레녹스 / 홍병룡 역/ 아바서원 / 2020.
팬데믹으로 온 세상이 “공상의 영화 속처럼 초현실적인 분위기”다. 엘리엇(T. S. Eliot)의 말처럼 2020년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특히 영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상태다. 옥스퍼드 대학의 변증가인 존 레녹스(John C. Lennox)는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제안을 발빠르게 펴냈다.
팬데믹 공포에 떠는 세상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이 모든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통제 불가능한 힘에 노출된 지금 “공황과 히스테리에 빠지는 것”을 피할 방안이 있는가? “과거에는 서양에서 국가적 재앙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갔고 국가 지도자들은 기도를 요청하곤 했다. 그런 현상을 지금은 보기 드물다.” 삶이 하나님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현 사태를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이해할 것을 권한다. 상황 이해가 절실한데 온종일 쏟아지는 뉴스와 통계는 불안만 가중시킨다. 의료진과 당국의 권고는 도움이 되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못한다. 특히 “왜 그들은 죽고 나는 살아남았는가?” 같은 깊은 의문을 해소시켜줄 수 없다.
더욱이 질병,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는 ‘악’의 존재에 관련된 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누가 죄로 인해 천벌을 받았는지를 판단할 권한이 우리에게 없기에 재해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해석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재해가 하나님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저자는 이 난제와 “씨름하면서 떠오른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재난과 악의 문제
오늘날 많은 이들이 자연적 악의 문제에 대한 유일한 답은 무신론이라고 생각한다.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우주에 “설계도 목적도 악도 선도 없고 단지 맹목적이고 냉혹한 무관심만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태도가 합리적 반응이 아니며 팬데믹에 대응하는데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도킨스도 테러를 악한 것으로 비난하는데 이는 객관적인 ‘선’의 표준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나쁘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방정식에서 하나님을 제거한다고 고통과 고난이 제거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인 희망이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 무신론적 세계관과 범신론적 세계관, 회의론과 불가지론은 자연 재해를 이해하거나 대처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사랑의 하나님의 존재와 함께 이해하려면 “바이러스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 그리고 사물의 현 상태에 대한 성경의 설명”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바이러스는 무기 영양소 재순환의 중요한 일부로 우리의 존재에 필수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일억 유형 의 바이러스 중 병원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21가지로 지극히 작은 일부이다. “하나님은 바이러스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없었을까?”라는 질문은 “위험하지 않은 전기나 타지 않는 불을 만들 수 없었을까?”라는 질문과 본질상 같은 씨름을 제기한다고 했다. 악이 없는 세상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도 없는 세상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와 창조세계의 관계가 비틀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울러 인간이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깨뜨렸다. 특히 선진국의 피해가 가장 심한 것은 특이할 만하다. 인간이 세상의 주인처럼 행세한 오만이 확실히 깨지고 있는 중이다.
공포를 넘어 희망으로 가는 길
저자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 증거인 복음을 통해 이 팬데믹을 살펴보길 권한다. 복음이 주는 답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쓰신 코로나(가시면류관)이다. 십자가는 하나님이 친히 “인간의 고통과 고난을 체험”하셨음을 증거한다. 부활의 복음에는 “우주를 창조해 지탱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과의 평화, 새로운 능력을 지닌 새로운 삶, 장차 고통이 없는 세계에 대한 약속”이 있다. 나아가 우리는 하나님께서 악을 통해서도 선을 이룰 수 있음을 믿는다. C.S. 루이스의 말처럼 팬데믹이 “엄연한 진실을 상기시켜” 잠자는 심령을 깨우는 “큰 확성기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재난으로 인해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영생의 소망을 새롭게 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엄청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목적을 이룬 셈이 되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점에서는 기독교와 경쟁할 만한 철학이나 종교가 없다”고 단언한다. 천국과 새로운 창조에 대한 약속은 팬데믹의 와중에도 평안을 줄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이런 희망과 평안을 소유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강권한다. 기독교는 이런 믿음으로 지난 2천 년 동안 유행병을 대처해 왔다. 로마의 박해 하에서 제국의 4분의 1을 죽일 뻔한 2세기 안토니우스 역병이나 키프로스 역병은 오히려 기독교의 폭발적인 확산을 가져왔다. 기독교인들이 “병자들을 돌보고 역병은 변덕스럽고 화난 신들의 작업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에 반역한 깨어진 창조 세계의 산물임을 보여주는 영적 모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역사와 전통을 따라 2020년 여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를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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