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대유행병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자세에 대하여
정국환 (선교단체 DFC 전라지역 대표간사)
<COVID-19 대유행병과 기독교> / 황을호 / 생명의말씀사 / 2020
얼마 전 CNN의 뉴스쇼 ‘아웃 프로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남편을 잃은 르위어가 방송되었다. 그녀는 남편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당신들은 무적이 아니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반드시 집에 머물라”고 호소했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대유행병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여러 출처를 통해서 정보를 정리해서 <COVID-19 대유행병과 기독교>를 출판했다.
이 책은 다섯 단원으로 유행병의 보편성에서 출발해서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유행병을 살펴보고 성경적 입장을 예시로 마무리 짓는다. 1단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즉 판데믹을 선포했는데 이런 전염병이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문제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14쪽). 팬데믹(pandemic)은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단계를 나누는데,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를 ‘판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라 한다. 이런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아직도 그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데 문제성이 있다.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고 빈곤한 지역일수록 취약성이 높아진다. 더욱이 새로운 위협이 닥쳤을 때 패닉과 분노를 일으킬 수 있어서 그 위험에 대한 효율적인 정보제공이 팬데믹을 관리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진단 검사(testing), 추적(tracing), 치료(treatment)로 이어지는 이른바 ‘3T’ 체계를 구동하면서 거의 모든 국가가 시행했던 ‘봉쇄 정책’을 배제하고 개방성을 기반으로 ‘예측된 위기를 조절’하는 뛰어난 ‘관리(management)’를 보여준다.
예로부터 인간은 이러한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으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가?” 하는 질문을 해 왔다. 2부는 그 질문에 대한 성경과 교회 역사를 바탕으로 한 대답이다. 첫째, 신명기 28장의 말씀대로, 이러한 전염병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일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예배 중에 발생하는 ‘코로나 19’ 감염도 심판으로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둘째, 말세의 징조 또는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을 나타내시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성경의 보편적 진리가 반드시 특수한 사건에 적용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셋째, 질병과 세계적인 팬데믹은 모두 단순히 타락한 세상에 사는 결과일 수 있기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다면 팬데믹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섣부른 판단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35쪽).
3부는 팬데믹의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세 가지를 진술한다. 첫째, 하나님이 욥의 세 친구가 책망하신 바와 같이, 재난당한 개인의 비극이나 재앙이 반드시 그 삶의 죄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39쪽). 혹시 죄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재난을 당한 자의 죄가 다른 사람들의 죄 보다 더 크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기독교 변증가 존 레녹스(John Lennox)가 지적했듯이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왜 그는 나를 관용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살피고 근신해야 한다. 끝으로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 불행은 없어질 것이기에 우리는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님의 말씀처럼 항상 깨어서 그리스도의 재림을 대비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4부에서는 결론적으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루고 있다. 먼저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과 사랑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일반지혜를 존중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특별히 루터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도피해야 하는가?”라는 편지에서, 그리스도를 섬기듯 병든 자를 돌볼 기회를 찾으라고 권면했다. 키프로스 역병으로 유명한 키푸리아누스(Cyprianus) 역시 환자와 죽어가는 자를 돌보았다. 이렇게 위기의 시기에 생겨나는 여러 가지 필요에 교회는 반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대하 20장의 여호사밧처럼 위기에서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또 의료진과 관련 기관 그리고 어려운 상황의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가 죽은 그날 기독교 변증가 래비 재커라이어스(Ravi Zacharias)는 “우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위태로운 때에 살고 있다”면서 “영원의 관점에서 살아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많은 책이 자본의 관점에서 출간되고 있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교회는 이러한 시기에 사랑으로 진리를 증거하는(요한 3서 4절, 6절) ‘의미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COVID-19’는 일종의 바로미터일 뿐이다. 교회의 수준이 드러내는 방편일지도 모른다. 마치 최근 대한민국의 ‘코로나 19’ 대처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평소 잘 몰랐던 우리 스스로의 저력을 확인시키며, 감동을 주고 있듯이, 우리 교회 역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세상에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지 한다. 그리스도인은 ‘고난의 문제’ 해결사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 고난당하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자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언제나 하나님을 신뢰하고, 자기 역할을 찾도록 안내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기본적인 입장을 잘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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