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그리스도인은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기독교 세계관은 다음 두 가지 관점으로 재난을 바라볼 것을 가르친다. 첫째, 재난은 타락으로 창조 질서의 구조와 방향이 크게 훼손된 결과다. 이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과 대적하게 되었고, 자연은 인간에 대항하게 되었다. 또 자연을 돌보도록 지음받은 인간은 오히려 자연을 착취하고 학대했다. 이 시각에서 보면 이번 재난도 인간과 자연 관계의 왜곡에서 발생한 것이다. 둘째, 모든 재난에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 하나님의 주권은 재난마저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일어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전능자이자 창조주 되신 하나님은 좋으신 우리 아버지다. 그러기에 이 재난은 우리를 파괴하기 위함이 아니요, 살리시기 위함임을 우리는 믿는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방향으로 삶을 재정립해야 할까. 우리는 타락을 넘어 회복의 삶을 살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로 시작된 회복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화해로 퍼져가게 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한국 교회는 신앙을 교회 안에만 가두려 했다. 심지어는 예배당을 성전이라 칭하면서 현장에서 드리는 예배만이 신앙생활인 것처럼 가르치려 했다. 신도들이 교회로 모이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만듦으로써 본래 우리의 사역지가 돼야 할 사회와 자연과의 관계는 단절되거나 악화되었다. 그 결과 한국 교회는 교회 안에서만 신앙이 살아 있는 ‘축소지향적 공동체’로 변질되었다. ‘코로나 19’ 재난은 한국 교회의 왜곡된 방향을 바로 잡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아닐까.
이번 재난은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학대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동안 자연은 ‘최대 생산과 최대 소비’라는 인간의 강박적 우상 섬김에 희생당해 왔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불필요한 이동과 활동을 줄여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할 때, 오히려 교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신도들을 독려해 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대형교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예배와 기도회, 구역 모임에 더해 각종 양육 모임이 생겨나면서 교인들의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늘어났다. 성경은 토지의 안식을 위해 6년 경작 후 1년은 경작하지 않을 것을 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을 돌보기보다 남용하는 삶을 계속 살아왔다.
우리는 이제 비대면 접촉을 통해 자연이 느끼는 고통을 줄일 수 있음을 배우고 있다. 올 1학기 거의 모든 대학은 대면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학생의 만족도는 예상외로 높았다. 서울대 의대의 1학년 기초의학 과목의 경우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온라인 강의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고 한다. 스탠포드대학교의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교수는 중국 온라인 여행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에서 1주 5일의 근무일 중 4일을 재택근무했을 때의 생산성은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근무한 경우보다 13% 증가하였음을 발견했다. 또 최근 미국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설문 대상 기업 중 35%가 코로나 19 이후에도 현재의 비대면 근로를 일부라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교회도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먼저 현장에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일정 기간 공부를 마친 다음에는 직장을 잡고 일을 하지만 한국 교회에는 평생 공부만 하는 나이든 학생이 너무 많다. 교회 일로 바빠 교회 밖에서 신앙을 실천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신앙은 실천을 통해 성숙 되지만 한국 교회는 설교 듣고 공부만 하면 신앙이 성장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자연은 학대받고 교회와 사회의 장벽은 높아진다. 교회 활동이 줄어들어 오히려 삶의 균형을 찾았다는 신도도 많다.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으로 가정의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되었고 가정 예배를 다시 드리게 되었다는 간증도 많다. 삶에 여유가 생기니 직장 동료와의 관계도 나아졌다는 말도 들린다. 교인 각자가 하나님과 스스로 인격적 교제를 갖도록 하는 것이 신앙 교육의 핵심이라면 이를 굳이 현장에서 목회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집에 가깝다.
교회는 인간과 인간 관계의 회복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번 재난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세계 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절반 정도의 가계가 소득이 감소했고 25%의 응답자가 일시적, 영구적으로 실직했다. 셧다운이 풀리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작동하면서 경기가 일시 반등할 수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이 완료될 때까지는 예전의 경제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시중에 풀린 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다시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시기 교회는 교회 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 교회 예산 중 행사비 등의 지출을 줄여 교회 안팎의 구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재난은 더 나은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하나님의 창이다. 이 사태가 빨리 끝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만 원한다면 우리는 재난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 19는 물질주의, 성장 지상주의에서 이제 돌이켜 자연과 다른 사람을 돌보는 회복의 삶을 살라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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