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20년 3월 13일, 우리나라의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 기후 대응에 대해 헌법소원(憲法訴願)을 제기했다. 요점은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재앙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침해되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생명과 환경권 및 인간답게 살 권리, 청구인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피청구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회, 헌법위반 법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책정에 관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이다. 나는 이 헌법소원의 담당 변호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헌법소원은, 기후재난으로 인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청소년 세대 자녀들이, 위기에 둔감하며 오히려 온실가스의 적극적 배출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년 세대 부모들에게 제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기후재난의 위험은 현실적일까?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과장된 위기감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최근 10여 년간 파리협약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후재난의 위기에 대해서 아직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는 기후재난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없애주고 있다. 헌법소원의 핵심 주장인 기후재난의 위험성은 지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현실적 모습으로 생생하게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는 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문명과 접촉한 것만으로도 인류가 자랑하는 산업 문명 전체를 한순간에 무력하게 멈추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020년의 세계경제가 마치 세계대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이렇게 초토화될지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제는 그 누구도 기후재난의 파국을 두고 추상적인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게 되었다. 해수면 상승, 기온의 급격한 상승 등 앞으로 닥쳐올 기후재난의 여러 현상들 그 하나하나는 각각 ‘코로나 19’ 바이러스 이상의 위력으로 인간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후재난의 위기를 법으로 막을 수는 있겠는가? 막을 수도 있고, 막지 못할 수도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세계적 동의를 국제법적으로 이루어낸 파리협약은 법을 통해서 기후위기를 막으려는 노력의 큰 진전이다. 불완전하나마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도 기후 대응을 위한 법적 수단이다.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과소(過小) 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사건 법령들에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내려지면, 국회와 정부에게 보다 적극적인 법률 개정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책정을 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매년 최소한 30% 이상의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헌법적 강제를 통해서 실현해 낼 것이 기대됨으로, 결국 법은 기후재난의 위기를 막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성경은 기후재난의 위기에 대하여 무슨 말씀을 하는가? 요한계시록의 종말론은 “하늘이 두루마리처럼 말려 떠나가는”(계 6:14) 기후재난의 위기를 그저 승인하고 묵인하는가? 성경에 씌어 있으니 그래도 좋다거나, 어쩔 수 없다 할 것인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성경의 종말(심판)은 하나님의 일곱 인(印)을 어린 양이 떼실 때 일어난다.(계 6:1,12). 현재의 기후재난 위기는 예수님이 아닌 ‘사람들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因)하여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의 심판 시기를 인간들이 마음대로 앞당길 수는 없다. 우리는 사람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시간을 지켜야 한다.
기온 상승의 결과로 야기될 치명적 ‘기후재난’과 지금 전세계의 일상적, 경제적인 활동들을 일거에 중단시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둘 다 ‘인간의 문명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문명은 그동안 멈추지 않는 속도감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문명이 멈추도록 강제하고 있고, 기후재난의 위기는 문명의 감속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생의 계명으로 주신 네 번째 십계명, 안식일 계명은 사람들에게, 때때로 또한 지속적으로, ‘일하는 손을 놓고 쉴 것’을 명하고 있다. 제4계명은 7일마다 쉬며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도 요구하지만, 7년마다 땅을 쉬도록 하는 자연과 노동의 감속을 함께 명하고 있다. 쉬지 않는 인간의 문명은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의 비극은 인간의 문명을 강제로 감속시키고 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더 큰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인간의 문명이 스스로를 감속시켜야 한다.
또한 기후재난의 위기는 또한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라는, 제5계명에 대한 심각한 묵상을 함께 요청하고 있다. 모든 부모들은 개인적으로, 자기 집의 자녀들이 행복하고 잘 살 수 있도록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애쓰고 노력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부모들이 집단적으로는 자녀들 세대 전체의 운명을 재앙에 빠뜨리는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재난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말인가? 오죽하면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부모들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기후 소송으로 직접 나서야 했겠는가? 자녀의 공경을 희망하는 우리 부모들은, 이제 우리를 공경할 자녀들의 생존과 인생을 망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또한 집단적으로. 정치적으로, 또한 경제적으로. 법적으로, 또한 신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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