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변화를 견인할 짧은 시간
2020년 벽두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19’ 감염병의 유행이 순식간에 전 세계를 덮쳤다. 많은 사람이 병들고 죽었을 뿐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도 결코 작지 않다. 교회 역시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여파에 시달렸고, 신앙생활 전반에 이런저런 변화를 요구받았다. 그런데 이 사태가 지나가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이른바 새로운 정상, ‘뉴 노멀’(New Normal)이 도래할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이 분분하다. 이와 약간 결이 다르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새로운 기술의 충격과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가 좋은 반면교사가 된다. 기술철학자들이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미래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주어진 충격에 대응하는 오늘의 기획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획이 가능한 시간은 짧다. 어떤 변화든 받아들인 새로움은 곧 익숙한 ‘올드 노멀’(Old Normal)이 되기 때문이다.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휩쓸려 간다.
‘몸으로 모임’에 대한 도전
‘코로나 19’가 한국 교회를 요동시키고 있는 이유는 한국 교회가 ‘(몸으로) 모임’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를 특징 짓는 주일예배, 모임/프로젝트/공동체, 공간/예배당, 기술, 성장 같은 요소들은 모두 ‘(몸으로) 모임’과 연동되어 있다. 예배는 성도가 모여 드리는 것이고, 교회의 성장은 모임의 성장이며, 예배당, 교육관, 기도원에 집착하는 것도 모일 장소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작은 교회 운동과 가나안 성도 역시 모임의 왜곡을 지적하고 ‘진정한 공동체’를 강조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이 대한 칭찬과 비판 모두 그 중심에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니 문제인 것이다.
급성장이 끝나고 기독교회의 교세가 확연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이래, 한국 교회는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2020년에 불현듯 들이닥친 ‘코로나 19’는 큰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방향성 모색의 계기일 수 있다.
우리 교회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몸으로) 모임’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는 물론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가?”, “성도가 교통하는 것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가?” 같은 신학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게 깊게 들어가지 않아도,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오던 활동들을 되돌아보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새로운 평형을 모색할 부분들이 있다. 몇 가지 대안을 제출한다.
세로운 평형의 모색: 가능한 기획들
1) 기능성의 강화
그 하나는 사역의 기능성 강화다. 지금까지 예배, 선교, 전도, 봉사, 성경공부 등 교회가 수행한 많은 일들은 언제나 ‘(몸으로) 모임’을 전제하였다. 그러나 각 활동의 기능성에 좀 더 치중한다면 모임의 중요성은 줄 수 있다. 온라인 예배와 성경공부를 확대하고, 봉사를 하되 성도 개개인이 담당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2) Sunday Church?
흔히 주일에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는 이들을 ‘Sunday Christian’이라 부른다. 그런데 코로나 19 이후 지역 교회는 ‘Sunday Church’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성도들은 주일에만 모여 함께 예배하며 나머지 6일 동안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교회는 다른 봉사활동이나 선교의 직접 주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 사역들은 각 분야의 전문기관들이 담당하고 교인들은 거기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3) 목회자의 자리
지금까지 한국 목회자들의 자리가 선생님과 최고경영자를 합친 것과 비슷했다면, ‘코로나 19’이후의 상황에서는 그 역할의 분화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간 이미 목회자들의 사역이 일정하게 전문화되는 경향이 있어왔는데, 그런 흐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교육과 경영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4) 공간과 기술 사용의 재검토
예배당은 ‘성전’이 아니며 기능적인 공간일 뿐임을 인정해도, 모임을 강조하는 한 예배당의 중요성은 언제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그 기능성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다. 집합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간과 기술의 쓰임새에 대한 새로운 정당화가 요구된다. 효과적인 방역과 사역을 위해 어떤 규모와 종류의 공간과 기술 장비가 필요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5) 교회 연합 사역의 강화
교회의 기능성 강화와 목회자의 전문화는 개교회 중심주의의 지속을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한국 교회는 이를 계기로 연합 사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성도들이 개교회 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교회에 속해 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다양한 연합 사역을 개발하고 교회들 간에 과감한 역할 분담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평형에서 새로운 부흥으로
식당들은 ‘코로나 19’ 이후 테이블을 서로 멀리 띄우고 개인별 반찬 종지를 제공하고 배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개교회는 개교회 나름대로, 교단은 교단대로, 한국 교회 전체는 전체로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학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 없다. 우리가 가진 물리적 자원과 사회적 구성에 대한 전반적이고도 현실적인 재평가와 조정이 필요하다. 가장 나쁜 대처 방안은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고집하면서 무기력하게 가만히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2020년 8월 27일 포항제일교회에서 <지도에 없는 길, 우리 손에 나침반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의 일부를 축약한 것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