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난 2020년 8월 14일(금) 서울 창동에 소재한 염광교회(예장 통합)에서 황성은 담임목사를 만났다. 창동 염광교회는 오래전부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는 말씀을 일관되고 성실히 실천해 왔다. 최근 한국교회에는 ‘코로나 19’와 ‘홍수’ 등 예상치 못한 범 사회적 재난들 속에서, 세상을 향한 교회의 역할과 정체성 점검에 대한 물음에 직면하고 있다. 재난사회 속 교회란 과연 무엇인가?]
대상 : 황성은 (창동 염광교회 담임목사)
일시 & 장소 : 2020년 8월 14일(금), 창동 염광교회
인터뷰어 : 윤헌준 (숭실대 기계공학부 교수, 편집위원)
정리 & 사진 :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윤헌준 : 목사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먼저 간단한 목사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성은 : 저는 응암교회에서 자랐고, 현재 창동 염광교회 담임목사입니다. 그전에는 제주성안교회 담임목사, 미국 프린스톤연합교회 담임목사로 섬겼습니다.
윤헌준 : 염광교회는 오래전부터 섬김과 봉사, 나눔 등 사회봉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가 섬겨온 대표적 봉사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황성은 : 우리 교회는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섬겨온 사역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지역(도봉, 강북, 노원) 차상위 계층, 약 270세대의 건강보험료를 구청 추천을 받아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 차상위 계층 가정을 섬기는 ‘사랑의 반찬 배달’(매월 2회)이 있는데, 현재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잠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 5개 동 주민센터에서 추천받은 44세대의 독거노인 및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월 각 5만씩 지원합니다. 그다음에 노인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염광 소망마을’이라고 해서 교회 및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해 운영합니다. 호스피스 사역도 하는데, 매주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병동을 방문해서 섬깁니다. 우리 교회 장학 사역은 교인과 비교인을 구분하지 않고 신청을 받아 수여합니다. 또 신청을 받아 집수리를 해주는 ‘선한 사마리아인회’ 사역과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 봉사 사역, 그리고 도봉구청으로부터 수탁 운영을 하고 있는 ‘도봉장애인복지관’도 있습니다.
윤헌준 : 이렇게 염광교회가 사회봉사에 일관되게 열정을 가지고 섬기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을까요.
황성은 : 가장 중요한 첫 계기는 우리 교회 고(故) 최기석 원로 목사님(1939~2013) 덕분입니다, 염광교회를 1972년 개척하시고 사역해 오셨는데요. 큰 어른이셨고, 세상을 향한 긍휼과 사랑이 참 많으신 분이셨습니다. 그 영향이 매우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염광교회는 처음부터 사회봉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습니다. 저는 2대 담임목사로 2009년부터 섬겨왔는데요. 그저 원로목사님께서 해오신 것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을 뿐입니다..
윤헌준 : 염광교회의 ‘장애인 사역’은 정말 유명하고 귀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성은 : 영광교회 장애인 사역은 올해로 20년째입니다. 역시 최기석 원로목사님 때 시작되었습니다, 2대 담임목사인 저는 단지 사역을 조금 더 확장하고 행정적, 법률적으로 조금 더 체계화를 시킨 정도입니다. 우리 교회 장애인 사역은 사회적으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우리 교인들도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인데요. 크게 두 트랙으로 진행됩니다. 첫째, 예배공동체 사역입니다, 시작은 2000년 9월, 10명 내외의 발달장애인 학생들과 10여명 교사들이었습니다. 현재는 연령별 발당장애인 예배공동체, ‘사랑마을’에 240여 명과 170여 명의 봉사자들, 그리고 ‘농인마을’에 30여명의 ‘농인’(聾人)들과 30여명의 ‘청인’(聽人)들로 모이고 있습니다. 둘째, 장애인복지 선교사역이 있습니다. 즉 교회의 ‘피어라 희망센터’에서는 20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주간에 돌보고 있고, ‘피어라 희망협동조합’은 직업재활을 돕는 사역을 하는데, 자체적으로 교회 카페 7명, 베이커리 6명, 가게 1명 등, 총 14명의 발달장애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교육문화사역으로 ‘토요아자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현재 31기까지 진행되었고. 매 학기 15개 정도 강좌 개설에 80~100여 명의 우리 교회 및 지역의 발달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봉구청으로부터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을 2017년 9월부터 염광교회가 수탁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제일 어려운 것이 장애인 사역입니다. 현재 우리 교회는 약 270 명의 장애인들을 섬기고 있는데요. 현재 안타깝게도 오프라인 모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위기를 느낍니다.
윤헌준 : 이번 ‘코로나 19’ 사태 국면과 관련해서도 교회 차원에서 사회를 향한 적극적인 섬김과 봉사의 내용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황성은 : 교회 차원에서 당연히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밝히는 것이 평소 가진 우리의 입장은 아닙니다만, 마침 질문을 주셨으니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수개월 전 대구 경북지역에서 ‘코로나 19’ 확진자의 급격한 확산으로 마스크 구입조차 어렵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성도들이 1~2개씩 급히 가져와 모은 1,100개의 마스크와 손세정제, 그리고 특별 후원금을 그 지역에 전달했습니다. 또 우리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손세정제 2,000개를 도봉구청을 통해서 기부했습니다. 특별히 이번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미자립교회 40곳, 새터민교회 10곳을 위해서도 3개월간 각 5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교단 총회 본부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 어려움을 당한 교회들을 추천받아서, 또 기윤실과 장신대를 통해서도 이번 재난에 어려움을 당한 불우이웃을 위해 3,000만 원을 기부하였고, 재미동포 사회를 위해서도 새문안교회, 소망교회, 영락교회, 잠실교회, 주안교회와 함께 15만 불을 전달했습니다.
윤헌준 : 염광교회가 이토록 사회봉사에 일관되게 남다른 섬김을 이어오면서, 목사님 또는 성도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었다면 언제였는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황성은 : 이 모두가 교회 차원에서는 조용히 하려던 사역들이었고, 결코, 우리 교회는 스스로 광고하거나 자랑하지 않았는데요. 서서히 세상에 입소문을 타고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염광교회는 다르다, 참 좋은 교회다”라고 인정하며 칭찬하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우리 성도님들이 교회를 정말 자랑스러워합니다. 특별히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교회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데, 이러한 것이 제가 우리 성도님들과 함께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되는 때가 아닌지 싶습니다.
윤헌준 : 초기 한국의 기독교는 학교, 병원, 고아원, 양로원 사역 등을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뿌려진 귀한 씨앗들은 오늘날의 한국교회와 사회의 큰 초석이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우리 시대 한국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는지요.
황성은 : 저는 지금 같은 재난의 국면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무엇을 감당하려고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저 죽을 때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한국교회가 너무 부해지고 커지고 힘이 많이 생긴 것은 어떤 의미에서 더 큰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19 같은 재난은 한국교회에 단순한 위기의 때가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힘을 빼고 겸손하게, 마땅히 할 바를 그저 감당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즉, ‘교회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Back to the Basics) 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한국교회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지 말고, 자랑하려 하지 말고, 오직 주님이 맡겨주신 사회적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국교회가 죽으면 부활이 있을 것이고, 다시 세상도 교회를 자발적으로 칭찬하고 존경하게 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윤헌준 : 그렇다면 목사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코로나 19’나 ‘홍수’ 같은 사회적 재난의 국면 앞에서, 더 많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마 5:13~16)으로서, 사회봉사에 동역하려면 무엇이 가장 절실하다고 보시는지요.
황성은 : 성경이 가르치는 것은 교회의 사회봉사가 결코 지역교회의 영광을 드러내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마 25:40). 영광은 오직 주님이 받으시고, 우리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낮은 자세로 조용히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는 것뿐이지요. 이것이 우리 교회 원로 목사님의 사회봉사 정신이었고, 저도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윤헌준 : 요즘처럼 어려운 사회적 재난의 국면에서, 이 땅의 많은 교회들은 감사하게도 여전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약 2:17))이라는 말씀을 교회와 성도의 일차적 소명으로 믿고 가르치며, 구체적 사회 현장과 삶의 자리에서 그 소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동역하는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목사님의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황성은 : 이러한 재난의 국면에서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성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평소보다 더 섬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성도들을 통해서도 세상을 향한 격려와 응원이 확산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적으로 바르고 의미 있는 곳에서 더 섬길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것입니다. 교회는 성도들의 선한 마음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하지요. 저는 그렇게 작은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생명의 역사를 이룰 것을 믿습니다.
윤헌준 :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평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황성은 : 청년들에게 입을 열면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저는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더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4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