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신학은 그 시대를 위한 ‘만나’여야 합니다
박경수 (장신대 교회사 교수)
<재난과 교회> / 박경수 외 12명 /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 2020.
2020년 벽두부터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불청객이 온 세계를 덮쳤다. 바이러스 전염병의 특성상 사람들 간의 접촉과 모임이 최대한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지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회에서도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이 권고되고 많은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성도들의 신앙생활이 극도로 위축되었다. 사회적으로 문화활동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기본생활조차 제약을 받고 있으며, 심각한 곳에서는 통행과 이동의 자유마저 제한되었다. 이런 상황이 우리가 새로운 사고와 방향모색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신학은 그 시대를 위한 ‘만나’여야 한다.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신학이란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나다 하더라도, 오늘날의 생태계 파괴와 인공지능 문제에 대한 답까지 제시하지는 못한다. 복음은 절대적이지만 신학은 상대적이다. 복음은 보편적이지만 신학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신학자는 보편적 복음을 자기 시대의 구체적 상황에 가지도록 설명하는 그 시대의 신학자여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토로나 19’로 어려움에 봉착한 교회와 성도를 위해 신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나온 작은 열매이다. 부디 이 작은 책이 교회와 성도를 위로하고 먹이는 ‘만나’와 같은 양식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교회를 위한 신학’이 되어야 한다는 장로회신학대학교의 기본 정신에 따라 ‘코로나 19’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재난을 당한 교회와 성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13명이 이 일에 동참하였다. 임성빈 총장의 ‘재난과 사회변동, 교회의 역할’은 재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소개한 후, 교회가 어떻게 그 재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지 또 코로나 사태 이후의 교회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하였다. 배희숙 교수(구약학)의 ‘재난과 교회: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구약성서적 성찰’과 김태섭 교수(신약학)의 ‘신약성경에서 질병과 재난,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는 성서 학자의 입장에서 질병과 재난을 고찰한 후에,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바라보았다. 박경수 교수(교회사)의 ‘흑사병에 대한 종교개혁자들의 태도’는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흑사병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했는지를 다루었고, 안교성 교수(한국교회사)의 ‘교회의 재난: 한국교회를 중심으로’는 한국교회가 재난이라는 도전에 어떻게 응전했는지를 살핀 후에, 오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제안했다. 백충현 교수(조직신학)의 ‘코로나 19에 대한 조직신학적 성찰’은 재난 가운데서 ‘하나님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라는 신정론의 문제를 다루었다. 김정형 교수(조직신학)의 ‘코로나 19 이후 새로운 교회를 내다보며’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폐해가 무엇이며 또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성찰하였다. 이창호 교수(기독교화 문화)의 ‘재난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성찰’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교회가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하였다. 박보경 교수(선교학)의 ‘코로나 19가 우리 가정 곁에 바짝 다가왔을 때’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구에서 겪었던 가족의 아픔을 실존적으로 고백하면서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고 실천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의무를 일깨웠다. 최진봉 교수(예배설교학)의 ‘교회 됨의 비일상성에 대하여’는 재난 상황에서 교회의 예배와 목회적 돌봄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내용을 제안하였고, 이상억 교수(목회상담학)의 ‘재난과 목회상담’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목회상담적 해석을 제시하면서 영적 자기 관리와 정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김경은 교수(영성신학)의 ‘재난을 이기는 영성’은 본보기가 되는 영성가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과 기도로 제자도를 실천할 것을 제안하였다. 신형섭 교수(기독교교육)의 ‘재난과 교육목회, 위기의 한복판에서’는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오히려 미래의 교육목회 생태계를 대비한 혁신을 시도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글들은 비록 부족하고 단편적인 성찰이지만, 목회자와 신학생 그리고 성도들이 자신의 삶에 잘 적용하여 어려운 때를 이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면 저자들에게 이 보다 더큰 기쁨과 보람은 없을 것이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전 3:1)고 하셨으니, 분명 ’코로나 19‘도 지나갈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이 고난의 때가 속히 지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제 신학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니게 될 것이다. ’코로나 19‘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교회는 어떤 공동체인지,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지, 악의 실체가 무엇인지,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복음의 본질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떻게 번역해야 할 것인지 등 수많은 새로운 질문과 맞부딪히게 되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들은 이 혼돈의 이 혼돈의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갈급한 영혼에 매일의 양식인 만나를 제공하는, 바로 이 시대를 위한 신학을 위해 고민하며 분투할 것이다. 사랑하는 동역자들의 지도와 격려를 부탁드리며, 여러분의 기도 가운데 이들을 기억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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