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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슈망과 유럽연합의 성경적 뿌리
최용준 (한동대 ICT 창업학부 교수)
로베르 슈망 / <깊이 뿌리내린> / 로베르 슈망 / 최용준 역 / 예영커뮤니케이션/ 2020
2020년은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 1886-1963)이 2차 세계대전 후 1950년에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유럽연합의 비전을 선언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그 후 유럽은 계속 그의 비전을 실현하여 오늘의 유럽연합으로 발전해 왔다. 쉬망은 룩셈부르크 출신이지만 나중에 프랑스 정치가로 활동한 유럽연합의 창시자 중 가장 대표적인 분으로 양차 대전 후 프랑스와 독일 및 유럽 국가들이 화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쉬망은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부친은 로렌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었으나 나중에 이곳이 독일 영토가 되어 독일인이 되었고 모친은 룩셈부르크인으로 결혼을 통해 독일 시민권자가 되었다. 그도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혈통주의 원칙에 따라 독일인이 되었다가 1919년 알자스로렌 지역이 다시 프랑스령이 되자 프랑스인이 되었다. 그의 모국어는 룩셈부르크어였지만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배웠고 독일 여러 대학에서 신학, 철학, 법 등을 공부하여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경도 깊이 연구했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모친마저 마차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자 그는 수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독신으로 살면서 변호사가 되었고 1차 대전 때에는 건강상 병역을 면제받아 사회봉사를 했다. 1차 대전 후 프랑스 국회의원이 되었고 2차 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운동에 참여하다 게슈타포에 체포되었으나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전후 프랑스 재정부 장관을 지냈고 수상직도 두 번이나 수행하며 공산당과 드골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정책을 주장했다. 그 후 외무장관이 되자 전후 유럽이 상호 미움과 불신을 제거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미래비전으로 1950년 5월 9일, 파리 외무부 청사에서 초국가적 공동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쉬망선언(Schuman Declaration)’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그는 자유, 평등, 단결 및 평화는 기독교적 가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진정한 민주주의도 성경적 ‘섬김’과 ‘이웃사랑’에 기초함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미래의 연합된 유럽은 기독교적인 동시에 민주적이 되어야 하며 다양성과 통일성도 성경적 세계관에 의해서 가능함을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도 이 쉬망의 선언에 동의했고 콘라드 아데나워(Konrad Adenauer, 1876-1967)가 전후 초대수상으로 재직하던 서독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가 출범하였다. 나아가 1958년에는 유럽의회의 전신인 유럽위원회(European Assembly)가 설립되어 쉬망이 회장에 취임했다. 그래서 지금도 유럽연합은 5월 9일을 창립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이 날은 유럽 현대사에 있어 철의 장막이 극적으로 무너진 것보다 더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유럽은 그 후 역사에 유래가 없이 70년간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쉬망은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유럽각료회의(Council of Europe)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도 창설하는 주역이 되었다. 1960년, 건강이 악화되어 은퇴하자 그는 ‘유럽의 아버지(Father of Europe)'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10여 년 전 유럽 YWAM에서 오랫동안 사역한 제프 파운틴(Jeff Fountain)은 쉬망의 비전을 성경적으로 재조명하면서 유럽의 신앙적 유산들을 정리하고, 현재 상황을 분석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슈만센터(The Schuman Center)를 설립했다(www.schumancentre.eu). 본서는 그가 쉬망 선언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쓰여졌다. 그는 쉬망의 이 연설이 5억 유럽인들이 오늘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잘 알려지지 않아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그 배후 가치들과 비전이 잊혀지고 있고 북유럽 국가들도 이 운동의 뿌리를 모르며 중부 및 동유럽은 그 근원을 종종 오해한다. 따라서 유럽의 미래는 이 역사와 성경적 가치들을 회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제프 마운틴은 본다.
필자가 본서를 접한 것은 지난 2010년, 유럽연합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사역하며 그 역사 및 쉬망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필자는 청년시절에 한국의 한 유명한 목사님께서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 강해를 통해 말세의 적그리스도가 유럽연합이라고 주장하던 것을 기억하면서 과연 그런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본서를 읽고 한글로 번역하여 유럽연합의 성경적 뿌리를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바로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유럽연합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깊이 뿌리내린 것으로 양차 대전 이후 쉬망과 아데나워 및 유럽의 기독 정치인들이 기도하면서 협력한 결과물이다. 특히 쉬망이 자신의 신앙을 정치영역과 통합하고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대에서 자라 양국 시민권 및 양차대전을 직접 경험한 후 화해와 평화의 중재자로 쓰임 받게 된 것은 하나님의 깊은 경륜이며 섭리라고 하겠다. 본서를 통해 한국 기독인들도 이 시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화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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