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성경읽기, 하나님과 통하기
유은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강사)
<읽는다는 것> / 강영안 / IVP / 2020.
성경 말씀을 날마다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는다는 것,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다는 것>은 초신자들에게는 물론, 신앙생활을 오래 해 온 신자들에게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우선, 저자는 신자들이 성경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첫째, 말씀의 어구 하나하나에 매달려 성경의 전체적인 의미를 간과해 버릴 수 있는 문자주의적 태도, 둘째, 성경을 영적인 의미로만 해석하는 신령주의적 태도, 마지막으로 성경을 독자 자신의 필요나 유익을 위해 읽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나님까지도 자신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삼는 기복주의적 태도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런 태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경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탐구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중세의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영적 독서) 전통과 그와 연계되는 루터의 독서법 및 주자학의 주희의 독서법 전통을 통합적으로 연계시키면서 성경 읽기가 어떤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본다. 즉,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와 관상으로 나아가는 렉시오 디비나 전통은 루터의 성경 읽기 방법인 기도와 성경 읽기, 묵상을 통한 고난과 영적 시련 극복하기와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그것들은 결국 말씀을 통해서 나의 뜻,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을 방조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다스리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을 안내해준다. 이런 견지에서 주희의 독서법 역시 사서와 삼경의 말씀을 허심(虛心)과 평심(平心)을 기반으로 숙독(熟讀)하며 열독(熱讀)함으로써 그 내용이 머리로 깊게 연구되는 궁구(窮究), 성찰되고 마음 속 깊이 인정된다는 체인(體認) 뿐 아니라, 전체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도를 파악하는 경지로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렉시오 디비나 전통 및 성경 읽기와 통한다는 것이다.
결국 동서양의 이런 독서법을 통해 성경을 읽는 신자는 자신의 좁디좁은 생각과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경 속에 담긴 하나님의 높으신 뜻과 하나님의 마음을 깨달아가는, 가다머( Hans-Georg Gadamer)의 용어를 차용하면 ‘지평융합’(Horizontverschmelzung)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강포와 압제를 멀리하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를 이루는 데 자신의 삶을 헌신할 수 있는 실천으로 귀결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각자의 교회를 비롯한 그리스도의 공교회가 추구해야 할 거룩함과 구별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읽기는 흔히 대학에서의 읽기 방식, 즉 학문적, 스콜라적, 비판적 읽기 방식과는 대조되는 것으로서, 사실상 우리의 내적 자아는 그것을 그리 흔쾌히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성경 읽기 방식이란 에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수동적 주체 개념과 유사한 ‘수동적 읽기’, 내지는 ‘상처 입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읽기이다. 이 점에 있어서 성경 읽기는 다른 읽기와 차별성이 있다. 여느 다른 책들은 소위 자기계발 및 자신을 위한 독서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올바른 방식의 성경 읽기는 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율법 교사의 머뭇거림과 같이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지 않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깊은 고뇌 및 딜레마를 던져주는 읽기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세상의 불의와 관련해서 그것에 대한 하나님의 슬픔과 분노, 억압 속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낄 수밖에 없는 ‘공감적 읽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 읽기는 단지 성경을 읽는 것으로 귀결될 수 없으며, 책 속에 언급된 대로 성경읽기는 삶 속에서의 실천과 밀접히 연관된다. 저자가 언급한 본 회퍼((Dietrich Bonhoeffer)를 비롯해서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그리고 에마누엘 레비나스 등의 학자들 역시 이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람들이다. 성경을 깊이 읽으면 읽을수록 성경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신자는 현실의 불의에 무관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성경 읽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 같은 이해를 통해 이제 독자들은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경 읽기를 통해 깨달은 하나님의 뜻은 어떤 방식으로 이행될 것인가, 말씀 적용의 개인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실행할 수 있는가, 공평과 정의의 제도 구축을 위해 신자들은 사회 안에서 일반 사람들과 어떤 공조를 이루어낼 수 있는가. 이런 논의들이 본서에서 제시한 성경 읽기 방식과 더불어 한국의 많은 교회들에서 보다 풍성하게 논의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짧은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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