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코로나 19’ 시대에 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서는 질병관리청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하여 대면 예배를 제한하는 명령이 내려진 바 있으며, 광화문에서의 집회 금지 명령도 내려진 바 있다.
이러한 대면 예배 금지나 집회 금지에 대해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 때문에 이를 수인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종교적 자유 또는 정치적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에서 바람직한 법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에서부터 출발해볼 필요가 있다. 성경에서는 율법의 두 가지 핵심 원리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율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십계명에서도 하나님 사랑에 관한 내용(제1계명부터 제4계명까지)과 이웃 사랑(제5계명부터 제10계명까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기본원리는 오늘날 세속법 질서에도 불완전하게나마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하나님 사랑의 원리는 다른 말로 하면 우상숭배 금지의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세속법에서 권력이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권력분립의 원리나 공화주의 원리로 연결된다. 다음으로 이웃 사랑의 원리는 세속법에서 다른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권 존중의 원리로 연결된다. 헌법 질서에서 권력분립 또는 공화주의 원리는 기본권 존중의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성경적 질서와 일맥상통한다.
‘코로나 19’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법을 바라봄에 있어서도 이처럼 세속법의 뿌리에 있는 하나님 사랑의 원리와 이웃 사랑의 원리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른 다양한 감염병 예방 조치는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기본적으로 이웃 사랑의 원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염병 예방 조치가 만약 다른 목적(예를 들어 종교적인 탄압이나 정치적인 탄압)으로 남용된다면, 공권력을 행사하는 정부에게 부당한 권력을 허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하나님 사랑의 원리(우상숭배 금지의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속법(특히 헌법)에서는 이러한 공권력 행사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법리들을 두고 있다. 첫째, 과잉금지원칙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공권력의 행사는 그 목적에 비례하여 적절한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둘째, 기본권의 경합이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생명권 또는 건강권이라는 기본권과 종교적 자유 또는 정치적 자유라는 기본권이 서로 충돌하게 될 경우, 양 기본권의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이들 사이에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면 현재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대면 예배 금지나 집회 금지 등의 감염병 예방 조치들이 이러한 과잉금지원칙을 지킨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서로 다른 기본권 사이에 균형을 적절하게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가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코로나 19’의 특성, 즉 밀집한 곳에서 비말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감염병 예방 조치의 정당성을 기본적으로 긍정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예배의 자유, 집회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것이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위험이 크다면 자유의 제한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웃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감염병 예방 조치들은 예배의 자유, 집회의 자유와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향후 감염병 예방 조치가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남용될 경우에는 그리스도인은 이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적 목소리를 냄에 있어서는 최대한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비판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늘 깨어서 법 집행 과정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때로는 법 집행에 협조를, 때로는 법 집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적절히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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