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그리스도인 역시 사회 속에서 일원으로 존재하므로 교회 밖에서의 삶, 곧 기독교 공동체 바깥에서의 삶에 대한 생각을 바르게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은 창조주일 뿐만 아니라 통치자이기도 하다. 만약 하나님이 통치하지 않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가정하면, 그 영역은 누가 통치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만약 마귀가 통치한다면 그럼 마귀는 누가 통치하느냐 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물론 악의 기원과 개인의 책임 혹은 자유의지라는 난제가 있긴 하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일을 포함한 모든 일에서 친히 통치하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불신자를 세상에 보내어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 한몫을 담당하게 하심으로 사회가 굴러가게 하는 일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하나님의 일이다. 불신자라 할지라도 자기의 힘이나 결정으로 세상에 온 것이 아니며, 자기가 원하는 때에, 자기가 원하는 사회에, 자기가 원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결정을 하나님께서 내리셨다.(사람의 도덕적 결정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별도의 주제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점에서는 신자나 불신자나 다르지 않다. 그래도 신자는 뭔가 다른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는데, 물론 크게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별도의 주제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불신자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맡겨서 하게 하시는 일을 그들이 더 잘하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하나님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세상에 보내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를 존중하고 그의 생명을 귀히 여겨야 한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그 사람들을 통해서 하시는 일을 존중해야 한다. 그가 위정자나 관리라면 그가 나라를 잘 다스리도록 협력하고 도와야 한다. 이와 동일한 원리에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신자는 그들이 그 일을 잘하도록 협력하고 도와야 한다. 물론 불의와 악에 대해서는 당연히 저항해야 하지만, 저항을 하더라도 법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
이렇게 사회의 일반적인 질서를 하나님의 규칙으로 알고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성경의 예가 많이 있지만 몇 가지 예를 들겠다.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나라는 앗수르이고, 남유다를 멸망시킨 나라는 바벨론인데, 두 나라 모두 고대의 제국이었다. 남유다가 망할 때에 이런 일이 있었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은 하나님의 백성이고, 따라서 하나님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방 제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방에서 바벨론 제국이 세력을 확대하면서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이다. 그때 하나님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한 유다는 바벨론에 대해서도 결사 항쟁의 의지를 가다듬고 있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유다 백성을 위해서 예레미야를 통해 뜻을 전하셨다. “나는 내 큰 능력과 나의 쳐든 팔로 땅과 지상에 있는 사람과 짐승들을 만들고 내가 보기에 옳은 사람에게 그것을 주었노라. 이제 내가 이 모든 땅을 내 종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의 손에 주고 또 들짐승들을 그에게 주어서 섬기게 하였나니.....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을 섬기지 아니하며 그 목으로 바벨론의 왕의 멍에를 메지 아니하는 백성과 나라는 내가 그들이 멸망하기까지 칼과 기근과 전염병으로 그 민족을 벌하리라.”(렘 27:5-8).
유대인들은 어떻게 우리가 이방의 왕의 다스림을 받을 수 있느냐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건 너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 내 말을 따르라”고 하셨다. 그것이 하나님의 결정이므로 거기에 순종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자기 땅에서 평안히 살게 하시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이상한 종교적 자신감에 빠진 유다 백성은 예레미야의 말을 듣지 않고, 엉뚱하게도 거짓 선지자의 말을 들었다. 어떻게 되었는가? 크게 두들겨 맞지 않았나. 시드기야 왕이 바벨론 왕에게 당한 일이 대표적이다. “바벨론의 왕이 립나에서 시드기야의 눈 앞에서 그의 아들들을 죽였고 왕이 또 유다의 모든 귀족을 죽였으며 왕이 또 시드기야의 눈을 빼게 하고 바벨론으로 옮기려고 사슬로 결박하였더라.”(렘 39:6-7).
그뿐이 아니다. 하나님은 바벨론 다음으로 페르시아를 일으켜 그 왕에게 큰 권능을 행하게 하셨다. 바벨론은 페르시아에게 그렇게 망했다. 성경은 페르시아 왕 고레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내 목자라 그가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사 44:28). 하나님께서는 고레스를 자신의 목자라, 심지어 기름 부음 받은 자라고까지 말씀하셨다.(사 45:1). 이스라엘에서 기름 부음을 받는 사람은 왕, 제사장, 선지자이다. 고레스는 하나님의 작정하심대로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돌려보내고 성전도 회복하게 한 인물이다. 하나님은 불신자라도 왕으로 세워서 이스라엘을 심판하기도 하시며, 큰 혜택을 베풀게도 하신다. 과연 하나님은 홀로 천하를 다스리시는 통치자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의 삶에서 불신자와 똑같은 시민의 위치에서, 사회의 질서를 지키고 신앙의 여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세상 질서의 유지를 위해 당신 뜻대로 지위를 맡기신 사람들의 역할 역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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