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와 ‘기독교학술동역회’와의 인연은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 나와 함께 총신대 유아교육과에 재직했던 동료 고(故) 김동춘 교수가, 자신의 전공을 기독교적으로 조명하여 연구하고 싶어하는 대학 후배인 성균관대 교수에게 나를 소개하였다. 김동춘 교수는 자기보다는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교수가 있다고 하면서 나를 소개한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성균관대 교수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유아교육 관련 교수와 현장 교육자들이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기독교교육, 기독교세계관과 관련된 서적을 읽기 시작하였고, 또한 신학 분야의 교수들을 모셔다가 특강을 들으며 자신들의 전공과 기독교 진리를 연결 지으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함께 공부하면서 너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던 알버트 그린(Albert Greene)의 <기독교세계관으로 가르치기>(Reclaiming the future of Christian education: A transforming vision)를 번역하였다.
이 모임에서 철학과 관련된 특강을 들으며 웨슬리(Wesley Wentworth) 선생님을 소개받았고 웨슬리 선생님을 통해 기독교학문연구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때가 1995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남영동의 사무실에서 ‘기독교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학문과 ‘기독교세계관’과의 통합에 관심이 있는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교육학 분과라는 이름 아래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기독교교육과 기독교세계관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열매의 하나로 한 장씩 읽고 발표하였던 에드린(Richard Edlin)의 <기독교 교육의 기초>(The cause of Christian education)을 번역하였다. 신앙과 학문에 관련된 책을 읽던 이 월례 모임은 매우 오랫동안 꾸준히 모였으나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그만두게 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기독교학술동역회’ 산하 ‘기독교학문학회’에서의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는 2014년 10월 31일에 중국의 칭화대학(清華大學)과 ‘업무협약’(MOU)를 맺은 사건이다. 중국의 칭화대학 연구소에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연구하면서 경제 발전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기독교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고, 기독교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기독교 학문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 같다. 따라서 기독교 학문을 연구하면서 논문집을 발간하는 학회로 기독교학문학회를 눈여겨보면서 우리와의 ‘업무협약’(MOU)을 맺기를 원했던 것이다.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손봉호 이사장, 김승욱 교수(당시 실행위원장), 조성표 교수(당시 기독교세계관연구소장), 그리고 몇몇 관련된 분들과 중국의 칭화대학을 방문하였다. 당시 나는 기독교학문학회장으로 참석하였다. 칭화대학 연구소에서 ‘업무협약’를 맺으면서 놀랐던 점은 중국의 학자들이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 기독교 학문에 주목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로 19세기 말의 장로교와 감리교의 선교사들의 내한과 그들의 근대식 교육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근대화에 끼친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글들이 있으나 기독교와 경제에 관한 글들은 주로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이 있는데, 중국의 학자들은 자신의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기독교를 생각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물론 중국의 학자들이 생각하는 기독교는 신앙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지만 경제발전을 위한 원동력의 하나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 놀란 점은 칭화대학의 연구소 책장에 <조선실록>이 꽂혀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연구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칭화대학 연구소의 연구가 매우 폭넓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모든 학문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생각 아래 가르치고 연구하는 기독교 학자들의 연구가 자신의 전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하나님의 진리를 발견하는데 편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모든 학문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믿는다면 보다 폭넓은 연구를 통해서 비로소 하나님의 진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는 내 전공도 제대로 깊이 연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제 한 학기만 있으면 40년 가까운 긴 여정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의 인연도 정리할까 생각 중이다. 여러 가지 활동의 마무리 단계에서 마음 속 깊이 남는 아쉬운 점은 기독교 학자들의 학문 연구가 ‘앎’에 그치고 ‘삶’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수상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Montaigne)가 ‘앎’보다는 ‘삶’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사실이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나누는 나의 삶의 저편의 이야기에 그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어쩌면 앎의 자리에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있다. 1980년대부터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있었고, 이제는 기독교학문학회에서 1년에 두 번 학술대회를 통해 기독교 학자들의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논문들이 발표되며 학술논문지 <신앙과 학문>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기독교적인 맥락에서 발표되고 있다. 그동안 신앙과 학문의 통합에 대한 발전에 기여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역할에 감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앙과 학문에 대한 이원론에서 벗어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이제는 기독학자들의 학문연구가 ‘앎’을 위한 연구에 머물지 않고 ‘앎’의 자리에서 ‘삶’의 자리로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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