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어린 시절 주변 어른들은 내가 사업가나 코미디언, 둘 중 하나는 될 것이라고 예상하곤 했다. 반면 나의 학창 시절 꿈은 세계를 누비며 미소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튜어디스였다. 스튜어디스였던 숙모와 주변의 지인들은 성격과 재능을 봤을 때 잘 맞는 것 같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그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하나님은 현재 내게 직장에서 땅에서 한 발짝도 떨어질 수 없는 비서라는 자리로 인도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잘해서 빛이 날 수 있는 자리보다는 부족한 것을 우선 배워나가며 훈련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이끄는 것이 훨씬 더 내게 유익하다고 판단하셨던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들이 취업난으로 고생할 때, 회사를 골라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결코 탁월한 인재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대담하게도 회사를 지원할 때, 미리 정한 조건에 맞추어서 지원했을 뿐이다. 그 조건은 현재 출석하며 섬기고 있는 한국외국어대교 대학교회의 주중 저녁 일곱 시 반, ‘다니엘 기도회’를 어려움 없이 지킬 수 있게 가까운 곳에 위치한 회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직장에서도 기도회 시간을 맞추기에 지장을 받지 않는 자리(업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직 이 두 가지 조건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우선 출퇴근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강남은 제외되었다. 직장에서 유망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자리도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말씀과 기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높은 연봉과 미래를 보장해줄 기회의 직장과 자리에는 처음부터 갈 마음이 없었다. 하나님은 그런데 이렇게 건방질 만큼 대담한 믿음의 결단을 받으셨다.
돌이켜 보니, 하나님께서는 당시 이 한 번의 결단을 기뻐 받으시고, 지난 육 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평탄하도록 축복해 주신 것 같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대단한 포부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세상 가치관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엄청난 도전들 앞에 힘겨워했고, 종종 사람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올라오곤 했다. 동료들과 밥 먹기 전에 식사 기도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상사에 대한 불평불만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매일 경건의 시간(Q. T.)과 저녁 기도회에 앉아 말씀과 기도로 내 영혼을 하나님 앞에서 조율하는 시간을 통하여, 무엇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인지, 매일 순종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셨다. 그렇게 저녁마다 하나님께 엎드리는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선한 능력과 세상의 권세에 맞설 수 있는 지혜를 주셨다.
그 덕분에 직장에서 한번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서 용서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한 분이 내게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칭찬의 말을 전했다. “너는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강한 것을 내가 봤어. 그리고 네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있기에 저녁마다 편히 잠들 수 있는 것 같아. 아침에 나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너를 보며 힘을 얻고 하루를 시작해.” 이 분은 내가 아니라 나를 통해 예수님을 보셨던 것 같다. 사람의 말이었지만 하나님의 칭찬과 인정하심으로 느껴졌다.
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살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제사장으로 세상의 회사 가운데 그렇게 서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말은 안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를 종종 평가하고, 때로는 남다른 기대도 있는 것 같다. 나의 힘과 열심만으로는 이 기대에 부응하거나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능력이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하나님은 내 힘으로 얻는 열심과 성공을 통해서가 아니라 말씀과 기도의 시간을 먼저 사랑하고 오직 하나님 앞에 머물 때, 모든 것을 선물로, 열매 맺도록 하시는 삶의 공식을 알려주셨다. 말씀과 기도를 최우선으로 두는 삶을 살 때 하나님은 보란 듯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하셨다.
최근 하나님께서는 신앙과 삶의 일치라는 균형잡힌 삶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고 계신다. 말씀과 기도를 최우선으로 두고 싶다는 이유로 종종 삶의 현장, 즉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을 회개하게 하셨다. 하나님은 당신이 심으신 세상의 자리에서 꽃피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시고,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하나님이 심으신 곳임을 확신하게 하셨다. 직업은 귀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 맡겨주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임을 알게 하셨다. 적당히 일 처리 하던 모습을 버리고 회사에서도 언제나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그래서 직장에서 비서 업무를 수행할 때, 내 생각을 버리고 상사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더 앞서 생각하고 준비하게 하셨다. 능력이 아니라 태도가 근본적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이렇게 주신 깨달음을 삶에 적용하니 일하는 보람과 성과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고, 회사 안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존중받으며 영향력을 키우게 하셨다. 대학에 입학 할 즈음, 나의 비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한 적이 있었다. 내심 직업의 응답을 기대했지만 하나님은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어라”고 말씀하실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이 비전이 참 마음에 든다. 하나님이 주신 이 비전을 이루며 살 때, 그 어떤 세상의 기쁨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 최고 성공이자 행복인 것을 이제 알았으니, 끝까지 그 뜻을 이루며 멋지게 살아 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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