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 <미라클 프롬 헤븐>(Miracles from Heaven)
(2016, 페트리시아 리건 감독)
행복
한 단란한 가정이 있다. 아빠와 엄마는 믿음이 신실하다. 직장 생활도 열심히 하고 교회 생활 또한 등한히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딸 셋이 있는데 알콩달콩 우애가 좋다. 정말 화기애애하게 지낸다. 어느 주일날. 엄마는 교회에 갈 시간을 맞추느라 부산하다. 세 딸을 챙기느라 아래윗 층으로 뛰어다닌다. 아빠는 밖에서 일하고 있다. 엄마는 교회에 일하던 옷차림으로 갈 수 없다고 보챈다. 그러는 사이 아빠는 밖에서 소여물을 주고 있다. 엄마는 거기다 대고 역시 소리친다. 아빠는 투덜대면서 주일 예복으로 갈아입는다.
자, 이제 식구들은 교회로 달려간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손뼉치며 율동 하면서 찬송을 부르니 예배가 더 뜨겁게 느껴진다. 목사님은 진지함 속에 여유를 섞어가며 설교한다. 아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라서 소품으로 예를 든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예배드리니 주님 품에서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렇게 행복한 일상이 계속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 땅에서의 삶은 그렇지만 못하다.
환난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둘째 딸이 아프다고 한다. 아이는 배를 움켜 쥐고 고통에 울기까지 한다. 엄마는 어쩔 줄 모르고 병원을 찾는다. 여러 검사를 통해 알아낸 것이 원인 불명. 무성의해 보이는 의료진을 탓하는 엄마. 누가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알겠는가. 그때부터 엄마는 백방으로 아픈 딸을 고치고자 미친 듯 뛰어다닌다.
아이의 고통은 더하다. 배가 부풀어 오르는데, 나중에 밝혀진 병명은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는 장폐색증. 장 협착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은 잘 되었으나 코에 관을 삽입해야 했고, 회복은 해가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없으니 왕따가 되기 일쑤다. 운동에 참여할 수 없으니 외롭고 쓸쓸하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이런 소외감을 느껴야하다니 삶은 냉혹해 보인다. 아이는 혼자 집에 있어야 하고, 혼자 고통을 느껴야 한다. 점점 고통은 아이를 예민하게 만든다. 언니와 동생도 같이 심리적 혼란을 겪는다. 그토록 웃음꽃 피던 행복한 시절은 어디론가 사라졌는지 그늘이 집안에 가득하다.
교회 사람들도 태도가 이상하다. 아이가 아픈 것이 무슨 죄라도 지어서 생긴 일처럼 바라본다.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는데 부모가 몰래 죄를 지었거나 아이가 어떤 죄라도 지어 아픈 것처럼 수근거렸다. 참을 수 없는 정죄였다. 아이가 아픈 것이 무슨 죄 때문이라는 소문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목사는 믿음을 돌아보고 회복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엄마는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자신의 무슨 숨긴 죄 때문일까, 아니면 믿음이 약해져서일까. 애가 왜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일까.
사랑의 사투
아이도 엄마도 심한 우울 상태에 빠진다. 엄마는 아빠와 신경전을 벌이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외치기도 한다. 아, 사랑이신 하나님은 어찌하려고 내 딸을 이렇게 아프게 놔두는 것일까! 그런 심정이다. 집 앞에 오랫동안 함께 해온 나무를 보고 혼자 묻는다. “하나님, 당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아요. 기도도 나오지 않아요. 이제 희망이 있다고 믿기도 어려워졌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는데 소아과 전문의를 소개 받는다. 세계적인 소아과의사 누코 박사. 얼마나 예약이 밀렸는지 진료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아픈 자식을 앞에 둔 부모에게 거리가 문제일까. 자식을 고치고자 하는 엄마의 사랑은 처절하다. 엄마는 결단한다. 그가 있는 병원으로 간다. 딸을 데리고 무작정. 누코 박사의 병원은 비행기로 가야 하는 먼 거리. 엄마는 빠듯한 여비를 마련하여 딸을 데리고 간다. 의사는 소문대로 소아과 전문의로서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대해주고 진료도 수술도 잘 끝냈다. 그렇다고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치료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고통 역시 아이와 식구들 몫으로 남아있다.
고난 속 기적
믿음과 절망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던 어느 날 아이는 언니와 나무에 오른다. 높이 올라가서 넓은 세상을 바라봤으면 꿈꾸어 왔었다. 그동안 수백 번도 더 올라간 나무. 그날따라 왠지 언니의 꼬임이 달콤했다. 한발 한발 나무에 올라간다. 나뭇가지에 앉아 몸을 움직이던 중 고목 가운데 텅 빈 속으로 떨어진다. 거꾸로 떨어진 아이는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런데.....구급차가 오고 구급대원들이 특수장비를 동원해 아이를 구출한다. 3층 높이에서 떨어져 3시간을 그렇게 혼수상태에 있었던 것. 구출은 성공적이었으나 아이는 반응이 없었다. 부모는 기도한다. 기도 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 믿음의 부모였으니 기도 외에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사이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이가 뛰어노는데 보름달만한 배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모두 놀랐다. 어떻게 갑자기 그 아프던 애가 건강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가. 아이는 혼수상태에 있을 때 뭔가 체험했다고 말한다. 아이는 분명히 기억했다. “그 분이 나을 거라고 말했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때가 되면 다들 알게 될 거에요.” 아이의 회복으로 엄마는 깨닫는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뤄진 일임을. 기적은 하나님이 매일의 삶 속에 숨겨놓으신 사랑의 씨앗으로 탄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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