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공공신학의 다양한 얼굴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 / 최경환 / 도서출판 100 / 2020.
내가 사는 사회와 정치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될 무렵, ‘기독교 세계관’이라든가 기독교윤리와 관련된 책들을 읽다가 우연히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관련 논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국내에 소개된 공공신학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전체 내용 중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공공신학의 전체적인 윤곽과 밑그림을 보여주는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 가을에 ‘에라스무스 연구소’에서 ‘공공신학과 정치신학의 미래’라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쓴 글과 그동안 몇몇 학술지에 투고한 글을 다듬어서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공공신학으로 가는 다양한 길을 소개한 책이다. 공공신학의 기원과 그 내용에 대한 전체 지형도라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국, 독일, 남아공, 브라질, 미국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공신학을 소개하고, 공공신학의 중요한 파트너인 현대 정치철학의 논의도 간단하게 소개했다. 구체적인 적용이나 실천적인 내용보다는 공공신학 자체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을 많이 다루었다.
공공신학은 기독교의 가치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사회 속에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복음의 정체성과 공론장의 원칙, 어느 하나를 포기하거나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넓게 보면 복음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전통적으로 실천신학이나 선교학에서 다루는 내용을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공공신학이 발생한 다양한 원인과 기원을 6가지로 분류해서 각각의 특징을 하나씩 설명했다. 공공신학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다국적 기업을 옹호하는 보수적인 신학부터 전통적인 해방신학의 의제를 더욱 급진적으로 확장시키려는 신학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세계화에 대한 의견도 저마다 다르고, 정치참여에 대한 의견도 모두 다르다. 공공신학이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공론장의 성격에 대해서도 저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정체를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것이 공공신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공공신학은 각 지역의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가지고 신학으로 대답하는 방식, 즉 귀납적으로 혹은 아래로부터 신학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신학을 한다고 하면, 먼저 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공신학은 학제 간 연구이고, 다양한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신학을 재구성해야 한다.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철학, 문화연구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공공신학이 이런 학문의 도움을 받아 한국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갱신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 교회는 토의를 통해서 다양한 의견들을 비판, 견제, 혹은 수용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배워야 한다. 더불어 타자와 함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양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는 이유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집단,’ ‘상식적으로 대화할 수 없는 이익집단’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공론장에서 교회는 가능하면 모든 사람이 이해할만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신앙의 확신을 만들어야 하고, 이러한 논증이 정합성, 일관성, 논리적 합리성이라는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것이 공공신학의 대전제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담론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왜곡을 온
전히 담아낼 수 없다. 정치와 사회가 외면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목소리를 상실한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들의 목소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공공신학의 역할이다. 이 책은 공공신학의 기원, 발전,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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