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시대가 가져온 위기가 실로 엄청나다. 교회도 그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지금까지의 신앙생활 방식을 완전히 흔들어 놓은 이 위기는 성전 파괴와 제사 중단의 위기를 겪었던 바벨론 포로 사건이나 예루살렘 교회에 닥친 박해 사건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들은 회당을 세우고 말씀 중심의 예배를 드림으로 그 위기를 신앙 유지의 기회로 만들었고, 초대교회 역시 박해의 위기를 복음 전파의 기회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도 그러한 지혜가 필요하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주일 중심, 예배당 중심의 예배가 중단된 것은 매우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예배로 되돌아가는 것을 답으로 생각한다면 예배 위기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예배를 주일이라는 하루, 예배당이라는 한 공간에 제한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예배 안에 내재한 위기이기 때문이다. 주일과 예배당 중심의 예배를 계속 유지해야 하지만,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곧 예배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아니다. 이미 가상공간 예배가 시작되었고, 예배에 대한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상공간 예배는 모든 곳 모든 때에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만드는 기회이면서, 예배를 종교 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키는 위험도 된다.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 것은 설교의 내용이고, 비신자에게 소통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코로나 19’ 시대는 교회의 여러 모임도 중단시켰다. 큰 모임은 아예 불가능해졌고 작은 소모임만이 겨우 가능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대형 모임이 어려워질 것이다. 모임의 규모가 클수록 사역의 열매가 많다는 생각이 위기 요소였음을 자각해야 한다. 모임의 크기와 만남의 질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크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큰 공간에서의 대형 모임이 아닌 작은 모임들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한 모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작지만 질 높은 모임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 시대는 교회 학교도 중단시켰다. 그동안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주일 학교에 전적으로 맡기고 왔던 터라 그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신앙교육을 주일 한두 시간의 교육에 맡기고, 가정과 부모의 역할을 소홀히 한 것 자체가 이미 교육의 위기였다. 이제 신앙교육의 상당 부분이 부모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자녀의 신앙교육을 위해서 부모를 먼저 교육시킬 필요가 생겼다. 만약 부모들이 먼저 교육을 받고 그들이 자기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 교회 교육의 주된 형태가 될 수 있다면, 이 위기는 신앙교육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많은 선교사님들이 선교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선교지는 선교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성도들이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선교는 모든 성도들이 선교사라고 인식하고 행동해야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선교지는 그런 의식을 갖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 교회도 역시 그런 의식이 없었다. 여전히 해외 선교는 헌신된 소수가, 국내 선교는 일부 교역자들이 전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부름 받은 성도들 모두가 삶의 현장에 보냄 받은 선교사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19’ 시대는 성도들이 그들의 현장으로 가서 직접 만나 전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 19’ 사태는 성도들에게 그들 자신이 보냄을 받은 선교사라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개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 위기는 오히려 선교의 기회가 될 것이다.

‘코로나 19’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은 이전부터 예배, 모임, 교육, 선교 속에 존재했던 내적 위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질을 새롭게 붙잡으면서 사역의 방식을 쇄신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코로나 19’ 시대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시대의 위기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셨기에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이런 위기를 허락하셨고,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 안의 진짜 위기를 발견하고 새롭게 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